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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카타르까지, '시속 34km' 엄원상의 정상을 향한 질주

박강수 입력 2022. 06. 23. 16:35 수정 2022. 06. 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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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지만, 빠르기만 한 선수가 아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한겨레> 의 질의에 "엄원상은 이제 스피드를 살리지 않고 플레이하는 것도 터득하고 있다. 연계는 물론, 경기를 읽고 운영하는 단계까지 성장하는 중이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군사훈련으로 이탈하는 황희찬의 대타로 파울루 벤투 감독의 A대표팀에 합류한 엄원상은 6월 칠레전, 파라과이전, 이집트전에 모두 교체 출전해 맹렬한 돌파로 상대 진영을 헤집으며 2도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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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서 올 시즌 '커리어하이' 8골 4도움
K리그 최고 스프린터에서 전천후 공격수로
"레알 비니시우스의 발전을 보는 것 같다"
"6월 평가전 후반 조커로 본선 경쟁력 증명"
울산현대의 엄원상이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하나원큐 K리그1 FC서울과 방문 경기에서 후반 막판 극적인 역전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빠르지만, 빠르기만 한 선수가 아니다. 빠르기도 한 선수가 됐다.

현재 K리그1 순위표 가장 높은 곳을 때리는 ‘푸른 파도’ 울산 현대 축구단의 선봉에는 이적생 엄원상(23)이 있다. 이미 어려서부터 스피드로는 정평이 났던 그는 올해 프로 4번째 시즌을 앞두고 광주FC에서 울산으로 넘어왔다. 빠르지만 돌파 외 다른 능력치는 물음표였다. 엄원상이 축구 도사들만 모인 울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지도 의문이었다. 기대만큼 비등했던 우려는 리그 절반이 지난 지금 모두 기우가 됐다.

올 시즌 엄원상은 17경기에 나서 8골 4도움을 올렸다. 득점은 리그 4위, 도움은 리그 2위, 공격포인트(12점)는 리그 3위다. 직전 개인 최고 기록(23경기 7골 2도움·2020년)은 진작 넘어섰다.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4번 뽑혔고 라운드 베스트11에는 6번 들어갔다. 울산 유니폼을 입으면서 전술적 위치와 역할이 모두 바뀌었는데, 새 자리에서 오히려 기량이 폭발했다.

엄원상(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 3월1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경기에서 동점 골을 넣은 뒤 팀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측면으로 빠져 뒷공간 ‘치달(치고 달리기)’을 자주 보여줬던 엄원상은 이제 주로 상대 수비 센터백과 풀백 사이 공간을 오간다. 압박 강도가 더 높기 때문에 민첩한 판단력, 세밀한 협력 플레이가 요구되는 영역이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한겨레>의 질의에 “엄원상은 이제 스피드를 살리지 않고 플레이하는 것도 터득하고 있다. 연계는 물론, 경기를 읽고 운영하는 단계까지 성장하는 중이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결정력이 비약적으로 뛰었다. 엄원상은 올 시즌 리그에서 27개의 슈팅만을 기록했는데 이 중 24개(89%)가 유효 슛이다. 득점 상위 5명 중 슈팅은 가장 적고, 효율은 가장 높다. 포지션 차이는 있지만 공격 기회를 허투루 쓰지 않는 그의 침착성이 돋보인다. 한준희 <한국방송> 해설위원은 “레알 마드리드의 비니시우스와 유사하다. 비니시우스도 20∼21시즌까지는 결정력·패스 정확도가 극악이었는데 지난 시즌 확연히 업그레이드되면서 최정상급 선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엄원상이 지난해 7월 일본 요코하마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3차전 온두라스와 경기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요코하마/연합뉴스

오직 팀의 승리 만을 위해 날카롭게 벼린 칼 같은 그의 플레이는 위기의 순간 울산의 혈을 뚫는 역할을 해 왔다. 그가 올해 넣은 8골 중 6골이 동점·역전·승리로 이어진 골이다. 시즌 첫 패배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탈락의 여파 속에서 치른 지난달 강원FC 방문 경기에서는 1골 2도움으로 맹활약했고, 맞수인 전북 현대에 참패한 뒤 맞이한 지난 22일 서울 방문 경기서도 후반 막판 극장 역전골을 넣었다.

절정의 폼은 대표팀에서도 이어졌다. 군사훈련으로 이탈하는 황희찬의 대타로 파울루 벤투 감독의 A대표팀에 합류한 엄원상은 6월 칠레전, 파라과이전, 이집트전에 모두 교체 출전해 맹렬한 돌파로 상대 진영을 헤집으며 2도움을 올렸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정우영(프라이부르크)과 함께 ‘6월의 발견’이라고 할만한 선수였다. 상대가 지치거나 수비 라인을 올렸을 때 승부를 걸 후반 조커로서 본선 경쟁력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엄원상이 22일 FC서울 방문 경기서 극장 역전골을 넣고 격한 세리머니를 선보인 뒤 바로 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렬한 경기력과 달리 성격은 다소곳한 편이다. 엄원상은 지난달 <한겨레>와 통화에서 단점을 꼽아달라는 요청에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이 단점인 거 같다”고 했다. 동시에 “오히려 운동장에서는 말이 많아지고 편해진다”라고도 했다. 이어서 목표를 묻자 “우승이다. 무조건 우승이고, 첫 번째도 끝도 우승이다. 우승하려고 이 팀에 왔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엄원상의 과묵함은 필드를 밟기 전 폭풍 전야의 고요에 가까워 보인다.

이번 시즌 공식 측정된 그의 최고 속도는 지난 4월 제주 유나이티드 방문 경기에서 찍힌 시속 34.4㎞. 울산에서 카타르까지, 엄원상은 지금 정상을 향해 질주하는 중이다. 그에게 브레이크는 없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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