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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굿바이 두산' 유희관의 눈물.."참 행복한 선수였네요"

김민경 기자 입력 2022. 01. 20. 15:43 수정 2022. 01. 2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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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희관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 좌완 에이스 유희관(36)이 잠실 마운드에 작별을 고했다.

유희관은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프로 데뷔 13년 만에 유니폼을 벗는 소감을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지난 18일 구단을 통해 은퇴를 선언한 지 이틀 만이다. 기자회견에는 김태형 감독과 포수 박세혁, 투수 홍건희와 최원준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유희관은 장충고-중앙대를 졸업하고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에 지명돼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시속 130km 중반대 몸쪽 직구와 120km 초반대 바깥쪽 싱커를 활용해 타자들을 맥없이 쓰러뜨리는 신선한 재미를 안겨 '느림의 미학'이라 불렸다.

통산 성적은 281경기(1410이닝), 101승69패, 평균자책점 4.58이다. 2013년부터 선발로 정착해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고, 두산 프랜차이즈 좌완 최초로 100승 고지에 오르는 역사를 썼다. 장호연이 기록한 두산 역대 최다승 109승을 넘어서는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는 쪽을 선택했다.

유희관은 "내가 그래도 미디어데이 행사나 여러 가지 많이 해봐서 안 떨릴 줄 알았는데 너무 떨린다. 먼저 이렇게 영광스럽고 의미 있는 자리 만들어주신 구단주님을 비롯해 두산 프런트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신인으로 입단했을 때부터 정말 많이 부족했는데 아껴주신 두산 역대 감독님들, 그리고 내가 많이 부족한데 지도해주신 많은 코치님, 내가 정말 같이 땀 흘리면서 고생하고 가족보다 더 자주 봤고 더 자주 정말 이 영광스러운 자리를 위해 달려온 많은 선후배 동료들께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두산 팬 여러분이 아니었으면 내가 이 자리에 없다고 생각한다. 잘할 때나 못할 때나 항상 격려해주시고 질책해주셨다. 진심으로 감사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훔쳤다.

▲ 두산 베어스 유희관 ⓒ 잠실, 곽혜미 기자

다음은 유희관과 일문일답.

-은퇴 소감을 먼저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은퇴가 실감이 나는가.

오기 전까지는 사실 실감이 안 났다. 여러분을 보고 이제야 유니폼을 벗는구나 실감이 많이 나는 것 같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인생의 2/3 이상인 25년 이상을 야구를 했다. 지금도 믿기지 않지만, 내가 이런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선수다. 슬픈 날인데도 추운 날 찾아와주신 여러분이 있다. 내가 야구하면서 열심히 했고, 여러분께 잘 다가갔구나. 행복한 선수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

-편견과 싸워왔다고들 많이 하는데, 느림의 미학이라고도 불렸다. 어떤 의미인지.

나를 대변하는 좋은 애칭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를 대변하는 좋은 단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프로에 와서 느린 공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을 갖고 야구를 했다. 주변에서도 그렇고, 모든 분이 1~2년 하면 안 될 거란 말을 많이 하셨다. 남들 모르게 노력했고, 좋은 팀을 만나서 편견을 깰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언제부터 은퇴를 결심했나.

사람이라면 항상 마지막을 생각하는 것 같다. 당연히 모든 선수가 언젠가 은퇴를 하고 나 또한 은퇴한다고 생각했다. 작년에 내가 많이 부진했고, 2군에 있던 시간이 많았다. 처음 1군에 있으면서 포스트시즌 때 빠졌다. 그때 후배들이 야구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내가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줘도 된다는 마음이 많이 생겼다. 후배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흐뭇했다. 후배들이 명문 두산을 잘 이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2군에 있으면서 내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심을 많이 했고, 그때가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연봉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아는데 과정이 어땠는지 말해줄 수 있나. 이후 진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구단과 연봉 문제 때문에 은퇴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조금 더 확신이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예전의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많았다. 좋은 선수들이 많이 성장하고 있는데 내가 방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조금 더 좋은 모습일 때 떠나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 결정했다. 제2의 인생은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고 있다. 조언도 듣고 있다. 나도 내 제2의 인생이 어떨지 궁금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나 순간은.

기억에 남는 경기는 프로 첫 승 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13년 5월 4일.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니퍼트 대체 선발투수로 승리를 챙겼다. 그때 1승을 해서 지금 101승까지 왔기에 기억에 남는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프로에 들어와서 처음 우승했을 때가 가장 기뻤던 순간이다.

