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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IBK기업은행에 '버럭 호철' 왔다

김효경 입력 2021. 12. 09. 00:03 수정 2021. 12. 0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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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프로팀과 국가대표팀만 지휘했던 베테랑 김호철 감독이 처음으로 여자 프로팀 사령탑을 맡았다. V리그 복귀는 7년 만이다. [사진 KOVO]

항명과 무단이탈로 내홍을 겪었던 여자배구 IBK기업은행이 김호철(66) 감독을 선임했다고 8일 발표했다. 다혈질 성격 탓에 ‘버럭 호철’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 감독은 “아빠 같은 마음으로 선수들을 보듬겠다”고 했다.

선수 시절 명 세터로 이름을 날린 김 감독은 지도자로서 남자부 현대캐피탈을 맡아 두 차례 V리그 정상에 올렸다. 러시앤캐시(우리카드 전신) 지휘봉도 잡았고, 이후 현대캐피탈도 돌아왔다. 2014~15시즌 현대캐피탈을 지도했던 김 감독은 7년 만에 V리그로 돌아왔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뛰었던 이탈리아에 머물다 7일 밤 귀국했다. 배구선수 출신인 딸 미나씨 등은 이탈리아에 거주하고 있다. 김 감독은 가족들과 크리스마스를 보내려고 한 달 전 이탈리아로 갔다가 급히 귀국했다. 자가격리가 끝난 뒤 18일 흥국생명전부터 2023~2024시즌까지 기업은행을 지휘한다.

김 감독은 “내가 감독 후보라는 얘기는 들었다. 며칠 전 구단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제안을 받았다. 한참 망설이고 고민했다. 팀이 워낙 안 좋은 상황이라지만, 나도 언론을 통해 본 게 전부다. 새롭게 도전하겠다는 생각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번 사태에 대해 배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도쿄올림픽 덕분에 여자 배구 인기가 높아진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자가격리 기간 기업은행 경기를 보며 전술을 연구할 계획이다. 그는 “코치진은 현재 인원들과 손발을 맞출 생각이다. (현재 팀을 이탈해 있는 조송화 관련해서) 선수 문제는 구단에 일임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조송화의 무단이탈에 이어 그와 뜻을 함께한 김사니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으면서 혼란에 빠졌다. 김 코치가 지휘봉을 잡자 조송화가 은퇴 의사를 번복, 선수들이 감독을 몰아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다. 김 감독은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선배로서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정확한 상황을 모르니까 선수들을 만나 얘기를 먼저 듣겠다”고 했다. 이어 “가장 힘든 게 선수들이다. 하고 싶은 말도 못 할 것이다.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도록 신경 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이 여자팀을 맡은 건 처음이다. 그는 “남자와 여자 선수의 차이가 있지만 배구는 어차피 똑같다”고 했다. 남자팀을 이끌 때 그는 선수들을 강하게 몰아붙여 ‘버럭 호철’이라 불리기도 했다. 김 감독은 “나도 나이가 많이 들었다. 이제 할아버지다. 예전에는 ‘버럭 호철’이란 말도 들었지만, 선수 말을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감독이자 아빠처럼 팀을 이끌고 싶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한편 기업은행은 김사니 코치의 사의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무단이탈로 한국배구연맹(KOVO) 상벌위원회를 앞둔 세터 조송화를 두고는 “함께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프런트 혁신을 위해 사무국장을 교체하고 전문인력 보강 등 혁신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윤종원 IBK기업은행 행장은 “구단주로서 이번 사태를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선수단 내 불화와 팀 이탈, 임시 감독대행 선임 등의 과정에서 미숙하고 사려 깊지 못한 구단 운영으로 팬들의 실망을 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올바른 선수단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재창단한다는 각오다. 신임 감독을 중심으로 한 선수단 체질 개선, 프런트의 근본적인 쇄신 추진 등으로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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