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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불던 FA 시장 후끈 달아오르는 까닭

최민규 입력 2022. 01. 15.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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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의 안과 밖] 프로야구 연봉 계약이 이뤄지는 겨울을 스토브리그라고 부른다. 스토브리그의 꽃은 프리에이전트(FA) 계약. 지난 두 시즌 동안 잠잠했던 FA 몸값이 다시 뛰어오르고 있다.
KIA는 외야수 나성범(오른쪽)과 6년 총액 150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왼쪽은 장정석 KIA 단장.ⓒKIA 타이거즈 제공

지난 두 시즌 잠잠했던 프로야구 프리에이전트(FA) 몸값이 다시 뛰어올랐다. KIA는 지난해 12월23일 외야수 나성범과 6년 총액 150억원에 FA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2회 분할 지급되는 계약금 60억원과 매년 연봉 60억원, 옵션 30억원이다. 총액 기준으로 2017년 이대호(롯데)의 150억원(4년) 계약과 역대 타이 기록이다. 다음 날인 12월24일엔 양현종과 4년 총액 103억원이라는 역대 FA 투수 최대 규모 계약을 했다.

정규시즌이 끝나고 연봉 계약이 이뤄지는 겨울을 프로야구에서는 난로에 빗대 스토브리그(Stove League)라고 부른다. 스토브리그의 꽃은 FA 계약이다. 프로야구 선수는 입단 이후 구단의 독점계약권인 보류권에 묶인다. 소속 구단 외에는 선수 계약을 할 수 없다. 구단이 수요독점자인 노동시장에서 ‘플레이’라는 노동을 공급하는 선수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정 기간과 요건을 채우면 자유계약 신분인 FA가 된다. 독보적인 기량을 갖춘 선수일수록 여러 수요자와 협상하며 몸값을 높일 수 있다.

지난 두 번의 스토브리그는 차가웠다. 2019년 시즌 뒤 FA 계약 중 최고 금액 기록은 KIA에서 롯데로 이적한 2루수 안치홍이 세웠다. 4년 56억원 규모였지만 보장 기간 2년에 나머지 2년은 선수와 구단이 연장에 합의해야 하는 옵션이었다. 금액 중 6억원은 일정 성적 기준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었다. 전체 FA 계약 19건 중 총액 40억원 이상은 안치홍을 포함해 세 건뿐이었다. 통산 271세이브를 기록한 롯데 마무리 손승락은 어느 팀으로부터도 오퍼를 받지 못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이듬해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두산 내야수 허경민이 총액 85억원에 계약했지만 계약기간은 7년이었다. 연평균 12억1400만원으로 전해 안치홍(14억원)에 못 미쳤다. FA 계약 14건 중 총액 40억원 이상은 5건에 불과했다. 앞 다섯 번의 스토브리그에서 총액 80억원 이상 FA 계약이 18건(평균 3.6건) 나온 점과 대조된다.

지난 두 시즌 FA 시장 찬바람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최고 투수로 꼽히던 김광현과 양현종이 메이저리그행을 택하는 등 상대적으로 거물급 선수가 적었다.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구단들의 긴축 운영 기조였다. FA 고액 연봉이 리그 전체 재무 상태를 악화시켜 공멸을 부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2010년대 최다 우승팀 두산 베어스의 모기업 경영난은 위기의식을 심화시켰다. 구단들은 경쟁적으로 선수단 수를 축소했다. 구단들은 2018년부터 FA 연봉 상한선을 두자는 논의를 했다. 불발되긴 했지만 당시 논의됐던 안은 4년 총액 80억원이었다. 2019, 2020시즌 뒤 스토브리그에서 구단들은 자발적으로 이 선을 지켰다. 하지만 3년 만에 결국 깨졌다.