▲ 유희관 김태형 감독 ⓒ곽혜미 기자

-항상 깨고 싶은 기록으로 장호연의 109승을 이야기해왔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항상 기록을 의식하고 야구를 하진 않았지만, 그런 기록이 목표의식으로 다가와 나아갈 방향을 설정해줬다. 두산 최다승 기록을 깨고 싶었지만, 나보다 더 뛰어난 후배들이 나뿐만 아니라 장호연 선배의 기록을 깼으면 한다. 더 좋은 기록이 더 나와야지만 더 좋은 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태어나서 또 스포츠 선수가 된다면 어떤 종목을 하고 싶나.

야구 빼곤 다 할 것 같다. 공으로 하는 운동은 다 잘했다. 야구 빼고 뭘 했을 거란 생각이 딱히 들진 않는다. 너무 또 쉼 없이 달려왔기 때문에 야구는 이제 가슴속에 담아두고 싶은 마음이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국가대표 선발이 안 된 게 아쉬움은 없는가.

자신은 있었다. 내 공이 느렸기에 통할지 말지 이견이 많았다. 그런 아쉬움이 있지만, 한편으론 내가 부족해서 못 뽑혔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어떤 일을 해서든 그쪽에서는 대표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은퇴 후 팬들한테 받은 메시지 중에 기억 남는 말은.

악플 말고 선플 받은 게 오랜만이었다(웃음). 아쉽다는 말, 다시는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다는 말이 많이 마음을 울렸다. SNS에 댓글을 다 달아 드렸다 감사한 마음에. 팬이 없으면 프로야구 선수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보면서 많이 울컥했다.

-SNS에 '나를 미워했던 팬들께도 감사하다'고 했던데.

그런 분들도 사실, 예전에 악플보다 무플이 무섭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는 속상하지만, 돌이켜보면 응원과 애정이 있어 그렇게 말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모두 나를 좋아할 수 없지만, 넓게 보면 내가 아닌 야구팬인 거니까.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홍건희 유희관 박세혁 최원준 ⓒ곽혜미 기자

-은퇴 후 가장 슬퍼한 동료는.

내가 정말 팀에서도 그렇고 이 자리를 빌어서 후배들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싶다. 정말 잔소리를 많이 했다. 잔소리도 많이하고 모진 말도 많이 했다. 그랬는데 정말 모두가 연락이 왔고, 같이 있었던 (양)의지, (김)현수, (이)원석이, (최)주환이 다 연락해서 수고했다고 하더라. 후배들에게 좋은 말을 더 해줬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더 왜 챙겨주지 못했을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이 자리를 빌려서 내 잔소리 듣느라 미안했다고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다.

-선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선배들을 보면서 프로 선수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배웠다. 그 선배들이 없었다면 나도 이 자리에 없다. 두산만의 끈끈한 선후배 문화가 있다. 아무리 야구를 잘하고 대단한 선수라도 선후배는 확실히 지켜야 한다는 문화가 있다. 보고 배워서 후배들에게 잘 설명했고,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에 그랬다.

-김태형 감독이 해준 말은 없나.

정말 고생했단 말을 많이 해주셨다. 감독님과는 좋은 기억과 안 좋은 기억이 있지만, 좋은 기억이 더 많다. 티격태격한 게 많았다. 아들처럼 생각해 챙겨주려 하신 게 많았다. 처음 부임하셨을 때 우승했고, 내 야구 인생 커리어 하이인 18승도 했다. 감독님께서 조금 더 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하셨는데, 나아가서 또 다른 인생을 살 때 더 멋지고 좋은 일만 가득하란 덕담을 많이 해주셨다.

-선수 생활하면서 편견을 깨고 가장 뿌듯했던 점은.

8년 연속 10승 기록이다. 100승을 했다는 게 또 팬 여러분의 편견을 조금이나마 깨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 혼자 이뤄낼 수 없는 기록이기도 하다. 두산에 들어와서 좋은 감독님, 코치님 만나서 세운 기록이다. 뻔하고 교과서적인 말일지 몰라도 동료들이 없었다면 이런 기록을 세울 수 없었다. 웃으면서 행복하게 은퇴 기자회견을 하면서 야구 인생을 마칠 수도 없었을 것이다.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그라운드에서 항상 유쾌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다르게 보면 팬들을 가장 생각했던, 두산을 사랑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비록 내가 여기서 야구를 못 하고 은퇴를 하지만, 계속 팬들께서 후배들을 많이 사랑해주시고 두산을 넘어서 프로야구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예전의 인기로 돌아갔으면 한다. 팬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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