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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우승 멤버' 전준호가 돌아왔다 "롯데 유니폼, 꼭 한번 다시 입고 싶었습니다" [엠스플 인터뷰]

배지헌 기자 입력 2021. 11. 2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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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2,000경기, 역대 최다도루 ‘레전드’ 전준호 코치, 24년 만에 친정 롯데 복귀
-“확 달라진 롯데 팀 문화, 건강한 야구철학과 육성 방향에 좋은 인상 받았다”
-“서튼 감독과 현대 시절 절친, 동양 문화 존중하고 젠틀한 나이스 가이”
-“외야 넓어지는 롯데, 그만큼 수비와 베이스러닝 중요…공격적 주루 매뉴얼화해 어린 선수들에게 정착시킬 것”
 
롯데로 돌아온 전준호 코치(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KT 위즈의 우승으로 끝난 2021시즌, 환호하는 롯데 출신 KT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부산 팬들은 또 한 번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NC가 1군 진입 8년 만에, KT가 7년 만에 해낸 통합 우승을 롯데는 창단 40년이 되도록 아직 한 번도 이루지 못했다.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도 벌써 30년 전, 리그에서 가장 오랫동안 우승을 못해본 팀이 바로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가 강팀이 되려면 채워야 할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약점은 베이스러닝. 올 시즌 팀 타율, 득점권 타율 등에선 리그 최상위를 차지했지만 그에 비해 득점 생산력은 떨어졌다. 한 베이스 덜 내주고,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가 부족했다. 상대 팀은 단타 2개로 1점을 내는데 롯데는 안타 3개를 치고도 점수를 내지 못할 때가 많았다. 선수 구성상의 문제도 있지만, 한동안 베이스러닝의 중요성을 뒷순위에 뒀던 것도 사실이다.
 
최근 롯데는 ‘뛰는 야구’로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드래프트에서 발 빠른 선수를 대거 지명했고, 사직야구장 외야를 넓히는 공사도 진행 중이다. 코칭스태프 개편을 통해 김평호 1군 작전/주루코치, 전준호 퓨처스 작전/주루코치를 영입한 것도 뛰는 야구를 위한 변화다. 특히 1992년 마지막 우승 멤버이자 역대 최다도루에 빛나는 ‘레전드’ 전준호 코치의 복귀 소식은 롯데 올드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전준호 코치는 공부하고 연구하는 지도자로 정평이 나 있다. 은퇴 후 국내 구단에서 코치 생활을 하다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 미국으로 야구 유학을 떠났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코치로 일하며 젊은 선수들의 주루능력 향상에 크게 기여했고 높은 평가를 받았다. 스스로도 “메이저리그의 진보적인 시스템을 보고 배우며 야구의 시야를 넓히는 기회였다”고 말한다. 한국에 돌아와선 NC 창단 멤버로 합류해 NC가 강팀으로 초고속 성장하는 데 힘을 보탰다.
 
24년 만에 친정 롯데에 돌아온 전 코치로부터 사직야구장을 다시 찾은 소감과 외부에서 바라본 롯데의 변화, 래리 서튼 감독과의 인연, 앞으로 롯데에서 하게 될 역할에 대해 들었다. 전 코치는 1월까지 재충전 시간을 가진 뒤 2월 스프링캠프부터 합류할 예정이다.
 
“현대 시절 동료 서튼 감독, 젠틀한 나이스 가이…이렇게 다시 만나네요”
 
롯데 시절 전준호 코치는 마른 독사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24년 만의 친정 롯데 자이언츠 복귀를 축하합니다.
 
친정팀으로 가게 돼서 기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요즘 코치 재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는데 (웃음) 다른 팀도 아닌 롯데잖아요.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사실 롯데 유니폼 다시 입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이전부터 언젠가 한번은 꼭 롯데 유니폼을 입고 싶었는데, 그동안은 상황이 여의치가 않았거든요. 늦기 전에 다시 롯데 유니폼을 입게 돼서 감회가 새롭네요.
 
롯데로 다시 오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박현우 부단장님의 연락을 받고 2주 전에 한 차례 면접을 봤습니다. 그때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제가 가진 야구에 대한 철학과 롯데 구단의 철학이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 이렇게 계약하게 됐습니다.

롯데를 떠난 지 굉장히 오래됐는데도 여전히 전준호하면 롯데 선수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아무래도 마지막 롯데 우승 멤버라서 그렇지 않을까요? 우리 롯데 팬들께서는 과거의 그 영광을 다시 한번 재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실 테니까요. 
 
