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딤플과 그루브에 숨은 골프의 비밀

방민준 2022. 1. 2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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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공의 표면 딤플.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골프공의 표면이 탁구공처럼 반들반들하고 아이언클럽 헤드의 표면이 밋밋하다고 상상해보자.
과연 골프가 지금과 같은 인기 있는 스포츠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비거리는 현재의 딤플(dimple) 공보다 3분의 1밖에 안 나가고 방향성도 종잡을 수 없을 것이다. 의도한 대로 샷을 창조해내는 데서 얻는 쾌감은 찾을 수도 없다. '멀리 그리고 정확히(Far and Sure)'를 이상으로 삼는 골프의 존재의미가 사라질 테니 오늘날처럼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구기 스포츠에서 사용하는 공과 골프공의 차이점은 표면에 있다. 농구, 축구, 야구, 배구, 탁구, 볼링 등에서 사용하는 공은 표면의 질감만 다를 뿐 굴곡이 없다. 그러나 골프공 표면은 지름 3~4mm 원형의 살짝 패인 자국이 빼곡하게 덮고 있다.



 



딤플이다. 오목하게 패인 곳, 보조개 등을 의미한다.
이 딤플이 골프 인기에 날개를 나는 구실을 했다. 



골프의 발상지로 알려진 스코틀랜드의 목동이나 어부들이 심심풀이로 골프놀이를 할 때의 공은 털 뭉치나 나무로 만든 것이었다고 한다. 17세기경에는 오리나 거위 털로 속을 채우고 가죽으로 감싼 공(페더리, feathery)을 사용하다가 19세기 들어 페르카라는 고무나무의 수액을 가공한 구타 페르카(Gutta Percha)로 만든 공(일명 구티, Guttie)이 등장했다. 오늘날 사용하는 골프공의 원조다.



그런데 이 공을 사용하면서 깨끗한 새 공보다는 표면이 상처투성이인 공이 더 멀리 날아간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한 대학교수가 표면에 상처 자국이 난 공이 깨끗한 공보다 더 멀리 날아간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설명했다. 



날아가는 골프공의 뒤엔 순간적으로 빈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을 채우기 위해 주변 공기들이 모여들어 소용돌이를 일으키면서 공기 압력이 떨어져 공을 잡아당기는 저항력이 생긴다. 표면에 상처가 많은 공은 부딪히는 공기의 소용돌이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해 공기 저항을 덜 받아 공이 그만큼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이 교수의 설명이었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하는 최혜진 프로는 골프공과 아이언 샷을 잘 다룬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그린 적중률 1위는 물론, 드라이브 거리와 페어웨이 안착률, 그린 적중률을 종합한 히팅 능력지수 부문 1위에 올랐다. 사진제공=Ben Harpring_LPGA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러 새 공에 상처를 내어 사용하다가 한 기술자가 공의 표면에 작은 홈을 만들면서 딤플의 개념이 본격 도입되었다.



만약 딤플이 없다면 반발력이 높은 현재의 재질로라도 드라이브 비거리가 100야드 정도 덜 날아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골프공을 만드는 회사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골프공 하나엔 딤플이 약 350~500개 있다. 지름 약 4.3㎝인 공의 표면을 덮고 있는 이 딤플이 '멀리 그리고 정확히'의 골프 화두(話頭)에서 '멀리'를 해결하는 열쇠인 것이다. 



 



음악에서 그루브(groove)는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리듬의 느낌이나 감각을 뜻한다. 대중음악이나 지구촌 민족음악의 다양성을 구별 짓는 중요한 기준이다. 특이하고 규칙적이며 매력적이면서 개성적인 방법으로 지속되는, 보이지 않는 질서로 듣는 이의 흥을 돋우는 리듬 패턴, 직관적인 감각 등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그루브라는 용어가 골프에서도 사용되어 왔다는 사실이 충격적인 깨달음을 준다. 그루브로 인해 노래와 연주에 개개인의 개성이 드러나듯 헤드페이스의 그루브로 골퍼의 개성이 표출되기 때문이다.



 



아이언 표면 그루브. 사진=골프한국

 



골프에서 그루브는 아이언클럽의 헤드 페이스에 파인 홈이다.
홈의 모양은 V, U, ㄩ 등이 있지만 V자형이 대부분이다. 
골프에서 그루브의 기능은 절대적이다. 



수분의 통과를 도와 헤드페이스가 공과 깨끗이 접촉하도록 해준다. 러프에서 샷을 할 때도 풀의 영향을 줄여 준다. 백 스핀을 가능하게 해주고 그린에 떨어진 뒤 좌우로 구르게 방향을 조절할 수도 있다. 홀에 얼마나 가까이 붙이느냐를 결정짓는 샷을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기능은 그루브로 인해 가능한 것이다.



 



헤드페이스에 그루브가 없다면 타이거 우즈의 마술 같은 샷도 나올 수 없다.



지나친 스핀을 만들어내는 것을 막기 위해 영국골프협회(R&A)가 그루브의 모양과 크기 깊이 등을 제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골프가 존재하는 한 그루브는 어떤 형태로든 아이언 헤드페이스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루브가 없다면 'Far and Sure'에서 'Sure'가 실종될 것이기에.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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