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꾸준한 선수로 기억될게요" 이다현 [풀인]

권중혁 2022. 8. 5.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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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인]은 ‘풀인터뷰’의 줄임말입니다. [풀인]에서는 지면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생생한 목소리로 풀어놓습니다.

배구선수 이다현(21·현대건설)이 지난달 25일 경기도 용인 현대건설배구단 체육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이한형 기자

프로배구 4년차 이다현(21·현대건설)은 지난 3시즌간 급격한 상승과 하강의 낙차를 경험했다. 데뷔 시즌 소속팀은 1위를 했고 다음 시즌 최하위로 추락했다. 이듬해 2021-2022 시즌 다시 1위에 올랐다.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생애 첫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도쿄올림픽 최종 명단에는 오르지 못했다. 2022 VNL과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는 핵심 멤버로 소집됐다.

최근 경기도 용인 현대건설배구단 체육관에서 이다현을 만났다. 이다현은 거센 조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수행하는 어린 구도자처럼 보였다. 지난 시즌 첫 주전으로 활약하며 베스트7, 블로킹·속공 2위, 이동공격 5위 등 데뷔 후 최고 성적을 올렸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저 “튀지 않고 뒤에서 묵묵하게 자기 역할도 하고, 옆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배구선수 이다현(21·현대건설)이 지난달 25일 경기도 용인 현대건설배구단 체육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이한형 기자


기자 점심 드셨죠? 몸에 안 좋은 거 잘 안 드신다고 하던데.
이다현 네 먹었어요. 오늘부터 밀가루 안 먹기 챌린지를 시작했어요. (정)지윤 언니, (김)다인 언니, (김)연견 언니랑요. 1주일에 한 번만 먹기예요.

기자 쉽지 않을 텐데 대단하네요. <논어>로도 유명하잖아요.
이다현 하하. 제가 유명한 게 아니라 (양)효진 언니가 유명한 건데. (웃음) 읽은 지 오래돼서 지금은 좀 잊어버렸어요.

기자 책을 좋아하세요?
이다현 고전문학을 읽어야 한다 생각하는 편이에요. 논어도 한 번 읽어보고 싶긴 했는데 (양)효진 언니가 읽었다고 해서 딱 읽은 거죠. 마침 선물도 받았고요. 지금은 오래돼서 까먹었어요. <멋진신세계>랑 <인간실격>도 최근에 읽었어요. <멋진신세계>는 읽다 어려워서 포기했지만.

기자 고전을 읽어야겠다 생각한 계기는요?
이다현 엄마가 논술 선생님이셔서 학년별 필수문학들을 추천해주셨어요. 저희 학교는 수업을 다 들어야 하는 학교였는데 국어시간에 관심도 생겼어요. 학생 때보다 비교적 시간이 자유로워서 읽으려 하고 있어요.

기자 요즘 스포츠 분야 서적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최근 김연경 선수 자서전 <아직 끝이 아니다>를 읽었어요. 알고 있었지만 정말 대단한 선수더라고요.
이다현 맞아요. 저도 읽으면서 배울 게 참 많다 생각했어요. 마음 다잡는 것도 대충하는 게 없으셨구나 하는.

기자 ‘기회는 준비되지 않은 자에겐 위기’라면서 후보 시절 정말 독하게 훈련한 내용도 나와요. 이다현 선수도 예전 인터뷰에서 후보 시절 비슷한 얘기를 해서 눈이 갔어요.
이다현 이입이 많이 됐어요. 언니는 저보다 힘들었을 거예요. (고등학교 전까진) 키가 그렇게 크지 않았으니까요. 연경 언니 책을 보면서 ‘한계를 정하는 게 옳지 않구나’ 느꼈어요. 국제대회 나가면 한국 선수들 피지컬이 떨어지잖아요. 근데 그것조차 핑계가 안 돼요. 테크닉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는데 키가 안되고, 피지컬이 안 돼서 못 이긴다는 건.

기자 애늙은이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요.
이다현 말하는 것도 그렇고, 먹는 것도 22살 같지 않대요. 인스턴트 안 좋아하고 흑임자, 콩 이런 걸 진짜 좋아해요. 다들 할머니 같대요.

