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졌지만..' 이현중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최창환 입력 2022. 6. 2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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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창환 기자] 이현중이 참가,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던 NBA 드래프트가 막을 내렸다. 끝내 이현중의 이름이 불리지 않은 가운데 1순위의 영광은 파울로 반케로에게 돌아갔다. 반면, 강력한 1순위 후보 가운데 1명이었던 자바리 스미스 주니어는 3순위로 떨어졌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탈락

이현중 얘기부터 해볼까 한다. 적어도 국내 팬들, 관계자들은 누가 1순위로 지명되느냐보다 이현중의 지명 여부를 더 궁금해했으니 말이다. 이현중은 2004년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지명됐던 하승진에 이어 한국인 2호 NBA리거에 도전하고 있는 유망주다. 한국선수가 NBA 드래프트에 참가한 건 하승진, 2015년 이종현(데이원)에 이어 이현중이 3번째 사례였다. 한국 팬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는 게 당연한 도전이었다. 국내 NBA 중계권을 갖고 있는 SPOTV도 이례적으로 NBA 드래프트를 생중계했을 정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낙방이었다. 이현중은 드래프트에 앞서 스테픈 커리의 소속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비롯해 새크라멘토 킹스, 인디애나 페이서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LA 레이커스, 브루클린 네츠, 샬럿 호네츠 등 7개팀과 워크아웃을 진행했다. 지명 가능성이 높지 않더라도 이현중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는 팀들은 적지 않았다는 의미다.

애초부터 이현중이 기대를 걸었던 순위는 2라운드 중반 이후였지만, 끝내 마크 테이텀 NBA 부총재의 입에서는 이현중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다. 일단 드래프트 직전 악재가 있었다. 이현중은 한 팀과의 워크아웃 도중 발등뼈 및 인대부상을 입었고, 이로 인해 수개월 동안 치료 와 재활이 불가피해졌다. 이현중은 LA에서 검사를 받았으며, 커리를 비롯한 다수 NBA 선수들의 발 부상을 전문적으로 치료해왔던 준 퍼켈 박사가 주치의를 맡고 있다.

아직 수술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수술 시에는 나사를 고정해야 하기 때문에 복귀까지 6개월이 소요된다. 일단 1차 검진에서는 부상이 심하지 않다는 소견이 나왔고, 부상이 재발할 가능성도 적다. 불행 중 다행이다. 재활의 경우 3개월이면 복귀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복귀 시점은 회복세에 따라 더 앞당겨질 수도, 미뤄질 수도 있다.

드래프트에서 떨어졌지만, NBA를 향한 도전이 막을 내린 건 아니다.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이현중 측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였다. 관건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주느냐다. 이현중은 부상을 당한 직후 퍼켈 박사, 빌 더피 BDA 에이전트와 화상회의를 통해 향후 계획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기도 했다.

빌 더피는 이를 통해 “트레이닝 캠프 초청은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리그 상황을 전했고, 드래프트 이후 현지의 평가 역시 나쁘지 않다. ‘ESPN’의 NBA 드래프트 전문기자 조나단 기보니는 드래프트가 끝난 후 SNS를 통해 ‘선발되지 않은 선수들 가운데 최고의 선수’ 명단을 남겼고, 42명 가운데에는 이현중의 이름도 있었다. 이현중이 아직 꿈을 포기하기엔 이른 이유이기도 하다. 이현중 역시 애초부터 드래프트에 떨어진다 해도 미국에 남아 NBA 입성을 노린다는 계획을 세워둔 터였다.

NBA 드래프트는 재도전이 불가능하다. 떨어진다면 서머리그에 초청돼 각 팀들의 눈도장을 받거나 투웨이 계약(G리그, NBA 팀과 동시 계약)을 통해 기회를 얻어야 한다. 투웨이는 방성윤(전 SK)이 NBA에 도전했던 시절에는 없었던 계약 형태였다. 구단 입장에서 드래프트의 리스크를 줄이는 측면이 있었고, 선수 입장에서도 그만큼 G리그를 통해 NBA 무대에 입성할 수 있는 관문이 넓어졌다. 원주 DB에서 강렬한 한 시즌을 치렀던 디온테 버튼이 투웨이를 통해 NBA 입성에 성공한 사례다.
투웨이가 아니라면 Exhibit-10 contract 계약도 있다. Exhibit-10은 NBA 팀들이 드래프트에서 떨어진 선수들을 대상으로 1년 미니멈 연봉으로 맺는 계약이다. 투웨이보다 한 단계 낮은 형태의 계약으로 대부분 서머리그 초청을 위해 이뤄진다. Exhibit-10 계약 후 활약상에 따라 투웨이로 전환되기도 하며, 키퍼 사익스가 이를 통해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정식 계약했다.

