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보다 절박한 승리..'최용수의 기억'과 싸우는 최용수

윤은용 기자 입력 2021. 11. 25. 21: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선수·코치·감독 우승’ 서울 만나
강원 이끌고 K리그1 잔류 건 결전
“내 뿌리 같은 팀” 예우하면서도
“스포츠는 도전의 연속” 승부욕

강원 FC 부임 후(왼쪽)와 FC 서울 시절의 최용수 감독. 프로축구연맹·연합뉴스

잔류를 위한 처절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얄궂게도 친정팀을 만났다. 친정팀에 대한 애증이 교차하지만, 지금은 모든 감정을 묻어두고 승리에만 집중할 때다. 다가오는 주말 잠실벌이 ‘최용수’라는 이름 석 자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강원FC는 오는 28일 오후 4시30분 잠실올림픽경기장에서 FC서울과 하나원큐 K리그1 2021 파이널B 37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9위 서울(승점 43)이 비기기만 해도 최소 10위를 확보해 잔류를 확정하는 반면, 11위 강원(승점 39)은 무조건 이겨야 잔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이번 대결은 강원 사령탑에 선임된 최용수 감독이 데뷔전에서 친정을 만나 관심을 끈다.

안양 LG 시절부터 선수로 시작해 코치, 감독으로 모두 서울에서 함께했던 최 감독은 지금도 서울의 레전드로 평가받는다. 단일팀에서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모두 우승해본 유일한 축구인이다.

최 감독은 2011년 4월 중도에 물러난 황보관 감독의 뒤를 이어 감독대행으로 부임했다가 그해 12월 정식 감독이 된 뒤 2016년 6월까지 서울을 이끌었다. 이후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으로 옮겨가 감독을 맡았고 2018년 10월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당시 강등권의 팀을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간 끝에 간신히 잔류시킨 최 감독은 이듬해 서울을 3위로 이끌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진출시키는 쾌거를 만들었지만, 서울의 부진이 또다시 이어지면서 2020년 7월 자진사퇴했다.

야인으로 돌아간 최 감독은 이후 여러 인터뷰에서 서울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자신이 감독에서 물러난 뒤에도 좀처럼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며 흔들리고 있는 친정을 바라보는 안타까움의 표현이었다.

왕성한 방송 활동을 하면서도 그라운드로 돌아오고 싶어 했던 최 감독은 지난 16일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김병수 감독의 뒤를 이어 강원 감독으로 부임했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서울은 내 뿌리와 같은 팀”이라며 친정팀에 대한 예우를 갖추면서도 “스포츠 세계는 도전의 연속이다. 내가 먼저 절박함을 갖고 접근할 것이다. 쉽게 물러서고 싶지 않다”며 승리를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K리그1 잔류가 최우선 목표인 최 감독 입장에서 서울전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2경기를 남겨놓은 강원은 잔류 마지노선인 10위 성남 FC(승점 41)에 2점이 뒤져 있고, 최하위 광주 FC(승점 36)와는 3점 차이다. 마침 강원의 마지막 상대가 성남인데, 서울을 잡고 성남까지 꺾으면 자력으로 잔류를 확정할 수 있다.최 감독은 부임 후 어수선한 선수단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힘을 썼다.

강원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감독님이 부임 후 선수들과 첫 훈련을 소화하면서 특유의 농담을 건네는 등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애를 썼다. 처음에는 선수들이 긴장했는지 약간 얼어있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전이 중요한 것은 감독님도 선수들도 다 안다. 무조건 승리하자는 열망이 훈련 분위기에 그대로 녹아 있다”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음을 밝혔다.

서울은 무승부만 해도 잔류를 확정하지만, 강원전을 패하고 마지막 포항 스틸러스전도 내준다면 최악의 경우 11위로 추락해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어 역시 물러설 수 없다. 이번 시즌 파이널B에서 가장 뜨거울 ‘최용수 더비’가 막을 올린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