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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에겐 최수연, 이승민에겐 윤슬기

강동웅 기자 입력 2022. 08. 0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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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에게 최수연이 있다면 이승민(25·하나금융그룹)에게는 윤슬기 캐디(42)가 있다.

TV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천재 변호사 우영우가 로스쿨, 로펌 동기인 최수연이 없으면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것처럼 2017년 발달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정회원이 된 이승민도 윤 캐디와 함께 하지 않으면 필드 위에서 헤매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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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과 윤슬기 캐디. 한국프로골프협회(KPA) 제공

우영우에게 최수연이 있다면 이승민(25·하나금융그룹)에게는 윤슬기 캐디(42)가 있다. TV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천재 변호사 우영우가 로스쿨, 로펌 동기인 최수연이 없으면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것처럼 2017년 발달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정회원이 된 이승민도 윤 캐디와 함께 하지 않으면 필드 위에서 헤매기 일쑤였다.

선수별 캐디 동행을 막았던 KPGA 2부 투어 규정이 문제였다. 1부 투어에서는 선수가 개인별로 캐디를 두지만 2020년까지 2부 투어에서는 선수 여러 명이 캐디 한 명을 두고 플레이했다. 코스 전략을 짜고 거리에 맞는 클럽을 선택하는 건 순전히 선수 개인 몫이었다. 2부 투어에서 홀로 플레이하는 데 어려움을 겼던 이승민은 2019년 결국 캐디와 일대일로 동행할 수 있는 중국 투어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그해부터 이승민과 함께 필드에 나서기 시작한 윤 캐디는 “허윤경 프로(32) 캐디를 맡고 있던 2012년 전지훈련 장소인 베트남에서 이승민과 처음 만났다”면서 “2019년 중국 투어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2020년부터 승민이를 전담해 훈련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윤 캐디는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11시간 동안 이승민의 스윙 연습을 지도했다. 팔로만 힘을 쓰는 이승민이 드라이버를 위에서 아래로 도끼 내려찍듯 스윙을 하자 이를 좌우 회전운동으로 바꿔주기 위한 과정이었다. 이승민은 “다시 생각해도 악몽이었다. 아무리 드라이버를 쳐도 공이 이쪽으로, 저쪽으로 튀었다. ‘골프를 계속해야 하나’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승민과 윤슬기 캐디. 한국프로골프협회(KPA) 제공

실제로 이승민이 연습장 밖으로 도망친 적도 수차례였다. 그렇다고 ‘귀신 잡는 해병’ 853기 출신인 윤 캐디가 이승민을 놓칠 리가 없었다. 탈주와 체포(?)를 반복하고 또 반복한 끝에 이승민은 올해 1월 드디어 스윙 자세를 완성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이승민은 지난달 20일 막을 내린 미국골프협회(USGA)가 개최한 ‘US 어댑티브 오픈’에서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이 대회는 지체, 시각, 발달 등 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8개 부문에 각각 출전해 장애 정도에 따라 길이가 다른 다른 코스에서 순위를 가리는 대회였다.

윤 캐디는 “많은 사람들이 ‘왜 장애가 있는 선수의 캐디가 되기를 선택했냐’고 물어보곤 한다. 승민이의 캐디를 하기 전 승민이가 ‘마스터스에 출전해 대회 마지막 날 18번 홀을 걸어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순간 승민이의 그 꿈을 이뤄주고 싶다는 결심이 섰다”며 “승민이가 마스터스에 가는 날까지 옆에서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고시생’ 출신이라는 것도 우영우와 이승민이 닮은 점이다. 이승민은 외무고시 에 합격한 아버지가 주미 대사관에 근무하던 1999년 처음으로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다. 우영우가 레고 블록을 일렬로 줄 세우며 놀았던 것처럼 이승민은 장난감 자동차를 줄지어 놓는 걸 좋아하던 아이였다.

다른 것도 있다. 연속극에서 우영우는 엄마 없이 자란 캐릭터지만 이승민은 항상 그의 곁을 지키는 어머니 박지애 씨(56)를 ‘나의 상냥한 수호천사’라고 부르며 성장했다. 박 씨는 이승민이 골프를 시작한 2010년 중학교 1학년부터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훈련과 숙식, 멘탈 관리까지 책임졌다. 박 씨는 “그저 승민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만을 바란다. 승민이가 조금 늦되더라도 자신의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는 걸 곁에서 하나하나 지켜보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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