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박용택·정윤진 '고교야구, 알루미늄 배트로 돌아가야' 릴레이 제안

김도환 2021. 11. 2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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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는 알루미늄 배트를 써야 한다는 이만수 전 SK 감독

한국 야구는 도쿄 올림픽에서 베이징 올림픽 이후 13년 만에 금메달에 도전했지만 6개 팀 가운데 4위에 그쳤다. 결국, 올림픽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

프로야구 역시 경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올 시즌 9이닝당 볼 넷 개수는 4.19개를 기록했다. 40년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많았다. 투수들의 제구력이 나빠진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9이닝당 볼넷이 4개를 넘긴 마지막 해가 1950년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프로야구 10개 팀의 실책도 천 개를 넘겨 최근 5년 중 가장 많이 나왔다. 10구단 체제로 양적 성장은 이뤘지만 내용은 따라가지 못했다.

투수들의 구속 역시 한국 야구의 수준을 대변한다. 2015년 이후 일본 리그 직구 평균구속이 시속 약 3.6km 오르는 동안 한국 야구는 약 1.6km 상승에 그쳤다.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도 일본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유소년 육성 실패가 경기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하는데 이 중 가장 중요한 문제로 손꼽히는 부분이 고교 야구의 '나무 배트' 사용이다.

나무 배트 사용은 현재 프로야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인 특급신인 부재, 하향 평준화 논란 등과 맥이 닿는다.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나무 배트 사용의 문제점은 명확해진다.

왕년의 홈런왕이었던 이만수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은 KBS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무 배트를 쓰기 때문에 투수들이 예전처럼 힘을 길러야 하는데 그게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타자 역시 단타식으로 공을 맞히는 타법도 많이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KBS 박용택 해설위원도 고교야구는 알루미늄 배트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 박용택 해설위원의 생각도 일맥상통했다.

박 위원은 "고교야구는 무조건 알루미늄 배트로 돌아가야 한다. 손장난한다는 것의 출발점이 바로 나무배트 사용이다."라고 강조했다.

"예전에 고등학교 홈런왕 하려면 한 대회에 10개 정도 쳐야 홈런왕 했다. 지금 홈런왕은 한 대회에 몇 개 치는가"라고 반문하며 "본인 스스로가 이겨낼 수 있는 배트로 야구답게 쳐야 한다. 그리고 그럴 때 고등학생 타자들의 기술 습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나무 배트에 대한 문제점을 오래전부터 체감했다는 박 위원은 "고등학생들이 나무배트로 투수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결국, 손으로 공을 맞히는 야구를 하다 보니까 여러 문제점이 파생된다."고 거듭 말했다.

박용택 위원의 말대로 결국 현재 프로야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인 특급 타자들의 부재, 하향 평준화 논란 등이 고교야구 나무배트 사용과 맥이 닿는다.

고교 최고 명장으로 손꼽히는 덕수고 정윤진 감독도 알루미늄 배트 사용에 찬성했다.


5개 전국 대회를 석권하며 고교야구의 명장으로 떠오른 정윤진 덕수고 감독의 견해도 일치했다.

"최근 언론을 통해 종종 접해보면서 생각해봤는데 지금 고등학생들을 위해서 알루미늄으로 돌아가는 쪽이 합리적인 것 같다."고 말하며 "고등학교 타자들도 시원하게 풀스윙을 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프로구단 A 관계자는 "나무 배트를 쓰게 되면서 너도 나도 투수를 할 수 있다는 풍조가 생겼다. 시속 130km만 던져도 마운드에 나서며 나무 배트를 이기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때 프로에 지명된 투수들을 잘 살펴봐라. 나무 배트만 쓴 타자를 상대하다 진짜 본인의 실력이 프로 가서 다 드러난다."고 말했다.

결국, 2010년대 프로에 지명된 투수들 가운데 진짜 검증된 투수는 많지 않다는 점을 역설했다.

고교야구가 이처럼 극단적인 투고타저 양상으로 흐르자 투수를 하려는 유망주가 훨씬 많아지면서 투타 균형 있는 발전이 어려워진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물론, 대한야구협회가 2004년 고교야구에 알루미늄배트 대신 나무 배트를 도입한 건 이유가 있다.

당시 알루미늄 배트는 타고투저를 부채질해 과거 유망주 투수들의 혹사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즉 잘 나가는 에이스 투수가 아니면 알루미늄 배트를 막기 어려워서 잘 던지는 투수 몇 명이 계속 던지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장, 단점이 있음에도 우리보다 수준이 높고 규모가 큰 일본과 미국에서 알루미늄 배트를 쓰는 건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 알루미늄과 나무 배트 문제를 이제 공론화 할 때가 됐다.

김도환 기자 (baseball36@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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