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워졌네" 롤모델이 사준 운동화..'5할 타자' 날개 달아줬다

김민경 기자 2022. 8. 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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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송승환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운동화 더러워졌네."

두산 베어스 주장 김재환(34)은 최근 송승환(22)의 낡은 운동화에 눈길이 갔다. 김재환은 곧장 사비로 새 운동화를 마련해 송승환에게 선물했다. 송승환은 2019년 2차 2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했을 때부터 팀의 4번타자인 김재환을 롤모델로 삼고 있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맞이한 첫 시즌, 처음 1군의 부름을 받자마자 롤모델이 안겨준 새 운동화는 큰 힘이 됐다.

송승환은 "(김)재환 선배님께서 내 운동화를 보시고는 '더러워졌다'고 하시면서 사비로 새 운동화를 사주셨다. 그 외에도 정말 잘 챙겨주셔서 감사하다. 롤모델인 만큼 많이 보고 배우려 하고 있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김재환이 선물한 새 운동화는 결과적으로 '5할 타자' 송승환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송승환은 지난달 28일 1군에 등록된 뒤 출전한 4경기에서 10타수 5안타(타율 0.500), OPS 1.400, 1홈런, 4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안타 5개 가운데 하나가 결승타, 하나가 결승포일 정도로 안타 하나하나가 다 영양가가 높았다.

평소 신인 야수들의 타격 평가에 박한 김태형 두산 감독이 이례적으로 호평할 정도다. 김 감독은 "나는 군대 가기 전에 (송)승환이 타격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정훈 코치가 공 따라가는 것도 그렇고 정말 좋다고 이야기해서 '그럼 봅시다' 하고 봤는데, 훈련할 때 타격을 보니까 군대 가기 전이랑 다르더라. 승부욕도 있고, 방망이 치는 게 진짜 좋다. 승환이는 지금 스윙 궤도가 좋아서 계속 (성적이)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이룬 변화였다. 군대에서는 '왜 내가 못 쳤을까'를 곱씹으며 여러 타격 영상을 쉬지 않고 돌려 봤다. 이때 장타를 욕심내는 스윙이 아닌 간결한 스윙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깨달았다. 전역하고 팀에 복귀하면서 이정훈, 박철우, 이도형 코치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으로 타격 폼 수정에 들어갔다.

이정훈 타격코치는 따끔한 말로 송승환이 마음먹고 타격 폼을 전부 뜯어고칠 수 있게 해줬다. 송승환은 "코치님께서 올해 2월에 장거리 타자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다. 안타를 일단 많이 쳐야 중거리 또 장거리 타자가 되는 거라고 하셨다. 그런 기본도 없이 멀리 치려고만 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해주신 게 확 와닿았다. 그래서 장타는 생각하지 않고 공이 오는 대로 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 김태형 두산 감독에게 데뷔 첫 홈런 축하를 받은 송승환 ⓒ 두산 베어스

이어 "나도 열정적이고, 이정훈 코치님도 열정적이시다(웃음). 서로 열정적이다 보니까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을 쉬지 않고 했던 것 같다. 훈련을 정말 많이 했던 게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성적도 좋아진 것 같다. 신인 때는 장타 욕심에 스윙 자체가 크고 공에 달려드는 경향이 있었는데, 간결하게 스윙하면서 방망이에 맞는 면도 많아지고 타율이 계속 올라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타격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한 가지 더 시도한 변화는 외야수 병행이었다. 입단했을 때부터 주 포지션은 3루수였는데, 수비가 매끄럽지 않아 스트레스가 심했다. 특히 송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송승환은 "7월부터 퓨처스리그에서 외야수도 같이 하기 시작했다. 선수는 모든 포지션을 다 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열심히 했는데도 잘 안 돼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외야를 병행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도 내야수만 하다가는 1군에 못 올라가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수비 부담을 줄이면 내 장점인 타격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외야 수비도 정말 어렵다. 강한 타구를 판단하는 게 아직 어려워서 적응을 다 하진 못했다"고 밝혔다.

김재환이 5일 오른 무릎 타박상으로 이탈하면서 송승환은 롤모델의 빈자리를 채우는 큰 임무를 맡았다. 이날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5번타자 좌익수로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송승환은 2-3으로 끌려가던 5회초 2사 2루에서 좌월 투런포로 데뷔 첫 홈런을 장식하며 5-3 역전승을 이끌었다. 6위 두산이 5위 KIA에 4.5경기차로 쫓아가면서 5강 진입 희망을 키운 한 방이었다. 아직은 어렵다던 외야 수비도 문제없이 잘 해냈다.

송승환은 "나에게 찬스가 걸리면 부담감보다는 설레고, 타석에서 즐기게 되더라. 타구가 넘어갈 줄 몰랐는데 넘어간 걸 확인하고 정말 짜릿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세리머니가 나왔다"고 홈런 소감을 밝힌 뒤 "평소 자랑을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부모님 연락이 와 있을 것 같다.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은 김재환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송승환을 좌익수로 기용할 생각이다. 송승환은 이와 관련해 "감독님께서 정말 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감독님께서 주신 기회에 보답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서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할 수 있는 열정적인 플레이와 독기 있는 플레이를 보여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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