원정경기하러 방문한 사직야구장과 다시 롯데맨이 돼서 찾은 사직야구장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이번에 코치 계약하러 사직구장을 방문했는데, 일단은 오랜만의 방문이라 반가웠고요. 또 하나는 구장이 정말 좋아졌다는 걸 느꼈어요. 박현우 부단장님이 친절하게도 구장 곳곳의 시설을 다 안내해주셔서 둘러봤는데, 홈팀 라커룸부터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까지 싹 리모델링을 해서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옛날 생각도 나더군요. 저 자리에 원래 뭐가 있었고,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고, 그런 생각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롯데 야구단의 첫인상은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롯데가 과거에 비해 시스템이 크게 바뀌었잖아요. 부단장님과 면접을 보면서 느낀 건데, 구단이 가진 야구 철학이 정말 건강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육성의 방향성이 바로 서 있고, 팀의 문화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5월에 래리 서튼 감독이 부임하면서 팀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도 미국 선진야구에 관심이 많다 보니 메이저리그 연수를 하고 오기도 했는데, 이런 롯데라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겠구나 싶어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래리 서튼 감독과는 현대 유니콘스 시절 팀 동료였습니다. 두 분이 ‘절친’이었다고 들었는데 정말인가요.
 
맞아요, 현대 시절 참 친하게 지냈습니다. 처음 외국인 선수로 한국에 와서 적응하는 데 나름대로 도움을 주려고 했는데, 그러면서 친해졌어요.
 
현역 시절 서튼 감독은 어떤 선수였습니까. 
 
워낙 동양 문화를 존중하고 잘 이해하는 선수였고, 성격 자체가 정말 젠틀하고 나이스한 사람입니다. 야구도 참 잘했어요. 수위타자도 하고 홈런왕도 했었죠. 그래서 퓨처스 감독으로 와서 다시 만났을 때 너무 반가웠고,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나눴는데 어느 날 1군 감독으로 가더라고요. (웃음) 그런데 이렇게 한 팀에서 다시 만나게 됐네요. 정말 야구의 인연이란 묘한 것 같습니다.
 
NC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평호 작전/주루코치와도 다시 한 팀 소속이 됐습니다.
 
김 코치님이야 워낙 베테랑 지도자시잖아요. 롯데가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베테랑 코치들이 가진 경험이나 여러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잖아요. 

도루왕 출신 전준호 코치와 도루왕 배출 전문 김평호 코치가 다시 만났으니까, 롯데 도루왕 탄생을 기대해 봐도 좋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퓨처스에서 젊은 선수들 잘 육성해서 1군에 많이 보내야죠. 그러면 김평호 코치님께서 잘 운영해 주실 거에요. 
 
“공격적인 베이스러닝, 매뉴얼화해서 어린 선수들에게 정착시키겠다”
 
NC에서 선수들과 호흡한 전준호 코치(사진=NC)
 
롯데의 팀 문화가 달라졌다는 얘길 하셨는데,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퓨처스리그 경기 때 느꼈어요. 퓨처스 선수들이 달라졌더라고요. 경기 때 보면 롯데 퓨처스 선수들 분위기부터 밝아졌고, 경기 중에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누더군요. ‘베이스커버 내가 들어간다’ ‘나는 이쪽으로 움직인다’ 이렇게 서로 대화하면서 즐겁게 야구하는 모습을 봤어요. 과거 롯데에선 볼 수 없었던 장면이거든요. 
 
그런가요.
 
예전엔 경기 중에 말하면 쓸데없는 소리 한다고 혼났죠. (웃음) 팀의 문화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팀을 바로 세우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롯데가 지금 시도하는 변화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좀 늦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 이 방향이 제일 빠른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저게 있어요.
 
말씀하시죠.
 
롯데가 올겨울 사직야구장 홈플레이트를 뒤로 밀고 펜스를 높이는 공사를 하잖아요. 야구장 크기가 잠실야구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넓어진다고 하던데, 그렇게 되면 외야수들의 수비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집니다. 홈런이 줄어드니까 뛰는 야구가 중요해질 거고요.
 
그렇겠네요. 
 
그래서 구단이 제게 주문한 역할이 있습니다. 외야 수비 강화, 그리고 베이스러닝을 기본기 위주로 시스템화하는 게 제 역할입니다. 공격적인 주루가 어린 선수들에게 잘 자리 잡아서, 나중에 1군 무대에 가서도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을 할 수 있도록 기본기를 잘 다져야죠. 이를 위해 베이스러닝 매뉴얼을 만들 계획입니다.
 
코치님 현역 시절만 해도 롯데하면 리그 최고의 육상부였는데, 지금은 뛰는 야구와 가장 거리가 먼 팀이 됐습니다. 
 
안 그래도 부단장님과 대화하면서 제가 그동안 롯데 경기를 보면서 느낀 점들에 관해 얘기할 기회가 있었어요. 데이터를 보면 타율, 득점권 타율 같은 건 다 좋은데 실제 득점 생산율이 떨어집니다. 
 