기자 성격은 어떤 편이에요?
이다현 잘 웃고 말이 많고요. 밝은 편인 거 같아요.

기자 본인이 아는 내 성격과 다른 사람이 말하는 내 성격이 일치하는 편인가요?
이다현 아니요. 일치 안 하는 거 같아요. 사람들은 제 MBTI가 E로 시작할 거라 생각하는데 전 늘 I가 나와요. 뭔가 많은 사람들과 있을 때 티는 안 내려 하지만 기 빨리는 게 있어요. T와 F가 가끔 바뀌어서 INTJ 아니면 INFJ가 나와요.

배구선수 이다현(21·현대건설)이 지난달 25일 경기도 용인 현대건설배구단 체육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이한형 기자

발레에서 발리볼로

기자 처음에는 발레를 했어요.
이다현 초등학생 때 필리핀에 갔는데 1학년 때 시작해서 6학년까지 했어요. 보통 여자 애들은 다 했어요. 소질이 있진 않았어요. 예중에 진학해야 하는데 다른 애들이랑 차이가 느껴졌어요. 초6때 ‘키도 좀 많이 크니까 배구를 해볼까’ 했어요. 그때 170㎝ 정도였어요.

기자 예체능 쪽으로 가고 싶었나봐요.
이다현 몸 쓰는 걸 좋아했어요. 배구 전에 발레, 높이뛰기, 농구, 바이올린, 리코더, 피아노 이런 것도 해봤어요. 그래서 후회가 없다고 해야 하나? 다른 선수들을 초등학생 2~3학년 때 배구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해오다 보니 다른 것도 해보고 싶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건 없어요.

기자 결국 배구로 결정한 이유는요?
이다현 엄마가 배구선수였어요. 초등학교 5학년때 엄마가 배구선수였던 지인과 전화하는 걸 들어서 처음 배구를 알게 됐어요. 2012년에 런던올림픽을 해서 배구가 유명해진 때였어요. 그때 수원경기장에 처음 보러갔어요. 엄마는 제가 배구하길 원치 않으셨대요. 그래서 저한테 노출을 안 시켰던 거 같아요.

기자 어머니가 배구 선수였던 것도 몰랐어요?
이다현 몰랐던 거 같아요.

기자 배구가 인상적이었으니 시작했을 텐데요. 보는 것과 실제로 하는 건 다르잖아요.
이다현 사실 처음엔 되게 지루해요. 기본기가 안 되면 시합에 못 가니까. 매일 벽 보고 언더하고 토스하고. 그래도 빨리빨리 성장하는 느낌이 있었어요. 당시 팀에 시합 뛸 선수가 없어서 저를 빨리 만들어야 했어요. 근데 중3 때까지 진짜 못했어요. 키만 크고 완전 말라서 힘도 없는 선수였어요.

기자 예전 인터뷰에서 ‘내 앞에 공이 오면 다음 공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키 큰 거 외엔 가능성이 안 보였다’고 했어요. 발레는 한계 느껴 그만뒀는데 배구는 계속 했네요.
이다현 키가 크면 유리한 부분이 있다 보니 가능성이 있다고 느꼈어요. 자신 있는 것, 잘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은 다르잖아요. 배구는 하면 잘할 수 있다는 생각 드는 게 있었어요. 다만 그러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던 거 같아요.

기자 원래 센터였나요?
이다현 라이트도 하고 센터도 했어요. 고등학생 때 V리그를 많이 봤는데 라이트는 외국인 선수들이 많이 뛰잖아요. 제가 그 정도의 경쟁력은 없다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블로킹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애증의 관계 같아요. 알면 알수록 어려운데, 그 어려움을 깨는 게 재미있어요.

