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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신 기자의 NBA 이야기]코비 브라이언트와 '노력, 노오력'

송유근 기자 입력 2022. 08. 06. 07:30 수정 2022. 08. 06.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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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에 코비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적이 있습니다. 새벽 5시 30분에 체육관에서 훈련을 도와줄 수 있는지 묻더군요. 알았다고 하고, 체육관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코비가 땀으로 옷이 흠뻑 젖은 채 내게 인사를 하는 겁니다. 언제 왔느냐고 물어보니 4시 45분에 왔다고 하더군요. 코비 브라이언트는 그런 선수였습니다.”

- 로니 투리아프, 전 NBA 선수

“글쎄요. 나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했을 뿐입니다”

-코비 브라이언트, 은퇴 인터뷰에서, 맘바 멘탈리티(코비 정신)의 요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코비, 그의 지독했던 승부욕…“나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했을 뿐”

코비는 필자가 아는 가장 지독한 노력형 농구 선수다. 그의 ‘독사 ’같은 열정을 가리켜 스포츠사에 흔치 않게 선수의 정신을 기린 별명도 붙었다. 이른바 ‘맘바 멘탈리티’(Mamba Mentality)다. 그가 얼마나 연습벌레였는지는 여러 일화에서 드러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상대적으로 노장이었던 코비가 젊은 선수들이 모두 잠든 새벽부터 일어나 맹훈련한 에피소드는 전설처럼 내려온다. 코비는 오른팔을 다쳐 왼손 밖에 못 쓰는 날에도, 음식을 잘못 먹고 배탈이 난 날에도 그는 농구 연습을 했다. 그는 또 단순히 ‘얼마나 오래 훈련하는가’에 초점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예컨대, 1시간 운동하는데 중점을 둔 게 아니라, 슛을 1000개 성공할 때까지 훈련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코비 본인은 맘바 멘탈리티를 담담하게 규정했다. 코비는 2016년 미 언론과의 은퇴 인터뷰에서 ‘맘바 멘탈리티가 뭘 가리키는 것 같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글쎄요, 나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코비는 말은 담담하게, 몸은 지독하게 훈련하는 선수였다.

당연하게도 그는 위대한 선수의 반열에 올랐다. 파이널 우승 5회, 2008년 정규리그 MVP, 2009년과 2010년 파이널 MVP, 올스타 18회 선정과 올스타 MVP 4회 수상, 올림픽 금메달 2회 등 숱한 이력을 남겼다. 정규리그 1346경기 통산 3만3643득점을 기록해 리그 역사상 3번째로 가장 많은 득점을 성공시킨 최고의 스코어러이기도 했다.

◆수저론, 오랜 노오력 신화에 대한 반작용

코비가 들으면 무슨 반응을 할지 궁금하지만, 우리 사회에 ‘대충론’·‘수저론’ 광풍이 분 적이 있다. 모든 게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으니 대충 살아야 한다는 게 수저론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을 좀 더 풀어보자면 이렇다. ‘우리나라 사회는 그간 “노력만이 정답”이라는 식으로 노력을 강조해왔다. 그 과정에서 낙오된 사람들은 의지박약으로 매도해왔다. 어떤 일을 해내는 데 일정 부분 노력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무한 경쟁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돼 있다’. 한마디로 작금의 사회 구조는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는 불평등한 구조며, 노력의 부재가 아니라 제도의 결함 때문에 개인이 실패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차피 안될 거 대충하자’는 것이다.

수저론자들의 말에 일부 유의미한 주장이 있는 건 사실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종종 자신이 져야 할 짐을 개인의 어깨에 옮겨 놓고 불가능을 감상한다. 이 불행은 꼰대들, 승자들, 혹은 선천적인 요소들에 의한 차별을 겪지 않은 ‘운 좋은 놈들’에 의해 재생산되곤 한다. 간절함과 노력이 올바른 결과를 만들 것이란 ‘다소 과한’ 기대가 인류의 오랜 신화였던 것도 맞다.

◆코비는 뭐라고 대답할까

그렇다면 우린 정말 열심히 살 생각 따윈 체념하고 대충 대충 살면 되는 걸까? 수저론자들의 결론엔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노력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 않지만, 그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개인의 인생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게 분명한데 말이다. 비난받을 사람들은 맹목적으로 노력만 강조하는 일부 ‘노오력충’ 아닐까 하는 것이다. 또 그 못지않게 모든 것을 사회 탓으로 돌리는 수저론자들도 문제라고 말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코비의 불타는 승부욕과 열정만큼 코비의 ‘건조하디 건조한’ 자기 객관화도 좋아한다. 코비에게 우린 어떻게 살아야 맞는가 묻는다면 코비는 뭐라고 대답할까? “그냥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라”고 하지 않을까. 맘바 멘탈리티가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가 답변한 그 말처럼 말이다. 골수팬으로써 감히 한 마디를 덧붙이자면 코비는 “대신,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라는 말을 덧붙일 것 같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헬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2년하고도 반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 그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저릿한 팬들이 많을 것이다. 필자도 그렇다.

송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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