정확한 분석입니다.
 
이유가 뭐냐. 일단 스피드가 느린 선수가 여럿 포진해 있고, 선수들이 베이스러닝에서 경기 흐름을 잡아내는 면에서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팀에는 한 베이스를 더 허용하고, 우리 공격 때는 주루 때문에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이런 게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누적되면 굉장히 큰 차이를 만드는 부분이거든요. 강팀으로 가려면 반드시 채워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그래서 퓨처스팀 어린 선수들이 기본기를 잘 익히고, 공격적인 주루를 하려는 마음가짐을 심어놓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그 선수들이 나중에 올라가서도 그런 베이스러닝을 할 수 있으니까요. 또 외야가 넓어진 만큼 수비로 중요하고요. 이런 점들을 구단에서 제게 주문하셨고, 저 역시 최선을 다해 준비할 생각입니다.
 
“어린 선수 잘 가르치는 법?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연수 시절 전준호 코치. 전 코치는 어린 선수들과 대화법, 코칭 기술에서 뛰어난 지도자로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사진=엠스플뉴스)
 
미국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마이너리그에 계실 때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는 능력이 뛰어난 코치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압니다. NC에서도 코치님의 선수들과 대화법, 코칭 방법을 높게 평가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나이 어린 선수를 잘 가르치는 특별한 비법 같은 게 있습니까.
 
일단, 꼰대 소리는 듣지 말아야죠. (웃음) 그러려면 선수들의 생각을 잘 캐치하는 게 중요합니다. 왜냐면 우리 젊은 선수들, 고교 졸업하고 1년 차 2년 차 선수들도 다들 아마추어에서 제일 야구를 잘했던 선수들이에요. 그랬던 선수가 프로에 오면 리그 수준이 달라지잖아요. 최고의 레벨에서 야구를 하게 되는데, 당연히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요. 다들 좋은 재능과 재질을 가진 선수들인데 단지 시간이 필요할 뿐이에요.

가끔 프로 스타 선수들의 고교 시절 영상을 보다가, 고교 시절 투구폼 타격폼이 현재 프로에서 모습과 너무 똑같아서 깜짝 놀라곤 합니다. 
 
우리 코치들이 자꾸 선수에게 손을 댑니다. 물론 좋은 의도에서 그렇게 하겠지만, 잘못하면 그 선수의 장점을 잃어버릴 수가 있어요. 일단 지켜봐야 하고, 이 선수가 맨 밑에서부터 어떻게 올라오는지 봐야 합니다. 모두가 강백호, 이정후처럼 프로에 오자마자 잘할 수는 없어요.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한 겁니다. 팀이나 코칭스태프가 기다려 줘야지, 자꾸 손을 대고 변형하고 교정하게 되면 갖고 있던 장점을 잃고 올라오기까지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선수들은 크게 세 부류가 있어요. 정말 열심히 하는데 성과가 안 나오는 선수, 잘하는 데 게으른 선수, 그리고 고집이 센 선수. 선수 성향에 따라 티칭하는 방법도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요.
 
열심히 하는데 성과를 못 내는 선수는 용기를 줘야 합니다. 계속 격려하고, 보듬어 주고, 할 수 있다고 계속 다독여야 합니다. 반대로 재능은 좋은데 게으른 선수는, 저는 혼을 내는 편입니다. 그렇게 해서 잡아당기죠. 마지막이 누가 뭐라든 자기 방식대로 하려는 선수, 고집 센 선수인데요. 
 
네.
 
이런 선수들은 무조건 기다려야 합니다. 아무리 옆에서 뭐라고 말해도 귀에 안 들어가요. 계속 기다리다 나중에 이 선수가 잘 안 됐거나 힘들어할 때, 그때 손을 내밀어야 코치의 말이 선수의 마음에 가닿습니다. 
 
이제 10년간 몸담았던 NC를 떠나 다시 친정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끝으로 NC 팬과 롯데 팬들에게 인사 한마디씩 남겨주세요.
 
이번에 새로운 팀 롯데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생각도 못 했는데 많은 부산 팬들이 반겨주시고 환영해 주셔서 감사드릴 뿐입니다. 또 NC 팬들에게도 감사한 일이 참 많습니다. NC 코치 유니폼을 입고 있는 동안에도 그렇고, 팀에서 나오게 됐을 때나 이번에 재취업이 된 뒤에도 NC 팬들이 축하와 격려의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셨어요. NC에서 좋았던 기억들은 가슴에 품고, 롯데에서 예전 좋았던 기억을 갖고서 열심히 선수들과 호흡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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