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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다보니 배구만 남더라"..AI페퍼스 '새 바람' 이고은

권수연 입력 2022. 05. 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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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앞서 페퍼저축은행 이고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용인, 권수연 기자) "컨디션요? 푹 쉬고와서 엄청 좋아요"

지난 9일, 용인 소재 연수원에서 만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이하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선수들은 둥글게 모여 몸을 풀고 있었다. 6주간의 휴가에서 복귀해 이 날 첫 훈련에 들어갔다. 고요한 코트에서 장신의 선수들이 옹기종기 모여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페퍼저축은행의 빨간색 유니폼을 걸친 이고은(27)이 카메라 앞에 섰다. 팀의 맏언니 뻘이지만 아직 학생처럼 애띤 얼굴과 붉은 컬러가 제법 잘 어울렸다.

■ "이적? 사실 아직 실감이..."

훈련에 이제 갓 복귀해 "지금 컨디션은 아주 좋다"는 말을 덧붙인 이고은에게 이적 소감을 넌지시 물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달, 'AI페퍼스 팬 페스트'를 열었다. 당시 이고은도 함께 참석했다. 이적 후 첫 공식 행보였다. 

이고은은 "당시에도 사실 (이적했다는) 실감이 잘 안 났다"고 말했다. 소속감을 느끼기도 전에 가진 행사니 어찌보면 당연하다. "여지껏 거쳐온 기성팀들과는 확실히 색깔이 다르다, 애들(선수들)이 너무 어리다보니 아주 천진난만하다"는 말도 뒤따랐다. 이전에 거쳐왔던 GS칼텍스, 한국도로공사 등 기성팀에서 그는 중간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입장이 다르다.

그는 "사실 기성팀에서는 큰 언니들도 많았고, 내 배구만 편하게 하면 됐었는데 지금은 솔선수범해서 팀을 이끌어야하는 책임감이 좀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앞서 페퍼저축은행 이고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페퍼저축은행은 가장 맏언니인 문슬기가 만 29세다. 03년생, 01년생 선수들이 팀을 가득 메웠다. 병아리 반, 달걀이 반이다. 고참팀에 가면 선배들의 등 뒤를 보고 한참 배울 선수들이 이곳에서는 주전 노릇을 해야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령탑인 김형실 감독(71)도 문슬기 다음으로 팀의 큰 언니인 이고은에게 키잡이 역할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리더 역할이다. 팀의 변화와 도약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이고은 또한 이러한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이고은은 "부담감이 없지는 않다, 사실 그런건 자리가 완전히 잡히기까지는 쉽지않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프로 입문 10년차지만 앞장서서 팀을 이끄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의 도전이다. 하지만 그는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유니폼 컬러를 바꿨고 그만큼 의욕도 높다. 

이고은은 "배구는 함께 하는 팀 운동이니까 함께 잘 어우러져서 '해보자, 해보자'하는 팀 분위기가 기대된다, 내가 잘 끌어서 도와줄 수 있는건 도와주고 함께 소통하면서 이끌면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 '최태웅 선생님' 은 내 원동력 

이고은은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배구를 시작했다. 시작하게 된 계기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다니던 초등학교에 배구부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엔 배구부에 아무 생각없이 가서 그냥 친구들이랑 공만 주고받고 놀다오고, 그러다 다른 애들처럼 집에 와서 학원에 가고 그런게 일상이었다"며 "그런데 점점 하다보니 학원 갯수는 줄어들고 막판엔 배구만 남더라, 그래서 배구를 했다"고 말하며 빙그레 웃었다. 당시 오빠와 함께 배웠던 태권도는 귀한 체력 밑천으로 남았다. 

초등학교때 갓 시작한 배구의 추억은 프로인생을 살면서도 가장 진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는 "6학년 소년체전 때가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게임 전에 코치님이 꿈을 얘기해주셨다"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내놓았다. 

"코치님이 경기 전날 밤에 꿈을 꿨는데, 내가 선생님(코치)을 업고 가파른 산을 막 뛰어 올랐다더라"고 웃으며 말한 이고은은 당시 소년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렇게 접어든 본격적인 배구인생에서 그는 최고의 롤모델을 만났다. 현재 남자부 현대캐피탈 사령탑인 최태웅(46) 감독이다.

최 감독은 선수 시절 삼성화재에 입단해 77연승 주역으로 활약, 10여년을 국가대표 주전 세터로 뛰었으며 프로배구 사상 처음으로 7,000세트 성공을 만들어내며 맹활약을 펼쳤다. 

이고은은 "중학교때부터 (최태웅 감독을) 너무 좋아해서 유니폼에 사인도 받아오고 그랬다, 정말 대단하고 멋진 분이다, 최태웅 선생님께서 가다가 마주쳤을때 격려해주신 기억이 선수생활을 지속하는데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지금도 그렇다"고 회고했다.  

인터뷰에 앞서 페퍼저축은행 이고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인터뷰에 앞서 페퍼저축은행 이고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 '역도' 배우러 다니는 세터

'배구는 세터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세터 포지션은 공격수를 지휘하는 지휘자 역할이다. 공격수에게 어떻게 공을 올려주느냐에 따라 그 날의 승패가 결정될 정도로 막중하다. 이 때문에 작전타임 중 각 팀의 주전세터들이 감독에게 유달리 꾸중을 듣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의 마인드 컨트롤이다. 아무리 뛰어난 세터라도 냉정함을 유지할 수 없다면 공이 엉뚱한 곳으로 튀기 마련이다. 

그는 "코트 안에서만큼은 '흥분하지 말자'고 끝없이 되새긴다, 나는 공격과 수비를 잇는 중간 역할인데 터져버리면 팀 전체에 영향이 가지 않나"고 말했다.

'배구 외에 혹시 따로 즐기는 운동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의외로 "휴가 기간에 역도를 하러다녔다"는 깜짝 대답이 돌아왔다.

"아는 분이 있어서 실업팀에 가서 몸을 좀 만들 겸 웨이트를 한다는 느낌으로 조금 배웠다, 역도 선수들이 점프력이 좋으니 배구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한 이고은은 이내 "탁구 치는 것도 좋아하고, 테니스도 좋아한다"고 선선히 대답했다. 

■ "부상없이 완주 목표...세터상도 받고싶어"

다음 시즌 가장 큰 목표는 역시나 "팀 전원이 부상없이 시즌을 잘 마치는 것"이다. 이고은은 "일단 팀 성적을 잘 내고, (주전 세터로서) 자리를 잘 잡고싶다"고 각오를 전달했다. 

물론, "내가 조금 더 잘해서 세터상도 한번 받아보고싶다"는 소소한 바람은 덤으로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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