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차스타'도 예외없다..실력없으면 짐싸!..두산의 '토사구팽' 프로 마인드

2022. 1. 20.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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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이틀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진실은 무엇일까? 36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결정을 내렸을 텐데 뒷맛이 개운치 않다. 자신의 장래를 타인의 강요(?)에 의해서 운명이 바뀐다면 어떤 느낌일까.

두산에서만 뛰었던 프랜차이즈 스타 유희관의 은퇴소식을 들은 후 계속 드는 의문이다. 유희관은 지난 18일“오랜 고민 끝에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 우선 좋을 때나 안 좋을 때 한결같이 응원해주신 모든 팬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작년 시즌 뒤 많은 고민을 했다. 후배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물러나야 할 때라는 생각을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은퇴 소감만 보면 전혀 문제가 없다. ‘박수 칠 때 떠나라’라는 말이 있듯이 정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프로야구판에서 이름 석자 남겼으니 ‘쿨’하게 떠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지난 해 100승을 기록한 유희관은 선수생활의 미련이 남은 듯해서이다. 그래서 지난 14일까지 올 시즌 연봉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의 목표가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역대 두산 투수중 최다승 피쳐가 되는 것이다. 물론 지금 통산 좌완 최다승 기록은 갖고 있다.

1982년 OB로 출발한 두산은 프랜차이즈 역사상 100승을 달성한 투수가 단 두명 밖에 없다. 한명이 바로 유희관이었다. 통산 101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한명, 장호연이다. 장호연은 1983년 OB 유니폼을 입고 1997년 은퇴때까지 15년간 109승을 올렸다.

지난해 9월 100승 고지를 힘겹게 넘은 유희관은 구단 역대 최다승 투수가 되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정했다고 했다. 유희관은 "내가 언제까지 야구를 할지 모르지만, 장호연 선배의 109승을 넘어 두산 최다승 투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이렇게 까지 자신의 목표가 뚜렷했던 유희관이 은퇴발표문 첫머리인 “오랜 고민 끝에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라고 한 말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구단이 유희관을‘강제은퇴'를 시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지난 14일까지 올시즌 연봉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유희관이 4일만에 은퇴의 길로 접어든 것은 그의 자존심이 송두리째 짓밟히는 상처를 받아서인 듯 하다. 오직 13년간 두산 유니폼을 입은 유희관이 도저히 더 이상 선수생활을 영위하고 싶지 않았던 것 아닌가 싶다.

지금 주변에 떠도는 말은 지난 해 3억원의 연봉을 받은 유희관이 구단으로부터 억대도 되지 못하는 수준의 연봉을 제시 받았다는 것이다.

설마 모기업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두산이지만 김재환에게 115억원이라는 거금을 쏠 수 있는 재정능력이 있는데 좀스럽게 몇천만원이 아까워서 프랜차이즈 스타를 버렸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두산스러운' 결정이었다는 것을 나름대로 짐작할 수 있다. 두산은 프랜차이즈스타를 대접하지 않는 전통아닌 전통이 있다. 두산 프랜차이즈 스타중에서 구단과 기분좋게 헤어진 스타가 몇 명있을까. 안타깝게도 대부분 끝이 좋지 않았다.

구단 입장에서는 돋아나는 새싹이 많았다. 일명 화수분 야구다.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 바람에 선배들은 다른 팀으로 떠나지 않고 한 팀에 몸을 바쳤지만 쓸쓸하게 팀을 떠나거나 은퇴할 수밖에 없었다.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다시 돌릴 수 없는 것'처럼 구단 입장에서는 ‘생돈’을 주고 베테랑을 잡아둘 것이 아니라 싼값인 ‘될성 부른 떡잎’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더 이득이었다.

안타깝게도 화수분에서 선수들은 나왔지만 '돈’은 나오지 않은 탓에 두산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프랜차이즈 스타를 단물 쓴물 다 빼먹고 버린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있다. ‘교활한 토끼가 잡히고 나면 충실했던 사냥개도 쓸모가 없어져 잡아먹게 된다’는 것이 원래 뜻이다.

지금은 ‘필요할 때는 소중히 여기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버리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통한다. 지금 행태로 봐서 프로 구단 두산에 딱 어울리는 사자성어인 듯 해서 씁쓸하다.

유희관이 지금까지 살면서 평생 업으로 삼았던 것이 야구이다. 이제 그 평생의 업을 떠나서 '제 2의 인생'에 나선 유희관의 앞날에 오직 꽃길만이 펼쳐지기를 바란다.

[사진=마이데일리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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