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미스샷이 없다면, 골프도 없다!
[골프한국] 자연계에서 가장 유능한 사냥조직으로 알려진 늑대 무리의 사냥 성공률은 10% 정도라고 한다. 열 번 사냥을 시도해서 겨우 한 번 성공하는 셈이다. 실패율이 90%라는 얘기다.
아프리카 초원의 최상위 포식자인 사자 무리의 사냥 성공률도 10%에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최상위 포식자들의 사냥 성공확률 10%도 완전한 성체의 경우에 해당되는 얘기다. 새끼 때는 엄마 아빠 형 누나들이 가져다주는 사냥감으로 성장하고 청소년기에는 사냥을 지켜보며 사냥술을 본능적으로 터득한다. 청년기에 접어들어야 사냥에 참여하지만 조력자 수준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최상위 포식자들의 사냥 성공률이 10%에 머문다는 것은 이들의 경험하는 실패의 정도를 짐작케 한다. 이들이 최상위 포식자의 위치에 오른 것도 수없이 경험한 실패의 산물인 것이다.
늑대들은 언제나 굶주려 있다. 그러나 늑대들은 배고픔 때문에 미친 듯이 살상하거나 자포자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괴감에 빠지는 일도 없다. 늑대들은 인내심을 갖고 오로지 바로 눈앞에 놓인 과제에 최선을 다한다.
사냥에 실패하면서 사냥기술을 연마해 나간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다음 사냥에 활용함으로써 마침내 성공적인 사냥법을 터득한다.
KFC의 창업자 커넬 샌더스는 하던 사업이 망해 은퇴연금 105달러로 새 사업을 시작했다. 주유소 창고에서 닭튀김 요리를 연구, 전국을 돌며 레시피를 설명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1008번 거절당한 끝에 1009번째에 성공, 세계적인 체인을 갖춘 오늘의 KFC로 성장할 수 있었다.
토마스 에디슨도 전구의 필라멘트를 찾기 위해 수백 가지 물질을 실험해 백열전구를 발명했다. '해리 포터'의 작가 조엔 K. 롤링은 원고를 들고 10여 군데 출판사를 찾아갔으나 퇴짜맞고 겨우 한 군데서 연락을 받고 출판, 공전의 베스트셀러를 탄생시켰다.
골프채를 잡은 이상 미스 샷과의 인연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다. 연습장에서 잘 맞다가도 필드에선 미스 샷이 속출하는 것을 두고 온갖 이유를 대며 절망하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계기로 삼지만 사실 골프에서 미스 샷을 빼면 골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매번 뜻한 대로 샷을 날릴 수 있다면 누가 골프에 매달릴 것인가. 골프의 매력은 사라지고 오늘날처럼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골프산업이 이렇게 호황을 누리지도 못했을 것이다.
맹수들에게 사냥 실패가 당연한 일이듯 골퍼에게 미스 샷은 당연하다. 미스샷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겨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맹수들이 거듭된 실패를 거치면서 최상위 포식자로 성장하듯 미스 샷은 골프 달인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일 뿐이다.
골프에서 미스 샷을 빼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 골프채를 놓지 못하는 것도 미스 샷 때문이다. 골프 고수로 부러움을 사는 것도 미스 샷의 결과다.
미스 샷을 골프의 한 요소로 인정하며 자기 발전의 계기로 삼는다면 결코 저주스러운 대상이 아닐 것이다.
'골프란 아주 작은 볼을, 아주 부적합한 채로, 아주 작은 구멍에 쳐넣는 게임'이라는 윈스턴 처칠의 불평대로 골프는 구조적으로 뜻대로 되지 않게 돼 있다. 그래서 많은 골퍼들이 뜻대로 될 때까지 땀과 정성을 쏟고 뜻대로 될 때 높은 성취감을 얻는 것이다.
미스 샷을 많이 내 본 사람만이
미스 샷을 줄이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훌륭한 골퍼란 미스 샷을 적게 날리는 사람이 아니라 미스 샷에서 교훈을 얻고 미스 샷을 줄이는 비법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벙커 샷의 달인은 벙커에 공을 많이 보냈던 사람이다. 러프의 달인도 미스 샷으로 러프에 공을 보내 러프 탈출 비법을 터득한 사람일 뿐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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