결코 쉬운 길은 아니지만, 이현중이 NBA 무대에 노크할 기회는 얼마든지 남아있다는 의미다. 이현중의 매니지먼트사 A2G 관계자는 “드래프트 전 부상을 당해 지명을 받을 거란 기대는 크게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이현중은 최선을 다했다. 이제 끝이 아닌 시작이다. 치료를 잘 받고 다시 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BIG3의 행선지

이번 드래프트는 팀 던컨, 르브론 제임스와 같이 압도적인 1순위 후보는 없었다. 각 팀들의 성향에 따라 자바리 스미스(어번대학), 쳇 홈그렌(곤자가대학), 파울로 반케로(듀크대학) 등 3명 가운데 1순위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만 있었다.

전체 1순위의 영광은 포워드 반케로에게 돌아갔다. 드와이트 하워드를 지명한 2004년 이후 18년 만에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한 올랜도 매직은 골밑장악력, 운동능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반케로를 지명했다. 반케로는 2020년 이탈리아 국적을 취득한 이중 국적자며, 유로바스켓 2022 지역예선에서 이탈리아 대표팀 예비명단 24인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는 유망주다. 반케로는 현재도 대표팀 합류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국적이긴 하지만, 반케로는 2006년 안드레아 바르냐니에 이어 1순위로 지명된 역대 2호 유럽선수가 됐다. 바르냐니의 국적 역시 이탈리아였다. 이탈리아는 반케로를 비롯해 가브리엘레 프로치다(36순위 디트로이트), 마테오 스파뇰로(50순위 미네소타) 등 이번 드래프트에서만 3명의 NBA리거를 배출했다. 하지만 슈팅능력은 스미스, 홈그렌에 비해선 불안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덕분에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는 2순위로 빅맨 홈그렌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213cm에 윙스팬이 229cm에 달하는 홈그렌은 3점슛, 패스 능력도 지녔다. 신장에 비해 얇은 몸이 불안요소로 지적되고 있지만, 빅맨들도 3점슛을 던지는 최근 트렌드에는 반케로보다 더 적합하다는 평가다. 드래프트 전 현지언론은 홈그렌에 대해 “어느 팀을 가더라도 제몫을 하는 빅맨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드래프트 직전 강력한 1순위 후보까지 언급됐던 스미스는 왜 3순위로 내려간 걸까. 2000년대 NBA, 스페인 등에서 뛰었던 자바리 스미스의 아들 스미스는 사실 올 시즌 NCAA가 개막하기 전까지 TOP5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빅맨이었다. 하지만 NCAA 토너먼트에서 기동력과 부드러운 슈팅능력, 성장세를 두루 뽐내며 단번에 가치를 끌어올렸다. 평균 5.5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면서도 42%의 성공률을 기록해 1순위 후보로 거론됐지만, 드리블이 불안한 데다 슛 셀렉션도 단점으로 꼽혀 3순위로 휴스턴 로케츠 유니폼을 입었다. 스미스가 지닌 잠재력만큼은 높이 평가할만하지만, 결국 안정적인 볼 배급력을 가진 가드와 함께 뛰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걸린 셈이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은 빅맨이며, 크리스티안 우드를 트레이드한 휴스턴에 필요한 조각이라는 것도 분명한 바다.

NBA 드래프트는 팀별 2라운드까지 지명권을 행사, 총 60명이 선발된다. 하지만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58명만 선택을 받았다. 밀워키 벅스와 마이애미 히트가 탬퍼링으로 인해 NBA 사무국으로부터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밀워키는 24순위로 마존 뷰챔프, 마이애미는 27순위로 세르비아 출신 니콜라 요비치를 지명하는 것으로 드래프트를 마쳤다.

지명권이 포함된 트레이드 조항에 따라 지명 직후 팀을 옮기는 선수들도 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8명이 지명되자마자 소속팀이 바뀌었다. NCAA 시즌 개막 전 한때 1순위 후보까지 언급됐던 멤피스대학 출신 센터 제일런 두렌은 13순위까지 미끌어졌고, 샬럿 호네츠에 지명된 직후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로 트레이드됐다. 러셀 웨스트브룩을 트레이드한 후 기나긴 리빌딩 구간을 거치고 있는 오클라호마 시티는 지명권을 활용해 홈그렌, 제일런 윌리엄스 등 총 4명의 신인을 손에 넣었다.
#사진_점프볼DB(유용우 기자),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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