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지명→득점왕' 주민규 "시작 어긋나도 MVP 된다는걸 보여주고파"[단독 인터뷰]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21. 12.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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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지금은 해체된 팀에서도 번외지명으로 프로 생활을 겨우 시작할 수 있었던 주민규(31·제주 유나이티드). 힘겨운 프로 데뷔 후 9년이 지난 2021년 주민규는 한국 프로축구 최고 무대 K리그1(1부리그) 득점왕을 사실상 확정했다.

그리고 이제 주민규는 시즌 최고 선수에게 수여되는 MVP 후보에도 올라 K리그 38년 역사에 ‘첫 번외지명 선수 MVP’이자 ‘국가대표로 뛰어보지 않은 MVP’라는 인간승리의 스토리에 도전한다.

주민규를 11월 말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득점왕, 그리고 MVP 도전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제주 유나이티드

▶떠오르는 주민규 MVP 대망론

5일 시즌 최종전을 끝으로 정규시즌이 종료되는 K리그1. 7일에는 시즌을 마무리하는 시상식이 열린다. 이 시상식의 꽃은 단연 MVP. 우승이 유력한 전북 현대의 주장 홍정호, K리그2에서도 MVP를 탔던 올림픽 스타 이동준(울산 현대), 대구의 아이콘 세징야(대구FC)에 주민규가 후보로 선정됐다.

주민규의 올시즌은 정말 엄청났다. 최종전만 남겨둔 3일까지 22골을 넣어 2위 라스(수원FC)보다 4골이나 앞서며 사실상 득점왕을 확정했다. 득점왕이 된다면 2016년 정조국 이후 5년만에 토종 득점왕이 탄생한다.

게다가 시즌 중반 제주 유나이티드의 주장을 맡아 12경기 연속 무승에 빠졌던 팀을 구해낸 후(주민규 주장 부임 후 9승4무4패) K리그2에서 갓 승격한 제주를 최소 4위에 올려놨다. 제주는 내년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도 7부능선을 넘은 상황이다.

유력한 MVP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주민규 MVP 대망론’이 떠오르는 이유다.

주민규의 상무 시절 모습. ⓒ프로축구연맹

▶“한국 선수도 득점왕 가능하다는걸 보여주겠다”

주민규는 득점왕이 확정적인 상황에 대해 “시즌 중반쯤에도 득점 1위를 유지하자 ‘그래도 시즌 막판까지는 힘들겠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한국 선수도 득점왕이 가능하다는걸 보여주기 위해 정말 절실하게, 이 악물고 준비해오다보니 어느새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정말 제주 동료들이 제 득점을 위해 모두가 힘써주고 밀어주고 있다. 득점왕이 안되면 미안할 정도다. 솔직히 한경기 한경기가 숨이 막히는 부담감이 있다”라면서도 “득점왕이 된다면 9할은 동료들 덕이다. 득점왕이든 MVP이든 상을 타면 동료들에게 베풀 예정”이라며 주민규는 웃었다.

그동안에도 좋은 공격수였지만 올시즌은 득점왕이 눈앞일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이유가 더 많은 노력을 쏟아서인지 묻자 주민규는 단호하게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하는 노력을 똑같다. 늘 매 경기 준비할 때 절실하게 노력했다. 9년간 쏟은 노력이 조금씩 모아져서 올해 퍼즐조각처럼 맞춰진거라고 본다”며 오랜 노력의 결과물이 득점왕으로 다가왔음을 밝혔다.

ⓒ프로축구연맹

▶부진하던 제주 주장 맡아 팀도, 자신도 반전

제주는 시즌 중반 12경기 연속 무승을 거둘 정도로 매우 부진했다. 남기일 감독 경질설까지 심심찮게 언급됐다. 이때 남 감독은 득점 1위의 주민규를 주장으로 내세우는 파격 발탁을 했다. 주민규는 그전까지 프로에서 완장을 달아본적이 없는 선수였다.

“훈련이 끝나고 감독님께서 선수들 앞에서 제가 주장을 맡을거라고 하시더라. 이후 몇 번이 감독님을 찾아가서 ‘전 그릇이 작아 주장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다. 주장 경험도 없다고요. 그런데 감독님은 ‘너는 잘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있다. 실패에 책임은 내가 진다. 딱 시즌 종료까지 4개월만 해보라’로 하시더라.”

주민규가 주장을 맡기 전까지 4승11무5패로 리그 8위였던 제주는 주민규의 주장 부임 후 지금까지 9승4무4패로 반전을 이루며 최소 리그 4위를 확정했다.

“사실 제 활약과 팀의 반전에 남기일 감독님과 정조국 코치님만 많이 언급된다”고 말한 주민규는 “물론 두 분이 큰 도움을 주시지만 이정효 수석코치님, 마철준 코치님, 김경도 피지컬코치님 등 모든 코치-트레이너 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신다. 그분들 없이 힘들었다. 이건 꼭 기사에 써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편견에 맞선 사나이, MVP 대권을 바라보다

2016년 정조국이 득점왕을 차지하며 광주의 성적이 8위였음에도 MVP를 차지한 바 있다. 역대 최저순위 팀에서 나온 MVP였다. 즉 꼭 우승하지 않더라고 MVP가 가능하다는 것을 정조국이 이미 증명한 셈이다.

게다가 주민규는 정조국 이후 5년만에 토종 득점왕에 오를 수 있다. 5년만에 국내선수가 다시 득점왕을 가져왔다는 것으로 가산점이 가능한 상황에 대해 주민규는 “K리그는 대부분팀이 공격수는 외국인으로 채운다. 국내 선수가 공격수로 버티기가 쉽지 않다. 외인 공격수가 못하면 ‘적응을 못해서’라고 하지만 국내 공격수가 못하면 ‘국내 선수는 어쩔 수 없어’라고들 한다. 그 편견을 깬다는 것을 감안해주셨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게다가 주민규는 프로 입단 당시에는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그때만 해도 안드레아 피를로, 세르히오 부스케츠같은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고 웃는 주민규는 프로에서 포지션 변경을 이뤄 득점왕까지 차지하게 된다.

ⓒ프로축구연맹

주민규는 “전 프로 시작도 드래프트에 뽑히지도 못하고 번외지명으로 겨우 들어왔다. 제가 MVP를 타게 된다면 시작이 어긋난 선수, 첫 단추를 잘못 꿴 선수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래서 MVP가 욕심난다. 득점왕도 힘들지만 MVP는 ‘시즌 최고 선수’가 아닌가. 시작이 어긋나도 정상에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며 투표권을 가진 K리그1 감독들, 주장들, 그리고 기자단에 한 표를 호소했다.

게다가 주민규는 만 31세의 나이까지 단 한 번도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않은 선수. 1983년부터 시작된 K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곤 국가대표 경험이 없는 선수가 MVP가 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1985년 MVP인 한문배(당시 럭키 금성)가 A매치 1경기를 뛴 것이 가장 적었다.

결국 주민규는 5년만에 토종 득점왕, 승격팀을 이끌고 최소 4위 확보라는 업적으로 번외지명 출신, 단 한 번도 국가대표로 뛰어보지 못한 선수 ‘편견’에 맞선 MVP라는 위대한 도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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