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올스톱"..'정몽규 후폭풍' 축구협보다 부산 아이파크가 더 문제다

김용일 입력 2022. 1.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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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이 17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을 찾아 사과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정몽규 후폭풍’은 대한축구협회(KFA)를 넘어 K리그 1부 승격 재도전에 나서는 부산 아이파크에도 ‘직격타’가 불가피하다.

‘벤투호 출신’인 히카르도 페레즈(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부산은 지난해 젊은 선수를 중심으로 리빌딩을 거쳐 2022시즌 1부 승격을 화두로 내걸었다. 갈수록 험난한 승격 전쟁이 벌어지는 K리그2에서 공격 지향적인 색채를 유지하면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모기업 현대산업개발(현산)이 광주 건설 현장에서 잇따라 대형 사고를 일으켰고, ‘든든한 조력자’로 구단을 지탱하던 ‘수장’ 정몽규 회장이 자진해서 물러나면서 위기에 몰렸다.

부산 구단은 2년 전 1부 복귀 한 시즌 만에 다시 2부로 강등하며 혼란을 겪었다. 여기에 지난해 소방수로 등장한 기영옥 대표이사가 광주FC 단장 재직 시절 구단 예산을 횡령한 혐의 등에 휘말리며 취임 보름 만에 자진해서 사퇴했다. 가뜩이나 ‘회장사 구단’이 두 번이나 강등한 것과 관련해 우려 목소리가 컸는데, 인사 검증 시스템 등 기본적인 행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에 비판 여론이 조성됐다. 이번엔 모기업이 전례가 없는 대형 사고에 휘말렸고, 최고 책임자가 경영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구단의 장래는 더욱더 어두워졌다. 부산 구단 측 한 고위 관계자도 본지 전화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 매우 좋지 않은 분위기”라며 말을 아꼈다.

연합뉴스

부산 구단은 2부 강등에도 모기업이 예산 지원 규모를 크게 줄이지 않는 등 비교적 안정적으로 살림살이를 꾸려왔다. 한때 당기순이익 700~800억 규모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축구단에 100억원 규모 지원을 유지한 게 정 회장이다. 그런 그가 현산 회장직에서 물러난 것뿐 아니라 현산 자체가 향후 정상적인 사업을 꾸리는 게 어려워지면서 구단에 어둠이 드리울 수밖에 없다. 복수 건설사 관계자는 “광주시 뿐 아니라 주요 지자체에서 현산 퇴출 및 불매 운동 조짐이다. 여러 아파트 조합 내에서도 (현산에 대한) 시공사 계약 해지 등을 외치는 상황이어서 기업의 매출 감소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증권 시장에서 현산 주가가 곤두박질하고 있다. (노형욱)국토부장관도 법이 규정한 가장 강한 처벌을 예고하지 않았느냐”며 “향후 수주 어려움이 따르는 것을 넘어 기업의 당기순이익이나 영업이익이 감소하면 누구도 투자를 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산의 신용 평가도 단기간에 영향을 끼치진 않을 수 있으나 장기 리스크가 크면 자금 조달이 안 된다. 자금은 금융 기관에서 차입해서 운용하는 데 내년 축구단 예산을 원활하게 조달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잇단 ‘광주 참사’로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오너인 정몽규 HDC그룹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KFA는 자중지란의 모양새다. 앞서 정 회장이 현산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그가 ‘9년째 수장’을 지키는 KFA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KFA 사정을 잘 아는 한 축구인은 본지에 “정 회장이 주업으로 삼은 현산 회장직을 경영상 책임을 지고 내려놓지 않았느냐. KFA 회장직을 유지할 명분이 부족해져 여러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정 회장은 1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KFA 임원 회의에 전격 등장했다. 임원 회의는 매주 화요일마다 열리는데, 애초 KFA 직원들은 전날까지 광주 사태 진압에 분주했던 정 회장이 참석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정 회장은 보란 듯이 축구회관을 찾았다. 임직원에게 “현재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동요하지 말고 맡은 임무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산 회장직에서는 물러났지만 KFA 회장직은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자연스럽게 대한체육회 부회장직을 포함해 체육계에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는 기조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향후 행보를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견해가 있지만 이런 기조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축구계 일부 관계자는 “회장직을 유지해도 당분간 ‘심사숙고’라는 말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현산 내에서도 ‘정 회장은 다른 수장직은 다 유지한다’고 언론에 언급하는 데 매우 경솔한 행동”이라며 “KFA 스폰서나 여러 축구인 사이에서 수군거리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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