배구선수 이다현(21·현대건설)이 지난달 25일 경기도 용인 현대건설배구단 체육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이한형 기자

2021-2022 시즌… 첫 주전, 새 역사

기자 지난 시즌 팀이 28승 3패를 했어요. 분위기는 어땠어요?
이다현 현대건설에서 꼴찌도 경험하고 1위도 2번 해봤잖아요. 이기면 정말 분위기가 좋아요. 고비들이 있었지만 1년 내내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시너지효과처럼 어려운 기술을 도전하는 기회도 됐어요. 결과가 안 좋으면 ‘범실이 나오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 때문에 안정적인 걸 추구하고 새로운 건 시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무래도 성적이 좋다보니 다양한 플레이를 많이 시도했어요. 연습할 때도 그런 게 좋았어요. 지고 있으면 포인트 올리는 데 급급해서 뭔가 시도할 여유가 없어요.

기자 3시즌 만에 첫 풀주전으로 뛰었어요. 어떤 점이 달랐어요?
이다현 집중력 차이가 컸어요. 교체로 들어가면 단기간 집중하면 됐는데 시즌을 풀로 뛰면 체력 부담도 있고 시간도 길어서 집중이 끊길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연습 때도 시합처럼 집중하는 훈련을 혼자 했어요. 장기집중력 연습. 시합을 하면 2시간반 계속 코트에 있진 않잖아요. 테크니컬 타임아웃, 세트 끝나고 휴식시간, 작전타임도 있죠. 그럴 때 스위치 온·오프하는 트레이닝이요.

기자 지난 시즌 자신에게 몇 점을 줘요?
이다현 한 50점?

기자 몇 점 만점요?
이다현 100점 만점에 50점이요.

기자 너무 박한 거 아니에요?
이다현아니에요. (웃음) 만족을 잘 안 하는 성격이기도 해요. 시즌 전에 10가지 정도 목표를 세워요. 시즌 끝나고 체크하니 반 정도밖에 못 지켰어요.

기자 목표는 성적일 수도 있고, 개인 기록일 수도 있고, 어떤 플레이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어떤 목표죠?
이다현 팀 목표랑 개인 목표요. 팀 목표를 세울 땐 항상 ‘몇 위 이상’ ‘PO 진출’처럼 결과적 목표를 세워요. 개인 목표는 달라요. 만약 블로킹 2위라는 목표를 세우면, 제가 미련 없이 연습하고 최선을 다해도 상황에 따라 2위를 못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추구하는 배구에 가까워지는 주관적 목표를 세워요.

기자 예를 들면요?
이다현 달성하지 못한 건데요. 국내 리그에는 속공할 때 1대1 블로킹을 많이 하게 돼요. A속공을 때리면 센터만 저한테 블로킹 붙어요. 대부분. 그 상황에서 확실한 결정력을 내기 목표가 있었는데 지난 시즌 아쉬웠어요.

기자 시즌 전 목표를 세우는 건 어떻게 시작했어요?
이다현 원래 계획을 많이 세우는 성격이에요. 날마다 내일 뭐 할지 계획해요. 운동 끝나고 매일 배구일지를 쓰는데 내일 연습하고 싶은 기술들을 목표로 세워요.

기자 일기 같은 것도 쓰나요.
이다현 배구 일지만 써요. 태블릿에 오늘 잘 안 된 부분, 잘된 부분을 쓰고 내일 뭘 할지 간단히 써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썼어요. 저희 학교에서 항상 일지 쓰고 이사장님한테 검사받는 게 있었어요. 6년간 하다 보니 안 하면 생각정리가 안 돼요. 그때 습관이 남아있어요.

기자 노력을 해도 정체기간이 있다가 어느 순간에 계단식으로 성장하곤 하는데요. 그런 시점들이 기억나나요?

이다현 스스로 항상 만족을 못한다고 했잖아요. 10가지 목표 중 하나를 달성하면 새로운 목표를 넣어요. 그럼 늘 10가지 목표가 있죠. 사람이 계속 쭉쭉 올라갈 순 없잖아요. 정체기 때 제일 힘든 건 이뤄야 할 게 많은데, 그걸 빨리 못하는 거예요. 답답하지만 정체기가 지나가면 한 단계가 올라가는 것 같아요. 지나고 나서 ‘예전에 이랬었구나’ 하죠. 신인 때 영상을 한 번씩 보면 화가 나서 꺼버려요. (웃음) 대표팀 갔다 와서도 지난 시즌에 했던 걸 봤는데 너무 답답했어요.

