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L LIVE] '19년 프로 마감' 오범석 "축구 못한다는 소리 듣기 싫었어"

김형중 입력 2021. 12. 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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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포항] 김형중 기자 = 포항 스틸러스의 오범석이 축구 인생 마침표를 찍었다. 홈 팬들의 박수 갈채 속에 19년 프로 선수 생활의 종료를 알렸다.

포항은 4일 오후 FC서울과 하나원큐 K리그1 2021 38라운드 최종전을 치렀다. 결과는 1-2 역전패였지만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베테랑 오범석의 은퇴였다. 2003년 포항에서 프로에 데뷔한 오범석은 2007년까지 활약한 후, 울산과 수원, 그리고 강원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마지막 2020, 2021년 친정팀 포항에 몸담은 후 이날 경기를 끝으로 정들었던 그라운드와 이별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오범석은 이날 경기 패배에 대한 아쉬움부터 나타냈다. 그는 "일단 패해서 너무 아쉽다. 선수들이 저를 위해 이겨준다고 했는데 져서 너무 아쉽다. 30분 정도 뛰기로 감독님과 정했는데, 어떻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 고민 많이 했다. 그래도 좋은 모습이 나왔다고 생각한다"라며 프로 마지막 경기를 평가했다.

오범석은 선발 출전 후 전반 32분 교체하기로 김기동 감독과 킥오프 전부터 각본을 짰다. 교체 신호가 들어가자 그는 팀 동료들은 물론, 서울 선수들과도 포옹하며 선수로서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에 대해 "외국에서 이런 걸 봤다. 꿈꿔왔던 은퇴식이었고, 이런 상황을 만들어주신 포항 스틸러스 구단에 너무 감사드린다.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전 만난 김기동 감독은 "시즌 중 범석이가 '경기력이 나오지 않아 용납할 수 없다. 그만 둬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오범석은 "여름쯤이었다. ACL 첫 경기 뛰고 종아리 부상이 한번 더 왔는데, 그때 ‘이젠 그만해야겠다. 90분을 못 뛸 것 같았고, 이 나이에도 축구를 못한다고 듣긴 너무 싫었다’라며 그런 부분이 결심하게 된 계기다"라고 은퇴를 결심한 순간을 이야기했다.

2003년에 프로에 데뷔한 그는 19년 간 수많은 순간을 경험하며 선수로서의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에는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국가대표가 됐던 순간이 기억난다. 어릴 때이긴 했지만 국가대표가 됐다는 기분은 잊을 수가 없다"라며 인생 최고의 순간을 되돌아 봤다.


은퇴를 결심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도 궁금했다. 그는 "아들이 3학년 때 '아빠 언제까지 뛸거야?'라고 물었다. 당시 6학년 때까지만 하자고 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올해 아들이 6학년이다"라고 했다. 이어 "아내는 현재 5년 정도 떨어져 지냈는데,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라며 웃어 보였다. 은퇴 후 계획에 대해서는 "집에서 쉬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천천히 생각을 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퇴식을 앞두고 들었던 속마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주변에 이미 은퇴한 친구들과 선배들에게 물어봤다. (정)조국이나 작년에 은퇴한 (이)동국이 형한테 물어봤다. 그런데 '안 울 수가 없다. 참을 수 있으면 참아 봐라'라고 하더라. 안 울려고 마음먹고 들어갔는데, 가족들도 있고 나이 먹어서 그런지 감수성이 예민해진 것 같다"라며 은퇴식 당시 팬들 앞에서 눈물을 보인 이유를 이야기했다.

김기동 감독은 올 시즌 오범석의 팀 내 역할에 대해 언제나 고마움을 전했다. 오범석 덕분에 팀에 응집력이 생기고 하나로 뭉치는 구심점이 되었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 이제 팀을 떠나는 당사자 오범석이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궁금했다. 이같은 질문에 오범석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는 "열심히 하란 말은 하고 싶지 않다. 그건 당연한 거다. 프로는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다. 후배들에게 축구를 잘하라고 전하고 싶다"라며 뼈있는 답변을 남겼다. 이어 "포항에서 저 다음이 신광훈, 신진호인데 그 친구들이 내년에는 팀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포항 유스 출신이라 어떻게 하면 포항 스틸러스가 발전할 수 있을지 잘 아는 두 친구에게 맡긴다"라며 팀 내 또 다른 베테랑들에게 내년 시즌을 부탁했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골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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