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도 다녀왔는데 뭐가 겁나?" 이영주의 스페인 도전장

황민국 기자 입력 2021. 12. 5. 10:32 수정 2021. 12. 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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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영주가 지난 3일 서울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스페인 프리메라 다비시온에서의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스페인 축구에 설레는 마음이 가득하죠.”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영주(29)는 내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이라는 유럽의 문을 두드린다. 공을 다루는 재주가 뛰어난 그에게 잘 어울리는 스페인 프리메라 다비시온이 바로 그 무대다.

스페인 마드리드CFF와 입단 계약을 체결한 이영주는 지난 3일 기자와 만나 “내년 1월부터 미드필더들의 천국이라는 스페인에서 뛴다는 사실에 설레요”라고 활짝 웃었다.

올해 인천 현대제철의 WK리그 9연패를 이끈 이영주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으면서 마드리드행을 선택했다. 한국인 여자축구 선수로 유럽에서 뛰는 것은 그가 6번째다.

지소연(30·첼시 위민)과 조소현(33·토트넘 위민) 등 동료들이 뛰고 있어 상대적으로 친숙한 영국이 아니라 스페인에서 뛴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고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자신을 다독이고 있는 이영주는 “후배인 (장)슬기가 지난해 뛰었던 팀이라 여러 가지 조언을 들었어요. 언어적인 문제가 걱정이지만, 주변에선 더 힘든 곳도 견딘 제가 무서울 게 뭐가 있냐고 농담하시네요”라고 말했다.

이영주는 군 복무를 마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한양여대를 졸업한 그는 2012년 WK리그에 드래프트 1순위로 보은 상무에 지명돼 4년간 부사관 신분의 축구 선수로 활동했다. 당시를 떠올린 이영주는 “군 시절을 이야기하려면 3일 밤을 새야 한다죠”라며 “제가 원해서 결정한 선택은 아니었지만 그 시기를 견디면서 많이 성장했어요. 사실 여름에 (이)금민이가 뛰는 브라이턴에서도 제안을 받았는데, 소속팀 현대제철에 피해를 줄 수 있어 내년 1월 이적이 가능한 마드리드를 선택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영주의 스페인행을 예비역 하사의 패기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과거 스페인 전지훈련을 떠나면서 부딪쳤던 경험이 ‘나도 통한다’는 자신감을 줬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그는 볼 줄기를 책임지는 역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마드리드에는 브라질 국가대표 케롤린을 비롯해 나이지리아 베테랑 골잡이 리타 치크웰 등이 뛰고 있어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이영주는 “공격을 풀어가는 빌드업을 중요하게 여기는 제 축구와 결이 맞아요. 외국인 선수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줘야죠”라고 말했다.

이영주는 스페인에서 축구선수로 성공 뿐만 아니라 제2의 인생을 그리는 두 토끼를 기대하고 있다. 마드리드CFF 측에서 어학교육 지원을 넘어 지도자교육을 돕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영주는 “어릴 때부터 축구선수의 길로 뛰어들면서 공부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이 부분을 풀어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콜린 벨 (한국여자축구대표팀) 감독님도 ‘축구선수로 많이 발전할 기회’라고 독려해주셨어요. 그래도 먼저 축구를 잘해야죠. 마드리드가 4위에서 7위로 떨어졌는데,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라고 말했다.

다만 이영주는 마드리드 합류 시점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마드리드가 내년 1월 2일 훈련을 재개하는 터라 이 시기를 전후로 합류해야 하지만, 내년 여자 아시안컵이라는 변수가 있다. 인도에서 내년 1월 개최되는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노리는 벨 감독이 국내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하기에 어느 한 쪽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이영주는 “소속팀에서도 대표팀에서도 잘하고 싶어요. 합리적인 방법으로는 먼저 마드리드에서 한 경기라도 뛰고, 인도 현지에서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인데, 두 분 감독님들과 의견을 조율해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스페인에서도 인도에서도 모두 성공해 자랑스러운 한국 선수가 될 게요”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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