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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정] 쿠니모토가 에이스가 되자 전북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서호정 기자 입력 2021. 12. 0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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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전주] 서호정 기자 = 2018년 경남FC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불쑥 등장한 일본인 미드필더 쿠니모토 다카히로는 금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번뜩이는 창의성이 K리그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기동력, 파워를 만나며 경쟁력이 높아졌다. 2019년 경남의 돌풍이 1년 만에 강등이라는 결과로 사라지는 상황에서도 쿠니모토는 '소년가장'의 면모를 보였다. 자신의 K리그 첫 소속팀이 강등됐지만 그는 능력을 인정받아 디펜딩 챔피언 전북현대로 이적했다. 


전북에서의 경쟁은 경남 시절과 수준이 달랐다. 이승기, 김보경이 공격적인 역할을 대체할 수 있었다. 모라이스 감독은 쿠니모토를 윙어로 배치하며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지만, 어울리는 옷은 아니었다. 지난 시즌 기록은 25경기 출전에 2골 1도움에 그쳤다. 울산 원정에서 MOM에 선정된 것이 가장 빛난 순간이었다. FA컵 결승 2차전에는 발목 피로골절 부상까지 당했다. 


부상 여파로 쿠니모토의 2021시즌은 출발이 늦었다. 4월 11일 인천과의 홈 경기에 교체로 출전하며 처음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5월까지 몸 상태가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동료들과의 호흡도 맞지 않아 그가 공간으로 보내는 패스는 허무하게 실패했다. 전북 팬들 사이에서도 '혼자 하는 상상패스'라는 표현으로 비판 받았다. 


K리그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대거 모인 전북의 훈련장에서 가장 눈부신 기술을 보여주는 선수지만, 이상하게 실전에서는 그 능력이 100% 발휘되지 않았다. 코치 시절 영입을 강력 추천했고, 이제는 선수단의 총책임자로서 쿠니모토를 활용해야 하는 김상식 감독도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변화의 기점은 5월 말이었다. 인천 원정에서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로 팀을 구했고, 이어진 성남 원정에서 2도움을 기록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진행된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도 자신감을 이어갔다. J리그 감바 오사카와의 경기에서는 환상적인 중거리 슛 득점까지 성공시켰다. 


하지만 겨우 끌어올린 컨디션이 귀국 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문제로 리듬이 끊기며 다시 저하됐다. 9월에는 무릎 부상을 입었고, 빠툼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는 전반 30분 만에 교체되고 말았다.


침체되는 듯했던 쿠니모토는 10월부터 팀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빠툼전 이후 김상식 감독과 개인 면담을 가지면서 서로가 기대하는 것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김상식 감독은 면담을 통해 쿠니모토의 적극성과 의욕을 읽고, 다시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지막 6경기에서 쿠니모토는 전북의 플레이를 조립하는 알파이자 오메가가 됐다. 김두현 코치와 김규범 분석관이 우승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로 준비한 4-3-3 포메이션에서 쿠니모토는 역삼각형 미드필더 구성의 전방 왼쪽 미드필더 자리를 맡게 됐다. 단순히 공격만 푸는 자리가 아니었다. 울산, 제주, 수원 등 측면에서 무섭게 올라오는 상대의 공격까지 차단한 뒤 빌드업을 만드는, 에너지 레벨이 높은 위치였다.


그 6경기에서 쿠니모토는 모두 선발 출전했고 5경기가 풀타임이었다. 나머지 1경기도 후반 45분에 교체 아웃된, 풀타임이나 다름없는 경기였다. 제주전에서 상대 수비 틈 사이를 뚫어버리는 정확한 패스를 김보경에게 전달, 구스타보의 골로 이어진 '어시스트의 어시스트'를 적립하며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파이널라운드 첫 경기였던 수원 원정에서는 왼발 미사일 슛으로 선제골을 뽑고, 예리한 크로스로 일류첸코가 기록한 4번째 골의 기점 역할을 했다. 우승의 가장 중요한 길목에서 펼쳐진 울산과의 홈 경기도 쿠니모토가 사실상의 주인공이었다. 팀이 기록한 3골의 상황에 모두 직간접으로 기여했다. 종료 직전 나온 일류첸코의 결승골 상황에서 정확한 배달한 왼발 크로스가 백미였다. 전술적으로도 전반에 측면으로 넓게 움직이며 수비 가담을 해주다 후반에는 창의적인 플레이와 정확한 전진 패스로 경기 흐름을 뒤흔들었다.


수원FC 원정에서의 패배로 빨간불이 켜진 대구전에서도 쿠니모토가 팀을 구했다. 파이널라운드 들어 세트피스 대부분은 전담한 쿠니모토는 홍정호의 선제골을 코너킥으로 도왔다. 문선민의 쐐기골 장면에서도 송민규에게 정확한 패스를 열어주며 카운터 상황을 이끌었다. 그리고 대관식을 위한 제주와의 홈 최종전에서 송민규를 향해 환상적인 왼발 침투 패스를 전달, 2-0 승리와 우승 확정에 쐐기를 박았다. 


파이널 라운드만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전북현대 '쿠니'모터스였다. 쿠니모토는 5경기 중 수원FC와의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4경기에서 모두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우승을 위한 승부처에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 전술 변화를 통해 확실한 역할이 부여되자 쿠니모토는 엄청난 창의성을 발휘했다. 경기 막판까지 정교함과 날카로움이 무디어지지 않는 엄청난 스태미너도 숨은 원천이었다. 백승호, 류재문에 쿠니모토까지 살아나며 이상적인 조합과 공수 밸런스를 찾은 전북은 파이널 라운드를 4승 1패, 13득점 5실점으로 마무리했다. 


쿠니모토가 진정한 에이스가 되면서 전북의 플레이는 퀄리티가 완벽하게 올라갔다. 지난해에도 더블을 경험했지만, 2021년의 쿠니모토는 팀 우승의 확고부동한 주축 역할을 했다. 그의 파란만장한 인간드라마에서도 중요한 챕터가 될 만한 시즌이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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