기자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인다는 느낌이 들 때는 없어요? 좀 지친다거나
이다현 아직까지 없는 거 같아요. 어쨌든 배구에 대한 열정이 있고 좋아하니까 나오는 거여서. 어릴 때부터 좋아하지 못하면 하지 못했어요. 발레도 좋아했으니까 6년이나 한 거 같은데, 배구는 또 다르게 희열이 있다고 해야 하나? 시간을 투자한 만큼 코트에서 나올 때 희열이 강렬했어요.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배구는 한계가 없는 게 매력이에요. 시험은 100점 끝이 정해져 있잖아요. 배구는 팀 성적으로 1위가 있을지 몰라도 개인 기량으로 따졌을 때 한계는 없다고 생각해요.

기자 본인이 생각하는 센터, 미들블로커는 어떤 포지션이죠?
이다현 서포트하는 포지션 같아요. 윙스파이커들이 중요한, 어려운 상황에서 큰 공격을 처리하는 자리면, 센터들은 윙 공격들이 더 편하고 쉽게 공격할 수 있도록 서포트 해야 해요. 동시에 리베로나 수비들이 더 쉽게 수비할 수 있도록 블로킹으로 서포트하는 포지션이기도 해요.

예를 들어 센터가 속공을 뛸 때 상대방 센터 블로킹이 저한테 붙으면 우리팀 레프트는 원 블록이 뜰 수 있어요. 만약 제 공격력이 낮다고 여겨지면 상대 수비가 저를 버릴 거예요.

기자 되게 자존심 상하겠네요.
이다현 맞아요. 그래서 제가 속공을 떴을 때 상대방 센터블로킹이 나한테 뜨면 정말 기분 좋아요. 내가 안 때려도. 페이크 속공을 정말 열심히 뛰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기자 공수 양면에서 서포트를 하네요
이다현 튀려고 하면 안 되는 포지션 같아요. 팀을 위할 때 개인이 발전하지, 나만 잘하려 하면 더 고꾸라지는 거 같아요.

기자 그런 생각은 특정 경험에서 나온 건가요?
이다현 사람인지라 개인적으로 잘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근데 그런 생각을 하면 개인적인 것만 계속 신경쓰다 보니 코트에서 집중력이 떨어져요. 반대로 팀을 위해 해야 할 걸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팀에 도움이 되고 개인적으로도 성장하는 거 같아요.

배구선수 이다현(21·현대건설)이 지난달 25일 경기도 용인 현대건설배구단 체육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이한형 기자

‘꿈’ 같았던 국가대표

기자 국가대표 얘기도 해야 할 거 같아요. 학생 때는 부상 염려 때문에 지도자 선생님이 선출되는 걸 만류한 걸로 알고 있어요. 처음 국가대표가 됐을 때 어땠어요?
이다현 기본기가 안 잡힌 상태에서 국대에 가면 부상이 올 수 있어서 저를 아끼셨던 거 같아요. 그때 강하게 나가고 싶다 할 걸 후회도 돼요. 그만큼 국제대회 갈망이 컸어요. 2년 차에 처음 발탁됐는데 그때는 정말 하루하루가 꿈 같았어요. 진천 생활도 그렇고, 언니들이랑 같이 있는 것도 배울 게 많아서 좋았어요.

기자 지난 시즌 현대건설에선 거의 계속 이겼고, VNL에선 다 졌어요. 심리적 낙차가 컸을 것 같아요.
이다현 저희(현대건설)가 3번 지고 계속 이기니까 자신감도 붙고 좋은 분위기가 이어졌는데, VNL에 가서는 이기는 법을 까먹은 느낌이었어요. ‘이겼을 때 어떤 기분이었지’ 생각도 들고. 자존감도 다들 많이 낮아졌을 거예요. 하지만 이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고 포기해야 달라지는 건 없고. 계속 올라갈 일만 남았으니까요.

