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쌍두의 코리언 몬스터' 임성재·김주형, 심상치 않다(종합)

방민준 입력 2022. 8. 6. 12:04 수정 2022. 8. 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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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윈덤 챔피언십에 출전한 임성재, 김주형 프로.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때이다.'



전설적인 골퍼 진 사라젠(1902~1999)이 남긴 말이다. 사라젠은 메이저 7승을 포함해 PGA투어 38승, 기타 대회 7승, 시니어투어 3승을 달성, 1920~30년대 최고의 골퍼로 명성을 날렸다, 벤 호건,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와 함께 커리어 그랜드 슬램(생애에 4대 메이저 대회를 우승하는 것)을 달성한 5명 중 하나다. 사라젠은 그의 찬란한 업적보다는 모든 골퍼에게 만고의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이 한 마디로 골프사에 지워지지 않을 자취를 남겼다.



 



올해 김주형(20)의 골프 여정은 순풍에 돛단 듯했다. 길게 보면 2019년 아시안투어인 파나소닉오픈 인디아 대회에서 최연소(17세 149일) 우승 이후 순항을 이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0년엔 KPGA 군산CC 오픈에서 최연소(18세 21일)로 우승하고 2021년엔 SK텔레콤 오픈 우승을 포함해 많은 대회에서 상위권에 들어 KPGA 4관왕을 차지했다, 2021년 아시안투어 싱가포르 인터내셔널 대회에서 우승하며 2020-2021 시즌 아시안투어 상금왕에 올랐다.



 



아시안투어 상금왕의 자격 또는 스폰서 초청으로 PGA투어에 자주 출전하며 담금질을 해왔다. 2020년 메이저인 PGA투어 챔피언십에 스폰서 초청으로 출전해 컷 탈락했지만 2020-21 시즌 개막전인 세이프웨이 오픈에서 공동 67위에 올랐다. 



그리고 올 시즌 메이저 US오픈에서 컷을 통과하며 23위에 오른 뒤 디 오픈 전초전인 제네시시 스코티시 오픈에서 당당히 3위를 차지, 세계 골프팬들에게 그의 이름을 알렸다. 이어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 지구촌 최고 권위의 디 오픈에서도 공동 47위를 차지하며 그의 존재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그는 디 오픈 첫날 한순간이나마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올린 뒤 25위로 컷을 통과하면서 PGA투어 임시 특별회원 자격을 획득, 웬만한 PGA투어 대회에는 참가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임시 특별회원으로 참가한 3M 챔피언십에서 공동 26위에 오른 그는 1일(한국시간) 열린 PGA투어 로켓 모기지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데일리 베스트 타이인 9언더파 63타를 치며 최종합계 18언더파로 당당히 7위에 올랐다. 한국선수 중 최고 성적이다. 



그는 이 대회 성적으로 페덱스컵 포인트 90점을 추가하며 총 417점을 확보, 페덱스컵 포인트 순위를 지난주 123위에서 100위 초반대까지 끌어 올리며 사실상 2022-23 시즌 PGA투어 시드를 확보했다.



 



이 대회 최종 라운드 10번 홀(파4·426야드)에서 멋진 이글로 세계 골프 팬들을 놀라게 한 김주형은 그러나 5일(한국시간)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주 그린스보로 시지필드CC(파70)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대회 윈덤 챔피언십 첫날 첫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라는 생애 최악의 출발을 맛봤다. 



422야드 파4 1번 홀에서 그의 티샷은 페어웨이 왼쪽 러프로 들어갔다, 두 번째 샷은 깊은 러프 때문에 50야드 전진에 그쳤다. 세 번째 샷은 그린을 넘었고 네 번째 샷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다섯 번째 샷은 경사를 타고 내려와 원래 자리에 멈췄고 여섯 번째 샷을 겨우 그린 프린지에 보냈다. 그리고 2퍼트로 홀아웃했다. OB를 내지 않고도 한 홀에서 4타를 잃었다. 



 



'골프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때이다'라는 진 사라젠의 경구를 김주형은 압축적으로 체험했다.



그러나 그의 진가는 최악의 위기에서 발휘됐다. 보통 선수 같았으면 첫 홀의 쿼트러플 보기를 하면 자포자기, 바닥 모를 나락으로 추락했을 터인데 그는 달랐다.



그는 13~15번 홀의 3연속 버디를 포함해 나머지 17개 홀에서 보기 없이 7개의 버디를 잡으며 3언더파 67타, 공동 23위로 첫날 경기를 마쳤다. 이로써 그는 PGA투어에 샷 링크 시스템이 적용된 2003년 이후 3번째로 첫 홀 쿼드러플 보기 이상의 스코어를 낸 뒤 언더파로 경기를 끝낸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그의 롤러코스터 경기 내용은 PGA투어 공식 사이트인 PGA투어닷컴 첫 페이지에 오를 만했다.



 



더 놀라운 일은 2라운드에서 벌어졌다. 보기 하나에 버디 7개를 잡으며 6타를 줄여 중간합계 9언더파로 라이언 무어, 브랜드 우와 함께 공동 1위로 도약했다. 누가 쿼드러플 보기로 첫 라운드 첫 홀을 시작한 선수의 스코어로 볼 수 있겠는가. 김주형의 PGA투어 등단 과정이 더 이상 극적일 수 있을까.



윈덤 챔피언십에서 그는 폭주기관차 같다. 그가 어릴 때 좋아했다는 인기 애니메이션 '꼬마기관차 토마스 이야기(Thomas the Tank Engine & Friends)'의 주인공을 연상케 한다. 연일 PGA투어 홈페이지에 그와 관련한 뉴스가 메인으로 오르는 까닭이다. 



    
한편 대회 시작 전 파워랭킹 2위에 이름을 올렸던 임성재(24)는 첫 라운드에서 이글 2개와 버디 4개로 7언더파 63타를 치며 선두인 재미교포 존 허에 2타 뒤진 단독 2위에 오른데 이어 2라운드에서도 중간합계 8언더파로 선두와 1타 차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려 지난해 10월 슈라이너스 아동 오픈 이후 10개월 만에 시즌 2승 및 통산 3승 기회를 잡았다.



특히 첫날 이글 2개는 압권이었다. 10번 홀에서 출발, 11번(파4) 홀에서 첫 버디를 잡은 뒤 15번 홀(파5·504m)에서 208m를 남긴 상태에서 세컨 샷을 홀컵 약 6m 거리에 떨군 뒤 이글을 잡고 5번(파5) 홀에서도 이글 사냥에 성공했다. 한 라운드에서 이글 두 개는 임성재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이 대회에 3번 출전, 두 번 톱10을 기록한 그는 원덤 챔피언십에서의 좋은 분위기가 플레이오프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진 사라젠의 경구를 떠올리면 좋은 출발을 한 임성재에겐 지금이 위험한 순간이라는 느낌도 든다. 김주형이 2라운드에서 6타나 줄인 것을 감안하면 임성재도 서너 타 줄일 수 있을 텐데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PGA투어 마지막 대회를 뜨겁게 달구는 두 '코리안 몬스터'의 3~4 라운드가 더욱 흥미진진하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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