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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장·차관 기용에 체육인 홀대 인상 짙어 [이종세 칼럼]

이종세 입력 2022. 05. 20. 08:06 수정 2022. 05. 2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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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문재인, 체육 분야 인식은 ‘도긴개긴’
체육 총괄 장관에 언론인, 차관은 경제 관료
대선 앞 체육인대회의 ‘공약’ 외면도 엇비슷

지난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우리나라 체육을 총괄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에 박보균(68) 대통령직 인수위 특별고문(전 중앙일보 부사장 대우), 차관에는 조용만(61)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을 임명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체육 분야에 대한 시각과 인식이 9일 물러난 문재인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아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기대 속에 산뜻한 출발을 다짐하고 있지만 체육 분야에 대한 관심은 문재인 정부 시절과 ‘도긴개긴’으로 별반 기대할 것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4월 9일 대선 1개월 앞두고 참석한 2017 대한민국 체육인대회에서 체육인의 자율권을 공약해놓고 흐지부지한 것이나,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25일 2022 대한민국 체육인대회에서 강조한 체육인 주권 실현도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아무리 대통령의 ‘후보 시절’과 ‘당선 이후’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두 전, 현 대통령의 체육 관련 행보는 꼭 빼닮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박보균 장관 친일 성향 논란…체육 연고 전무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15동에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윤석열 정부에서도 문화 체육 관광 업무와 인연이 없는 인사가 문체부 장관과 차관에 기용됐다. 사진=문체부 홈페이지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5년간 전문(엘리트)체육을 홀대하며 생활체육과 갈라치기해 전문체육인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그 결과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20 도쿄하계올림픽,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에서 국가대표팀 경기력은 일본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문체부장관 역시 도종환(67), 황희(55‧이상 국회의원), 박양우(64‧전 문체부 차관) 등 정치인 또는 직업 관료를 기용, 체육인은 철저히 외면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서울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체육인대회에서 체육인의 자율권을 강조한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 사진=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 제공
그런데 윤 대통령도 새 정부 문체부 장관에 언론인 출신인 박보균 전 중앙일보 부사장 대우를 기용했다. 문체부 업무 가운데 미디어 정책이 포함돼 있기는 하나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체육계로서는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특별고문을 맡았던 박 장관은 체육은 물론 문체부 주관업무인 문화, 예술, 관광과도 인연이 없는 인물이어서 문화 예술계의 반발도 만만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서울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체육인대회 ‘체육인이 바란다’ 행사에 참석,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그래도 문화 예술계는 지난 40년간(1982년 체육부 창설) 역대 장관에 작가 김한길, 영화감독 이창동, 연극배우 김명곤, 탤런트 유인촌, 시인 도종환 등 5명이 기용돼 체육계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크다. 장관을 1명도 배출하지 못한 체육계는 아시안게임 사격 3연패의 박종길과 아시안게임 수영 2연속 우승의 최윤희가 차관에 기용된 게 전부다.

펠레 등 외국 체육인은 장관직 맡아 대조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82‧본명 이드송 아란치스 두 나시멘투)나 ‘카이저(황제)’로 불리며 독일 축구를 호령했던 프란츠 베켄바워(75), ‘그라운드의 예술가’ 미셀 플라티니(65·프랑스), 올림픽 육상 남자 1500m를 2연패 한 영국의 세바스찬 코(64) 등이 각각 체육부 장관이나 대회조직위원장을 맡았던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보면 민망하다는 말도 나올 만하다. 이 때문에 체육계는 전두환부터 문재인까지 역대 정부가 스포츠를 정권 유지 수단으로만 활용했지, 체육계 인사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 언론은 박 장관이 중앙일보 재직시절 쓴 친일 성향의 칼럼에 대해 ‘이신철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소장은 “제국 중심의 생각입니다. 식민지를 겪었고 또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할 그런 의무를 가진 장관 후보자의 역사 인식으로는 부적절하지 않은가(생각됩니다.)”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또 여자핸드볼 국가대표선수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인 임오경(51)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은 “(박보균 장관 후보자가)대한민국 사람인가, 아니면 일본 사람인가라는 이런 의문이 들 정도로….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라며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체육경력 일천한 조 차관…성비위 잡음 곤혹

문체부에서 체육을 담당하는 조용만 제2차관도 30년 넘게 기획재정부 등에서 근무한 경제관료로 작년 4월부터 1년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다 윤석열 정부에서 차관으로 발탁됐다. 엄밀히 따지면 체육과는 인연이 거의 없고 윤석열 정부에서 승승장구하는 기재부 인맥에 편승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들어 김대기(66) 대통령 비서실장 등 경제관료 출신이 대거 약진하는 추세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 출범에 일익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이기흥(67) 대한체육회장의 영향력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인선에서는 체육계에서 유일하게 184명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 지역 균형발전 특별위원으로 활약했던 1984년 LA올림픽 유도 우승자인 하형주(60) 동아대 교수가 차관 후보로 거론됐으나 막판에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용만 차관도 성비위 행위로 곤혹스러운 처지다. 차관 임명 당일 오후 한 스포츠전문매체가 ‘지난 4월 대한체육회 회식 자리에서 조 사무총장이 여직원에게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해 물의를 빚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당시 회식에 참석했던 여직원 2명이 다음날 조 사무총장의 신체접촉 문제를 공식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조 차관은 “그런 것은 아니다. 여직원이 불편함이 있었다고 다음날 본부장을 통해 전해오길래 내 의도와는 다르게 그런 느낌이었으면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직원도 이해해서 다 끝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조 차관 “다 끝난 일” 해명…체육회는 “조사 중”

그러나 체육계에서 비일비재했던 성폭력의 척결에 앞장서야 할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이 성비위 잡음에 휘말린 것은 묵과하기 힘든 행위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우리나라 체육을 총괄하는 문체부 2차관인 조 차관이 앞으로 어떻게 산하기관이나 단체를 어떻게 지휘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문체부의 진상규명 지시에 따라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이 사안과 관련, 2019년 1월 발생했던 성추행 사건으로 현재도 복역 중인 조재범 여자 빙상 국가대표팀 코치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성추문이라고 지적하는 체육인도 있다. 마침 더불어민주당의 박완주 국회의원이 보좌관 성폭행과 관련해 제명됐고,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윤재순 총무비서관의 과거 왜곡된 성인식 사건도 현 시국의 주요 이슈로 부각되는 시점이어서 조 차관에 대한 조치도 어떤 결말이 날지 주목된다.

이종세(용인대 객원교수‧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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