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명수로 살아남은 울산, 엄원상 효과

황민국 기자 2022. 6. 23. 16: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울산 선수단이 지난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원정에서 2-1 역전승을 거둔 뒤 승리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 울산 현대는 한때 ‘뒷심이 약하다’는 오명에 시달렸다.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는 우승 후보가 종료 직전 실점해 역전패하는 경우가 적잖았기 때문이다. 시즌 막바지 라이벌 전북 현대에 우승컵을 빼앗기는 과정도 비슷했던 터라 아쉬움은 더욱 컸다.

그랬던 울산이 올해는 ‘역전의 명수’가 됐다. 압도적인 선두를 내달리는 만큼 손쉽게 이기는 경기가 대부분일 뿐만 아니라 선제골을 내준 경기도 짜릿한 역전극을 펼치며 뒤집기 일쑤다. 울산이 역전승을 거둔 뒤 선수단 전체가 기념 사진을 남기는 세리머니는 이제 팬들에게도 익숙해졌다.

숱한 역전극을 연출한 울산의 변화는 기록에서 잘 드러난다. 울산은 올해 K리그1 17경기에서 14실점을 기록했는데, 전반 실점이 K리그1 최다인 12골(86%)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이 선두를 달리는 것은 지고 있는 상황에서 따낸 승점 역시 최다인 19점이기 때문이다. 울산 다음인 대구FC가 뒤집기로 얻어낸 승점이 7점이라는 점에서 비교된다.

울산이 경기 종료가 가까울 수록 강팀으로 변한 것은 역시 ‘슈퍼 조커’ 엄원상의 힘이다. 올해 울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그는 8골(4위) 중 6골이 후반전에 나왔다. 최근 엄원상은 선발보다 교체로 투입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는데, 원래 빠른 발을 자랑하는 선수가 상대가 힘이 빠진 상황에서 더욱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골 냄새’를 맡는 것처럼 흘러나온 공을 골문에 감각적으로 밀어넣는 득점 장면은 팬들의 환호성을 부르기에 충분하다.

지난 22일 FC서울 원정도 그랬다. 1-1로 맞선 후반 43분, 이청용의 슛이 골키퍼 선방에 막혀 흘러나온 것을 엄원상이 미리 예측한 것처럼 밀어넣으며 2-1 역전승을 챙겼다. 무실점 승리를 절실하게 원했던 울산 홍명보 감독도 “오늘은 선제 실점 이야기는 너무 하지 맙시다”고 웃었을 정도다.

엄원상도 자신이 울산의 수호신처럼 자리매김하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엄원상은 “멋진 플레이로 골을 넣는 것도 좋지만, 승리할 수 있다면 주워먹는 골도 좋다”며 “울산은 반드시 우승컵을 들어올려야 하는 팀”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유독 상대 진영에서 흘러나오는 공을 잘 잡는 비결도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모든 선수들이 그렇겠지만 동료가 슈팅을 때릴 때 어느 부분에 공이 떨어질지 예측할 수 있다”면서 “경기 내내 집중한다면 한 번은 내 생각대로 공이 오는데, 그걸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원상은 울산에서 보여주는 역전극이 반복될 수록 2022 카타르월드컵이 가까워질 것이라고 믿는다. 공교롭게도 그가 주워먹는 득점을 선보였던 최근 2경기 모두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직관했다. 엄원상은 “월드컵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면서 “지금과 같은 활약을 펼친다면 본선 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울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