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는 염기훈 "이별에도 예의가 있습니다"

박주미 입력 2022. 1. 1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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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에서 달인으로 통하는 '왼발의 마법사' 수원 염기훈이 폭탄 선언(?)을 했다.

말이 쉬워 3골이지 어려운 일인데?(염기훈은 K리그 최초 80골-80도움 달성에 근접했던 2017년부터 3년 연속 6골로 기세를 올렸지만, 출전 시간 부족으로 2020년에는 3골, 지난해 1득점을 기록했다.

만약 올해 염기훈이 3골을 추가하지 못하고 은퇴한다면 한동안 기대하기 힘든 대기록이다.

K리그의 역사적인 순간이 올해, 염기훈의 발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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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에서 달인으로 통하는 '왼발의 마법사' 수원 염기훈이 폭탄 선언(?)을 했다. 올해가 끝이라고.
시즌 '시작' 전에 '마지막'을 밝힌 이색적인 은퇴 예고는 동료들도 몰랐던 깜짝 오피셜이다.

수원 삼성은 지난 3일부터 제주에서 1차 동계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말 수원과 1년 재계약한 염기훈 역시 다가올 시즌을 위해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 KBS 취재진은 올 시즌 K리그에서 나올 가능성이 큰 '80골-80도움 기록' 달성 후보를 만나기 위해 18일 제주로 향했다.

'80-80클럽' 달성을 위한 각오를 듣기 위해 염기훈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염기훈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올해가 끝"이었다. 은퇴를 입 밖으로 꺼낸 염기훈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고 즐거워 보였다. 염기훈은 "마지막 해에 딱 두 가지 목표가 있는데 리그 우승과 80-80까지 하고 싶어요."

다음은 염기훈과의 일문일답.

-동계 훈련도 이번이 마지막인데 마음가짐이 어떤가.

▲후회 없이 달려왔고요. 솔직히 지난해까지는 동계 훈련 힘들겠다 생각했는데 올해는 마지막이라는 생각하고 왔기 때문에 즐겁고 운동하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아요.

-마지막이어서 동기부여가 더 강할 것 같다.

▲올해 딱 두 가지 목표가 있어요. 수원의 리그 우승과 함께 은퇴하고 싶고 80골-80도움도 하고 싶죠. 누구보다 간절해요. 올해 말고 이제 더는 기회가 없잖아요.

-80골, 80도움 달성까지 3골이 남았다. 말이 쉬워 3골이지 어려운 일인데?
(염기훈은 K리그 최초 80골-80도움 달성에 근접했던 2017년부터 3년 연속 6골로 기세를 올렸지만, 출전 시간 부족으로 2020년에는 3골, 지난해 1득점을 기록했다.)

▲하하하. 정말 말은 쉬워요. 올해는 감독님께서 많이 도와주셨으면…. 하하. 얼마 전에 몇 골 남았는지 물으셔서 3골이라고 말씀드렸더니 팀에서 많이 도와줘야겠다고 하셨거든요. 올해는 감독님께서 좀 더 기회 주시지 않을까...바라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도 운동할 때 체력 관리 집중하게끔 배려 많이 해주시거든요. 그 배려에 보답 하기 위해서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출전 순간, 제 역할을 해낼 수 있게 더 노력하고 있어요.

-70골, 70도움 완성했을 때 프리킥 골로 기록 달성했다. 기억하는지.

▲기억하죠. 그래서 80-80클럽까지 한 골은 프리킥 골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80골까지 3골 남았는데 한 경기에서 3골 넣고 기록 달성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하. 못 할 것 없죠.

-이제 '왼발의 달인' 수식어는 누가 이어받나. 염두에 둔 후계자 있는지.

▲지난해 워낙 감각 좋았던 (이) 기제에게 기대 걸어요. 프리킥과 크로스가 탁월하거든요. 기제가 다른 팀 안 가고 수원에서 오래 뛰면서 이어줬으면 해요. 수원하면 왼발잡이 계보가 탄탄하잖아요. 왼발이 특출난 선수가 많았어요. 고종수 선수부터 해서 쭉 이어졌는데 제가 없어도 이기제와 김민우 등 왼발 잘 쓰는 선수들이 해주길 바라죠.

-우염시살. 어떤 뜻인지 알고 있는지?

▲그럼요. '우리는 염기훈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정말 감사하죠. 팬들에게는 항상 죄송해요. 제가 수원에서 10년 넘게 있으면서 개인적으로는 기록도 세우고 했지만, 팬들이 가장 원했던 우승에 가까운 성적을 못 내서 죄송한 마음이 커요.

-은퇴를 미리 알리는 이유도 팬들 생각 때문인지.

▲대개 시즌 끝날 때쯤 알리거나 하잖아요. 그런데 시즌 막판에 저 은퇴해요. 하면 서운할 것 같더라고요. 일찌감치 은퇴를 밝혀서 서로 준비할 시간을 두고 마지막으로 향해 다가가는 게 맞지 않나. 좀 더 이 1년을 서로의 기억에 남게끔 해보자라는 생각이었죠. 그동안 받은 사랑이 너무 커서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예의인 것 같아요.

(이 대목에서 염기훈의 목소리는 조금은 낮아졌고 한마디 한마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이제는 팬들이 보내준 그 큰 함성과 응원을 못 듣게 되는 거잖아요. 올해가 지나면. 그래서 저도 그걸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팬들도 저도."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라는 책 제목처럼 헤어짐을 위해 서로를 존중하며 끝을 준비하는 과정. 염기훈이 언급한 예의라는 단어에서 염기훈이 그동안 팬들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K리그 40년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완성되지 못한 80골-80도움 동시 달성 기록. 만약 올해 염기훈이 3골을 추가하지 못하고 은퇴한다면 한동안 기대하기 힘든 대기록이다. K리그의 역사적인 순간이 올해, 염기훈의 발끝에 달려있다.

박주미 기자 (jju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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