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중국 축구 '축구굴기'는 이렇게 사라지는가

반재민 입력 2021. 12. 6. 18:5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0년대 축구굴기라는 기치를 내걸고 야심차게 시작했던 중국축구,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의 영입과 자국 선수들의 육성을 동시에 진행한 중국의 축구는 광저우 헝다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함께 아시아의 중심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던가, 월드컵 진출을 향한 중국 축구의 꿈은 한낱 꿈으로 그칠 것으로 보인다. 바로 광저우 헝다의 위기와 중국축구의 위기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의 귀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8년이다. 당시 중국축구협회와 광저우 헝다인 쉬 자인 회장이 주도한 정책은 당시 중국 감독이었던 마르첼로 리피도 동의한 것이었다.

2019년 노르웨이 출신의 욘 호우 세테르와 잉글랜드 출신의 니코 예날리스가 베이징 궈안에 입단하면서 최초의 귀화 선수가 되었고, 광저우 헝다가 이어 이후 2년 동안 7명의 선수를 귀화시켰다. 현재 그 수는 11명으로 늘어났고 그중 5명은 중국의 피를 갖고 있는 선수들, 나머지 6명은 FIFA 규칙상 5년간 현지 체류를 거친 선수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표로 소집된 것은 6명에 머무른다. 2019년 월드컵 예선에서 리피 감독이 아스널 유스 출신의 예날리스(리커)와 CSL을 대표하는 골잡이 에우케손(아이커선)을 처음 불렀다. 2021년 예선이 재개되자 에버턴 출신의 타이아스 브라우닝(장광타이)과 알란(아란), 알로이지오(루오구오푸), 페르난지뉴(페이 난두오) 등 브라질인 트리오도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외 선수들은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세테르나 페루 출신의 로베르토 시우초(샤오 타오타오)는 단순히 능력이 대표급에 있지 못했고 가봉 출신의 알렉산데르 은돔부(치안 지에께이 아리상테 은두부)와 포르투갈 출신의 페드로 델가도는 과거 출신국 대표로 공식전에 출전한 적이 있다. 히카르도 굴라트(가오 라테)는 대표팀 전력으로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지만 하필이면 중국 체류 경력을 잘못 알고 있어 출전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다시 체류 자격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 귀화선수에 대해서는 오히려 중국내에서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중국 축구의 서포터들은 유럽과 일본의 다문화 대표 선수들이 전혀 드문 일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국인은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다. 원래 외국인 거주자가 적고, 2020년의 국세조사에 의하면, 그 수는 85만명(덧붙여서 일본은 2021년의 발표에서 288만명 초과). 13억명의 국민과의 비율은 실로 낮다. 중국 축구 팬들 중에는 확연히 다른 외모를 가진 선수들에게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도 많다.

귀화선수들도 대부분 국적 변경을 금전적인 대가로 결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시장가치 이상의 봉급과 상여금을 받고 중국을 떠날 때 원래 국적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에도 상당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또 중국의 생활 양식이나 문화에 동화되려고 하지 않고,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선수는 거의 없다. 통역 없이 인터뷰는 고사하고 한 문장을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다.이는 귀화를 추진한 협회나 정부뿐 아니라 선수들 입장에서도 적어도 중국에 거주하는 동안에는 득이 되지 않는다고 중국 기자인 밍 쟈오는 이야기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을 강타한 경제 위기는 중국 축구의 위기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올 시즌 CSL은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고 여기에 중국 축구계 최대 기업은 헝다 그룹이 재정위기에 빠져 귀화 선수들의 임금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 상황에 귀화 선수들은 불안과 불만을 품었고 알란은 11월 A매치 이후 가족을 데리고 모국 브라질로 귀국했다. 페르난지뉴 역시 대표팀에서 빠졌으며 굴라트 역시 광저우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브라질 명문 코린치안스와 파우메이라스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국축구협회는 귀화 선수들에게 현행 계약 이행을 준수할 것을 약속했지만 광저우 그룹이 붕괴하고 있는 지금 그것이 정말 가능한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중국 언론들은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위기의 중국축구, 그들이 이야기한 축구굴기가 사라져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Copyright © 몬스터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