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짝 물러서 본 '쇼트트랙 논란'[김세훈의 스포츠IN]

2022. 2. 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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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국제빙상연맹(ISU) 심판들이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부문에서 최종 판정을 내리기에 앞서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쇼트트랙은 111.12m 짧은 트랙에서 이뤄진다. 거기에 4~5명이 동시에 달린다. 기록이 아니라 순위 싸움이 중요한 경기다. 선수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 신경전도 날카롭고 전략·전술도 변화무쌍하며 변수도 무척 다양하다.

쇼트트랙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초기에는 시스템이 미흡한 탓이었다. 그런데 이후에도 논란은 여전했다. 그건 기본적으로 불가피한 몸싸움, 수시로 변하는 전술·전략, 상대로 인해 당할 수 있는 피해 등 변수로 보이는 게 상수기 때문이다. 시스템으로 완벽하게 제어하기 힘든 부분들이다. 쇼트트랙 올림픽 퇴출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전한 이유다. 이들은 “스케이팅 기량보다는 애매한 판정, 상대로부터 당하는 엉뚱한 피해, 심지어 신의 영역인 운까지도 승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실 쇼트트랙 만큼 기량 이외 변수가 승부를 크게 좌우하는 종목을 찾기는 힘들 정도다.

한국은 베이징올림픽 판정에서 손해를 봤다. 그런데 4년 전 평창올림픽에서는 우리가 득을 본 경우도 있었다. 중국이 이번 올림픽 판정에서 과할 정도로 득을 보고 있음도 인정한다. 이처럼 올림픽 개최국들은 어떤 식으로든 득을 봤다. 출전국들은 정도 차이가 있을 뿐 판정에 득을 볼 때도 있었고 손해를 볼 때도 있다. 득보다 실이 많을 때 설욕을 다짐하는 건 인지상정. 우리도 올림픽을 치르면서 그랬고 평창에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중국도 그랬다.

쇼트트랙 판정은 인간 판단에 의존한다. 그래서 판정이 애매할 수도 있고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도 있다. 제3자 입장에서 오심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 똑같이 우리에게 발생해도 마찬가지로 오심이라고 주장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인간이 내리는 판정이니 만큼 ‘보이지 않는 손’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이 지금 중국을 비난하는 것도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국제빙상연맹(ISU)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올림픽마다 실을 본 측이 득을 본 측을 비난하는 것도 똑같은 메커니즘이다.

베이징올림픽에 앞서 한국 쇼트트랙이 세운 당초 목표는 금메달 1~2개였다. 남녀 1500m를 금메달 가능 종목으로 봤다. 처음으로 실시돼 변수가 많은 혼성계주, 우리가 전통적으로 약한 500m는 메달을 따기 힘든 종목이었다.

한국 쇼트트랙은 최근 3, 4년 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잘 해야 금메달 2개”는 목표는 우리가 전력에서 상대를 압도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세운 것이다.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에 걸린 금메달은 9개다. 8일 현재까지 3개만 나왔다. 그 종목들은 우리가 메달 획득을 자신한 종목이 아니었다. 남은 금메달은 6개다. 그리고 이제 비로소 우리가 금메달을 노리는 종목이 이어진다. 남은 경기를 냉정하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바라보자. 국수주의와 포퓰리즘에 호소하는 숱한 보도와 방송들, “짐을 싸고 귀국하라”는 선배들의 감정적인 표현, 비전문가들이 숟가락 얹는 듯 내뱉는 원론적인 말은 잠시 잊자. 대신 한국 쇼트트랙 목표가 “잘 해야 금메달 2개”였다는 것, 쇼트트랙 판정은 항시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결국 쇼트트랙은 100% 공정할 수 없는 경기라는 걸 인정하면서 말이다.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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