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루지 여제의 뼈있는 한마디, "중국에서는 할말 하지 않겠다"[베이징올림픽]
[스포츠경향]
“할 말은 많으나 중국에서는 하지 않겠다.”
루지 여제 나탈리 가이젠베르거(독일)가 입을 꾹 다물었다. 지난 8일 열린 여자 루지 1인승에서 1위로 골인, 2014년 소치 올림픽 이후 이 종목 3연패를 달성하고 통산 5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가이젠베르거는 공식 인터뷰에서 “독일로 돌아가면 할 말을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2019년 아들을 낳고 한 시즌 공백 뒤 2020년 루지에 복귀한 가이젠베르거는 “모든 메달에 다 의미가 있지만, 이번에는 엄마가 된 이후 처음 딴 메달이라 더욱 소중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가이젠베르거는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슬라이딩 코스 훈련을 위해 국제루지연맹의 주선 아래 단체로 중국을 찾았다가 크게 실망하고 돌아갔다. 몇일동안 좁은 방에 갇혀 한 걸음도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가혹한 격리생활과 매일 문앞에 떨구고 가는 형편없는 식사 등으로 고통을 겪었다.
독일로 돌아간 그는 중국에서의 끔찍한 경험을 공개하며 “베이징 올림픽에 나가지 않겠다”는 폭탄선언으로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중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비판 등 말로만 들었던 현장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체감하면서 받은 충격이 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이젠베르거는 고집을 꺾고 3주 전 올림픽 참가를 결정했다. “IOC가 올림픽 개최권을 베이징에 선사한 것은 선수들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다. 선수들은 거기에 가서 열심히 뛰느냐, 아니면 꿈이 산산조각 나는 길을 감수하느냐만 선택할 수 있다”면서 마지막 올림픽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가이젠베르거는 베이징으로 오기 전 중국의 인권상황 등 정치,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의사를 표출하지 말도록 하는 권고에 충실하고자 현장에서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기로 했다.
현재까지 베이징 올림픽에서 스포츠 경기 외 사안에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이는 지난해 여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때와는 매우 대조적인 현상이다. 스포츠의 정치, 사회적 이슈로부터의 중립성을 고집해온 IOC는 선수위원회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헌장을 개정하며 선수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개최지가 중국 베이징으로 바뀌면서 IOC의 헌장 개정은 불과 몇개월만에 빛을 잃고 말았다.
10일 밤 팀 릴레이 이벤트에서 올림픽 2관왕 3연패에 도전하는 가이젠베르거는 경기 일정을 마치는 즉시 베이징을 떠날 예정이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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