KBO는 2023년부터 연봉총액 제한, 즉 샐러리캡을 도입할 예정이다. 앞 두 시즌 외국인과 신인을 제외한 연봉(옵션과 FA 연평균 계약금 포함) 상위 40명 평균액의 120%가 상한액이다. 상한액은 2026년부터 재논의할 수 있다. 상한선을 넘을 경우 초과분의 50%가 제재금으로 부과된다. 2회 연속, 3회 연속 초과 시에는 제재 강도가 올라간다. 이와 별도로 외국인 선수 몸값은 정원인 3명 합계액 400만 달러로 제한된다.

이번 FA 시장 과열의 이유 중 하나가 샐러리캡으로 꼽힌다. 구단들이 ‘캡’이 씌워지기 전에 ‘돈을 쓸 자유’를 누리려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샐러리캡 제도가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에는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된다.

절차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연봉총액 제한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크다. 법적인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샐러리캡 자체가 KBO와 선수협회의 협의 과정에서 ‘FA 4년 80억원 총액 제한’의 대안으로 나왔다. 선수협회는 2019년 12월 총회에서 KBO의 샐러리캡 제안에 대해 ‘조건부 수용’ 의사만을 밝혔다. 당시에는 KBO가 샐러리캡의 구체적인 내용을 통보하지 않았다. 선수협회 사무총장으로 KBO와 협상했던 김선웅 변호사는 “아직 세부 내용에 대한 동의는 이뤄지지 않은 애매한 상태”라고 말했다.

구단들의 샐러리캡 준수 의지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연봉총액 제한은 구단 전체로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일부 구단이 성적을 위해 반대 입장을 택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한국 프로야구단은 모기업에 종속돼 있다. 구단 사장을 지낸 한 인사는 “그룹 총수가 예산에 관계없이 성적을 내라고 지시하면 구단은 따라야 한다”라고 말했다.

FA 몸값을 떨어뜨리고 싶다면

프로야구 역사에서 구단들이 선수 몸값에 대한 제한, 또는 담합을 시도했던 사례는 많다. 1982년에는 선수를 5등급으로 나눠 최고 연봉에 차등을 두었다. 1983년에는 연봉 인상률을 최고 25%로 설정했다. 1983년에 신인 선수 연봉 상한제를 시작했다. 외국인 선수와 FA가 등장한 뒤에도 어김없이 상한선을 두거나, 계약금과 다년 계약을 금지하는 결정이 뒤따랐다. 하지만 신인 선수 연봉 상한선을 제외한 모든 시도는 실패로 끝나 사라졌다. 구단들 자신이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1년 연봉만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하면 샐러리캡 상한액은 대략 73억원이다. SSG(98억원)와 NC(83억원), 삼성(74억원) 등 세 구단이 한도를 넘긴다. 구단마다 다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지나치게 엄격한 제약이라는 불만이 벌써부터 나온다. 과거처럼 대놓고 규약이나 리그 규정을 위반하지는 않겠지만, 상한액을 높이는 식으로 제한을 완화할 수 있다.

구단이 인건비에서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고액 FA 연봉이다. 샐러리캡 도입 목적도 결국 FA 연봉 억제다. 그런데 유능한 FA가 비싼 이유는 결국 공급이 적기 때문이다.

KBO 리그 FA 제도는 메이저리그(MLB)와 일본 프로야구(NPB)와 비교해 선수 자유도가 가장 떨어진다. 자격 취득 기간이 길고, 현금이나 선수 보상 부담도 가장 크다. 구단이 선수에게 계약의 자유를 주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구단이 희소해진 FA 선수를 더 비싸게 영입하게 됐다. 2018년 KBO 리그 최고 연봉은 상위 10% 평균의 3.13배, 전체 평균의 16.64배였다. 상위 10% 평균은 전체 평균의 5.32배였다. 세 수치 모두 MLB와 NPB보다 높았다. 선수 자유도가 가장 높은 MLB가 격차가 가장 적었다.

FA 몸값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FA 자격 취득 기간을 줄이는 등 선수 시장에 공급을 늘리는 게 더 합리적인 해법이다. MLB 구단주들은 그래서 지난해 선수노조와 단체협약 협상을 할 때 “29.5세가 지난 선수 모두에게 FA 자격을 주자”라고 제안했다.

최민규(한국야구학회 이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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