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 부러운 이유빈 "베이징서 금 따고 경례할래요"

입력 2021. 12. 8. 00:04 수정 2021. 12. 8.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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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쇼트트랙 월드컵 여자 1500m를 휩쓴 이유빈. 김민규 기자

한국 쇼트트랙은 위기다. 대표 선수의 부상과 부진, 내홍까지 겹쳐 ‘쇼트트랙 강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유빈(20·연세대)이 내년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희망으로 떠올랐다.

이유빈은 지난달 끝난 2021~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대회에서 1500m 종합 랭킹 1위를 차지했다. 1차와 4차 대회 금메달을 땄고, 3차 대회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유빈은 지난 5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한 심석희가 고의 충돌 의혹과 동료 비방으로 엔트리 제외되면서 갑작스럽게 얻은 기회를 살렸다.

전력 약화를 우려한 여자 대표팀은 이유빈의 활약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는 “특별한 목표가 없었는데 기대 이상의 성적이 나와 좋았다”고 말했다.

이유빈은 스포츠 가족의 일원이다. 그의 부모는 육상 400m, 허들 선수 출신이다. 오빠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냈다. 이유빈은 “운동을 먼저 시작한 오빠를 따라 겨울 방학 특강으로 쇼트트랙을 짧게 경험했다. 처음에는 피겨 스케이팅인 줄 알고 시작했다”며 웃었다. 쇼트트랙 대회 중 피아노 독주회를 다녀올 만큼 운동에만 집중한 건 아니었다. 그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꿈나무대회 종합 1위를 차지한 뒤로 멋진 레이스를 시작했다.

군인 오빠 부탁으로 또 한 번 ‘경례 세리머니’를 하려 한다. [사진 SBS 캡처]

이번 대회에선 거수경례 세리머니가 화제였다. 이유빈은 “지난 8월 해군에 입대한 오빠가 ‘입상하면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해달라’고 부탁하더라. 그래서 오빠가 주변에 자랑할 줄 알았는데 ‘자세가 잘못됐다. 0점’이라고 핀잔했다. 그래서 3차 대회 은메달을 따고 한 번 더 했다. 그래도 반응이 비슷했다”며 멋쩍어했다. 그는 “많은 팬이 귀여워 해주시고 좋게 봐주셨다. 오빠 부대 선임병이나 동기들이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그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팀 막내였다. 이유빈은 여자 3000m 계주 예선 레이스 초반에 넘어지는 아픔을 겪었으나, 언니들의 활약 덕분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유빈은 “어린 나이에 올림픽 무대를 밟아 긴장했다. 내 실수로 결승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어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나에 대한 실망과 좌절이 커서 많이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고질적인 발목 부상을 안고 있는 이유빈은 2018~19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부상으로 탈락했다. 이유빈은 “1년간 쉬면서 쇼트트랙을 그만둘까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학교 생활과 가족 여행 등 평범한 일상을 통해 아픈 심신을 치유했다.

그의 회복을 도운, 아주 특별한 존재가 방탄소년단(BTS)이다. 이유빈은 “2016년 3기 팬미팅을 시작으로 부상으로 힘들었던 1년 동안 콘서트 티켓을 열심히 구해 정말 많이 따라다녔다. 대회와 겹친 때를 제외하면 웬만한 BTS 행사는 다 갔다. 특히 지민을 좋아한다”며 눈을 반짝였다.

탁구 선수 신유빈(17)은 지난 8월 도쿄올림픽에서 스타로 떠오른 뒤 BTS로부터 특별한 응원 메시지를 받고 굉장히 좋아했다. 이유빈은 “(그 소식을) 알고 있다. 부럽더라”며 “나도 (올림픽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그런 메시지를 받기를 바란다”며 수줍게 웃었다.

다만 그가 베이징 올림픽 개인전에 나설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한국은 남녀 1000m와 1500m에서 국가별 한도인 출전권 3장씩을 얻었다. 올림픽은 연맹 규정에 따라 국가대표 선발전 1∼3위까지 개인 및 단체전에, 4∼5위 선수들은 계주 등 단체전에 참가할 수 있다. 대표 선발전 1위였던 심석희는 고의 충돌 논란, 3위 김지유는 오른발목 골절상을 당해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하다. 대표 선발전을 4위로 통과해 태극마크를 단 이유빈은 “계주에서는 당연히 금메달이 목표다. (개인전 출전은) 결정된 게 없어 마지막까지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여자 대표팀은 월드컵 시리즈 계주에서 한 개의 금메달도 따지 못했다. 이유빈을 제외하면, 개인전 금메달은 4차 대회 최민정(1000m)만 땄다. 이유빈은 한국 쇼트트랙 위기에 대해 “지난 시즌 우리가 코로나19로 국제대회에 나서지 않은 기간이 유럽 선수들의 성장 기회였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도 월드컵 대회를 통해 차츰 감각을 찾아 나갔다”며 “나도 1~2차 대회에선 부담이 있었지만, 점차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이유빈은 7일 진천선수촌에 입촌, 다시 구슬땀을 쏟는다. ‘올림픽 메달을 따면 어떤 세리머니를 할 것인가’라는 말에 이유빈은 "오빠가 ‘올림픽 때 경례 세리머니를 다시 제대로 해주겠지’라고 한 말을 담아두고 있다. 그런데 그때 오빠랑 싸우면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라며 웃었다.

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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