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홍명보처럼..'최태웅 배구상'의 묵직한 울림

최현길 기자 입력 2022. 5. 1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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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배구 현장의 목소리는 거칠고 메마르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46)은 최근 2개 고교 배구팀에 '최태웅 배구상'이라는 타이틀로 각각 2000만 원씩 총 400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최태웅 배구상'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보고 배울만한 선구자들이다.

'최태웅 배구상'은 초석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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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사진제공 | KOVO
요즘 배구 현장의 목소리는 거칠고 메마르다. 프로 무대에서는 신인 중 쓸 만한 자원이 부족하다고 불만이다. V리그에 특급 신인이 사라진 지 오래다. 학교에서는 선수로 육성할만한 키 큰 아이들이 배구를 지망하지 않는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선수가 적어 겨우 8~9명으로 팀을 꾸린 채 대회에 출전하는 배구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래 연령층으로 갈수록 문제는 더 심각하다. 뿌리가 흔들리면 한국배구의 미래는 ‘뻔할 뻔’자다.

이런 현실에서 ‘최태웅 배구상’이 갖는 의미는 묵직하다. 유망주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46)은 최근 2개 고교 배구팀에 ‘최태웅 배구상’이라는 타이틀로 각각 2000만 원씩 총 400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최태웅 배구상’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배구 선수의 꿈을 키우는 유망주에게 지원하는 장학금이다.

최 감독이 처음 기부를 결심한 것은 7년 전인 2015년이다. 선수를 하다가 곧바로 현대캐피탈 감독이 된 첫 해다. 현역 선수가 코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사령탑에 오른 첫 사례여서 모두들 놀랐다. 최 감독 스스로에게도 충격이었다.

지휘봉을 잡은 뒤 찬찬히 선수생활을 되돌아봤다. 그동안 관심과 사랑을 받기만 했다. 이제부턴 되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고마움을 표시할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 때 생각해낸 것이 ‘기부’였다. 특히 어린 선수에게 초점을 맞췄다. 배구하는 후배들에게 되돌려준다는 의미로 처음 1000만 원을 내놓았다. 이는 국가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모금사업에 쓰였다.

단발성이 아니었다. 꾸준하게 기부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유소년 배구대회 현장을 자주 찾는 최 감독은 배구선수를 지망하는 학생 수가 점차 줄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여건을 마련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2017년 장학금을 마련했다. 바로 ‘최태웅 배구상’이다. 주위의 격려와 함께 잔잔한 화제가 됐다.

이듬해엔 든든한 후원자도 나타났다. 최 감독의 열렬한 팬인 신지원 씨(당시 90세)가 좋은 곳에 써달라면서 1억 원을 선뜻 내놓았다. 그 때부터 매년 2000만 원으로 기부금이 늘었다. 지원 대상을 천안 지역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했다. 최 감독은 “더 많은 후배들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고 했다. 2015년부터 진행해온 기부는 올해까지 총 1억300만 원이 됐다.

축구계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유망주를 후원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1988년 시작된 차범근축구상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한국축구의 미래를 발굴해왔다. 홍명보장학재단도 20년 이상 유망주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하고 있다. ‘최태웅 배구상’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보고 배울만한 선구자들이다.

뿌리가 허약하면 꽃을 피우기 어렵다는 것은 세상의 이치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어린 선수들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한 채 좋은 선수 타령만 해선 곤란하다. 한국배구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유망주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먼저다. ‘최태웅 배구상’은 초석 중 하나다. 뿌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은 배구계 전체가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숙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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