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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유망주' 나현수, 현대건설서 꽃 피울까

양형석 입력 2022. 05. 19. 08:15 수정 2022. 05. 1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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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김현지 세터와의 트레이드 통해 현대건설로 이적한 왼손잡이 센터

[양형석 기자]

현대건설이 트레이드를 통해 V리그 유일의 왼손잡이 센터를 영입했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구단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세터 김현지를 인삼공사로 보내고 중앙공격수 나현수를 영입하는 1: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대전용산고 시절까지 오른쪽 공격수였던 나현수는 프로 입단 후 포지션을 센터로 변경했다. 하지만 나현수는 포지션 변경 후에도 한송이와 박은진, 정호영 등 인삼공사의 쟁쟁한 센터들에 밀려 충분한 출전시간을 부여 받지 못했다.

사실 이번 트레이드에서 더 급했던 쪽은 인삼공사였다. 지난 시즌 염혜선의 부상을 틈 타 23경기에 출전하며 실질적인 주전 역할을 했던 하효림 세터가 갑작스럽게 은퇴했다. 백업세터가 부족했던 인삼공사는 유망주 센터 나현수를 내주고 현대건설로부터 아직 V리그에서 3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한 김현지 세터를 영입했다. 주전세터 염혜선이 대표팀에 차출된 인삼공사로서는 더 이상의 전력누수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셈이다.

여고생 국가대표, 센터 변신도 쉽지 않았다
 
 오른쪽 공격수로 국가대표에도 선발됐던 나현수는 프로 입단 후 중앙공격수로 변신했다.
ⓒ 한국배구연맹
 
184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왼손잡이 공격수 나현수는 나혜원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대형 왼손잡이 오른쪽 공격수 유망주로 배구팬들의 많은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2018년 발리볼 네이션스리그에서는 선명여고의 박은진(인삼공사)과 함께 대표팀에 선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3순위 내 상위지명이 유력할 거라던 나현수는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조차 받지 못했다.

사실 남녀부 할 거 없이 V리그에서 오른쪽 공격수 자리는 대부분 외국인 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문정원(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처럼 윙스파이커로 활용하기 힘든 장신의 왼손잡이 공격수는 과거에 비해 가치가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결국 '여고생 국가대표'로 큰 기대를 모았던 나현수는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1순위로 인삼공사의 지명을 받으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나현수는 루키 시즌 14경기에 출전해 16득점을 올리며 인삼공사의 토종 오른쪽 공격수로 키워지는 듯 했다. 하지만 2019-2020 시즌 인삼공사에 발렌티나 디우프라는 거물 외국인 선수가 합류하면서 나현수는 완전히 입지를 잃고 말았다(실제로 디우프는 인삼공사에서 활약했던 두 시즌 동안 정규리그 56경기를 모두 개근했다). 이영택 전 감독이 득점왕 디우프를 빼고 웜업존에 있는 나현수를 투입하는 것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우프라는 결출한 외국인 선수로 인해 오른쪽에서 존재감이 희미해진 나현수는 센터로 포지션 변경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리틀 김연경'으로 주목 받으며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인삼공사에 입단했던 정호영이 한 시즌 만에 윙스파이커에 한계를 느끼고 나현수와 비슷한 시기에 센터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인삼공사의 코칭스태프로서도 184cm의 나현수보다는 190cm의 정호영을 더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현수는 센터로 활약했던 지난 시즌 원포인트 블로커로 16경기에서 23번의 세트에 출전했지만 블로킹으로만 2득점을 기록했을 뿐, 공격득점은 단 1점도 올리지 못했다. 애초에 기회가 부족했던 것도 문제였지만 6번의 공격시도에서 범실이 5개나 됐을 정도로 아직 중앙공격수로서 기량이 부족했고 세터와의 호흡도 여의치 않았다. 그렇게 나현수는 고교 시절 라이벌들이 국가대표로 성장한 네 시즌 동안 62경기에 출전해 31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현대건설의 첫 번째 백업센터 될까
 
 하효림의 갑작스런 은퇴로 세터에 구멍이 생긴 인삼공사는 트레이드를 통해 김현지 세터를 영입했다.
ⓒ 한국배구연맹
 
사실 한송이와 박은진, 정호영이 건재하고 2003년생 유망주 이지수까지 가세한 인삼공사에서 나현수가 센터로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나현수 입장에서는 출전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은 인삼공사보다는 새로운 팀에서 새 출발을 하는 게 전혀 나쁠 게 없다. 문제는 나현수가 이번에 이적하게 된 팀이 다름 아닌 2021-2022 시즌 1위를 차지한 현대건설이라는 점이다. 

현대건설에는 2020 도쿄올림픽까지 10년 넘게 한국 여자배구의 붙박이 주전 센터로 활약했던 양효진과 앞으로 향후 10년 동안 대표팀의 센터 포지션을 책임질 차세대 센터 이다현이 있는 팀이다. 실제로 양효진과 이다현은 지난 4월 18일에 열린 V리그 시상식에서 나란히 센터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된 바 있다. 한마디로 현대건설은 현존하는 V리그 최고의 센터 2명이 함께 뛰고 있는 팀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언제나 주전 센터를 보좌할 백업센터를 준비해 둬야 한다. 현대건설에는 정시영이 백업센터 역할을 했는데 정시영 역시 전문 센터 출신이 아니라 나현수가 정시영과의 경쟁에서 승리한다면 양효진과 이다현을 보좌하는 백업센터로 출전 기회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오른쪽 공격수로 외국인 선수의 백업 역할까지 해준다면 나현수의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한편 하효림의 은퇴로 세터진이 허약해진 인삼공사는 현대건설로부터 프로에서 세 시즌을 보낸 2002년생 유망주 세터 김현지를 영입했다. 사실 현대건설에는 이번 시즌 세터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된 김다인 세터와 베테랑 이나연 세터가 있기 때문에 김현지 세터는 경기에 나설 기회가 거의 없었다. 반면에 인삼공사에는 현재 주전 염혜선 세터를 제외하면 프로 무대에서 자리를 잡은 세터가 없어 김현지에게는 이번 이적이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사실 김현지는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5순위 출신으로 주목 받는 유망주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하지만 지난 시즌 리그 최고의 세터인 김다인이 2017년 2라운드4순위 출신이었고 신인왕 이윤정(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역시 2021년 2라운드2순위 출신이다. 인삼공사에 새로 합류하는 명세터 출신 이숙자 코치의 지도를 받게 될 김현지 세터 또한 꾸준히 노력한다면 훗날 충분히 인삼공사의 주전 세터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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