기자 한 인터뷰에선 ‘수치스러웠다’고도 했어요.
이다현 현실적으로 저희 수준이 그 정도였던 거잖아요. 단기간에 바뀔 순 없고, 꾸준히 해왔어야 하는 건데 시간은 너무 없었고, 게임은 연달아 있고, 결과는 최악이고…. 경기 끝나고 응원와주신 한국분들, 교민들께 쭉 서서 감사인사를 할 때마다 죄송하고 소름이 돋을 정도였어요.

기자 예전에는 배우러 간다고 했었어요. 지금 상황은 배움만 생각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예전보다 책임감이 더 커졌을 거 같은데.
이다현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언니들이 은퇴하면서 어린 센터들이 중요한 위치에 서게 됐잖아요. 부담감으로 경기력이 안 나오면 저희 탓이니까 부담을 안 가지려 했지만, 계속 결과가 안 좋아서 타격이 크게 왔어요.

기자 VNL 기간에 SNS 메시지도 많이 받았을 거 같아요.
이다현 안 좋은 말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외부적 요소를 최대한 차단하려고 안 봤어요. 귀국 후에 보니 응원해주신 분들이 많았고, 안 좋은 말은 많진 않았어요. 감사했어요. ‘그래도 힘을 내야지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생각했어요.

기자 팀 동료들과는 자주 연락했나요.
이다현 다인, 지윤 언니랑 많이 연락했어요. 시차가 안 맞는데도 경기를 다 챙겨보고 피드백 해줬어요.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해줘서 든든했어요.

기자 1~3주차 거치면서 심경의 변화는 어땠나요? 계속 져서 안 좋은 마음도 있었을 거 같고, 한편으론 경기력은 조금 나아지니까 복합적이었을 거 같은데.
이다현 결과적으로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1주차 땐 경기 후에 ‘내가 뭘 하고 나온 거지? 뭘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되지?’ 했어요. 게임도 안 되게 졌잖아요. 1주차 끝나고 1주일 정도 시간이 있는데 세자르 감독님과 진짜 많이 준비했어요. 2주차 브라질전부터 조금씩 티키타카 되는 경기가 나와서 ‘아직 희망이 그나마 있구나’ 생각했고, 3주차 때는 좀 더 나은 모습이 나왔잖아요.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조금의 한 줄기 빛 같은 가능성을 본 거 같아요. 세계선수권은 두 달 시간이 있으니까.

기자 절치부심하고 있을 거 같아요.
이다현 팀에서 연습할 때도 세자르 감독님과 외국 스텝들이 알려주신 기술들을 까먹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웨이트 부분도 대표팀에서 하던 걸 토대로 하려고 했어요.

기자 불편할 수 있겠지만 한국 배구가 위기라는 우려도 나와요.
이다현 위기라면 위기가 맞는 거 같아요. 지금 인기가 그냥 온 게 아니라 언니들이 죽을 만큼 힘을 다했기 때문에 유지되는 거 같거든요. 후배들도 언니들이 만들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렇게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아니라 사명감과 책임감 갖고 언니들 이상으로 최선을 다해야 할 거 같아요.

배구선수 이다현(21·현대건설)이 지난달 25일 경기도 용인 현대건설배구단 체육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이한형 기자


기자 언젠가 해외진출도 하고 싶다 했어요.
이다현 저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안 좋게 보시는 분들은 “잘될 거란 보장 있냐” “해외에 나갈 실력이 되냐”고도 하세요. 근데 저는 실력이 돼서 간다는 것도 아니고, 성공하려고 가는 것도 아니에요. 우리와 다르고, 더 넓은 세상에 가고 싶다는 의미에서 경험해보고 싶어요. 아직 정해진 건 없고,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최선을 다하다가 기회가 온다면 도전하고 싶어요.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겠죠. 연봉 차이도 크고. 하지만 배울 게 있다면 돈을 포기하고 갔다 오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기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이다현 묵묵하게 뒤에서 꾸준한 사람이요. 튀려고 안 하고 묵묵하게 자기 역할도 하고, 옆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이요.

용인=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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