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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한 살에 아빠 되는 서준원, 아픈 만큼 성숙한다 [엠스플 피플]

배지헌 기자 입력 2021. 11. 2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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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자이언츠 영건 서준원이 오는 12월초 아빠가 된다. 서준원은 아쉬움 가득했던 올 시즌에 대한 반성과 함께 내년 시즌 ‘분유파워’를 다짐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미래, 서준원(사진=롯데)
 
[엠스플뉴스]
 
부산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환호와 응원에 조금은 힐링이 됐을까. 11월 25일 부산 MBC 드림홀에서 열린 제8회 부산은행 최동원상 시상식에서 만난 롯데 서준원은 팬 사인회 전과 후가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이날 서준원은 최준용과 함께 롯데 선수를 대표해 팬사인회에 참석했다. 사인회를 앞두고 만났을 때만 해도 서준원은 다소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올 시즌 아쉬운 성적 탓인지 많은 팬 앞에 나서는 게 조금은 두렵고 자신이 없는 듯했다. 
 
하지만 막상 사인회가 시작되자 모든 걱정은 기우로 드러났다. 장사진을 친 롯데 팬들은 서준원을 향해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보냈다. 사인은 물론 사진 촬영 요청이 이어졌고, 서준원의 유니폼을 가져와 사인받는 팬도 있었다. 한 명 한 명의 요구에 정성스럽게 응대하는 사이, 서준원의 눈가에도 조금씩 옅은 미소가 번졌다.
 
“분유파워, 정말 있는 것 같아요. 아니, 있어야만 합니다”
 
더그아웃에서 응원을 보내는 서준원(사진=롯데)
 
사인회를 마친 서준원에게 오랜만에 팬들과 가까이에서 만난 소감을 물었다. 팬들 덕분에 힐링이 됐는지 묻자 서준원은 싱긋 웃으며 “이런 반응은 오랜만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만큼 서준원에게 2021시즌은 “생각하기도 싫은 한 해”였다. 26경기에 등판해 54이닝 1승 3패 3홀드에 그쳤고 평균자책 7.33으로 데뷔 이후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그는 “작년에도 잘한 건 아니었는데, 올 시즌과 비교하면 너무 차이가 뚜렷했다. 나름대로는 잘 해보려고 발버둥쳤는데도 안 되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서준원은 자신을 향한 팬들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팬들 가운데 좀 더 길게 봐주는 분도 계시지만, 올 시즌 성적은 어떻게 봐도 할 말이 없는 성적이 맞다”면서 “이러나저러나 결국은 잘하는 게 정답이다. 올해 성적은 그저 죄송할 뿐이다. 감독님, 코치님, 팬들까지 모든 분에게 죄송한 한 해였다”고 솔직하게 자아비판 했다. 
 
서준원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곁에서 힘이 돼준 아내를 향해 고마움을 표현했다. 서준원은 스무 살인 지난해 12월 재활 트레이너 손다경씨와 화촉을 밝혔다. 그는 “저 나름대로는 멘탈 관리를 한다고 집에서 아내와 농담을 주고받는다”면서 “제가 ‘올해는 내가 좀 못하는 척 한 거야’ 하면 아내가 ‘사람이 너무 잘하기만 하면 캐릭터가 없다’ ‘너무 완벽하면 재미없으니까 빈틈도 있어야 한다’면서 맞장구를 쳐주곤 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저보다도 더 힘들고 속상할 텐데, 항상 옆에서 도와주고 힘을 줘서 아내에게 감사하죠. 아내의 멘탈 관리가 아니었다면 버티기 어려웠을 거에요.” 서준원의 말이다.
 
12월 초에는 서준원 2세가 태어날 예정이다. 서준원은 쑥스러운 듯 웃으며 “아들이 곧 태어날 예정이다. 출산 예정일이 열흘 정도 남았다”고 말했다. “주변에선 아빠 된다고 너무 부담 갖지 말라는데, 솔직히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고 부담을 갖는 게 맞죠. 더 잘해야겠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스물 한 살 청년에게 물어보기 어색했지만 ‘분유파워’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준원은 “분유파워가 실제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제는 새 식구가 생기니까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고, 안 다치고 꾸준하게 야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둘 다 잘 해내려고 노력하고 준비하고 있다. 분유파워는 있다는 게 내 결론”이라 말했다. 이어 “분유파워가 있어야만 한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분유파워를 발휘하려면 건강한 몸으로 마운드에 서는 게 필수다. 서준원은 10월 13일 어깨 회전근개 부분파열로 시즌아웃된 뒤 재활 중이다. 부상으로 재활하는 건 중학교 2학년 때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이후 처음이라고. 서준원은 “생각보다 아프기도 하고, 겁도 난다. 다시 공을 던지면 아프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된다. 예전에는 겁이 없었던데 요즘은 겁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이겨내야만 한다. 서준원은 “재활 스케쥴에 따라 열심히 보강 운동도 하고, 러닝도 하면서 관리한다”며 “재활에는 끝이 없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통증이 다 사라져도 다시는 아프지 않기 위해 계속 운동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앞으로도 꾸준하게 운동을 이어갈 것”이라 말했다.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 주에는 가벼운 캐치볼도 할 예정이다. 서준원은 “12월까지는 공을 가볍게 던지고, 1월부터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어 스프링캠프 합류에 지장 없게 준비할 것”이라며 “준비한 시간과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서준원은 2022시즌 말 대신 결과로 팬들에게 자신을 증명할 생각이다. 그는 “올해는 저 스스로도 생각하기 싫은 한 해지만, 팬들 역시 제가 보기 싫으셨을 거다. 솔직히 제가 봐도 너무 못했기 때문에, 잘하겠다는 말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고교 시절 ‘초고교급’ 투수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에이스. 훌쩍 앞서나가는 데뷔 동기 원태인, 송명기와 비교되고 롯데 팬들이 실망하는 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서준원은 이제 22세 시즌을 앞둔 젊은 투수이고, 그의 앞에는 지난 아쉬움을 만회할 많은 날이 남아 있다.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용기가 있고, 오늘보다 나은 선수가 되려는 의지가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러니 “다른 말 하지 않겠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잘하겠다”는 서준원의 약속을 속는 셈 치고 한 번만 더 믿어보는 것은 어떨까. 때가 되면 반드시 서준원의 시간이 온다. 아직은 그 때가 오지 않았을 뿐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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