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 POINT] 여농 국제 경쟁력 강화, 외국인 선수 그리고 저변 확대와 경험 '사이'

김우석 입력 2022. 8. 2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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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한국여자농구 대표팀(이하 한국)이 소집 후 첫 외국 팀과 평가전에서 2연승에 성공했다. 첫 경기를 접전 끝에 56-55, 1점차 짜릿한 승리를 거뒀던 한국은 2차전에서 리드를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지만, 4쿼터 역전에 성공한 후 연장전까지 치르는 혈투 끝에 71-66으로 승리했다.

상대는 라트비아. 세계 랭킹 23위에 올라있는 라트비아는 투박하고 세밀함이 부족한 팀이다, 신장과 파워는 좋다. 14위에 올라있는 한국이지만, 만만히 볼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과정과 결과가 그랬다.

라트비아는 이번 평가 전에서 주전급 선수 4-5명이 빠졌다. 한국과 경기에 앞서 일본과 평가전에 나섰던 두 명의 주전급 선수들도 국 내 소속 팀 문제로 인해 한국과 평가전에는 불참했다고 전해졌다.

한국 역시 상황이 좋지 못했다. 평가전을 갖기 전 박지수가 공황 장애로 불참을 알려왔다. 큰 위기였다. 게다가 몇 몇 주력 선수들 역시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인한 전력 공백이 발생한 것. 대표팀에서 박지수가 갖는 존재감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대체 불가 자원이다.

많은 우려가 존재했다. 하지만 과정과 결과는 우려보다 희망적이었다. 1차전은 체력 안배를 숙제 정도를 확인했고, 2차전은 경기 시작 후 4쿼터 중반까지 리드를 허용했지만, 이후 역전에 성공한 후 연장전에서 승리를 거두는 투혼을 보여주었다.

박지수 공백으로 인한 높이에서 열세는 확연했지만, 공수에 걸쳐 선수들의 집중력과 투지는 부족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많은 관계자와 기자들이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짧은 훈련 기간으로 인한 아쉬운 조직력과 경기력 속에 연승을 거둘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경기 후 대표팀을 이끄는 정선민(49) 감독은 대표팀 선수들의 많은 부족한 점에 대해서 언급했다. 특히 강조한 것이 인사이드 경쟁력이었다. 더불어 박지수가 부재한 인사이드 자원의 부족한 기술에 대해서도 강도높게 이야기했다.

두 번째 경기가 끝난 후에는 ‘그들 만의 리그’라는 단어를 통해 WKBL에 외국인 선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정 감독은 “국내 리그에 외국인 선수가 없다 보니, 국제대회에 나서면 외국인 선수 자체를 버거워한다. 빨리 탈피하고 적응시켜야 하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어렵다.”고 전했다.

다소 예민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외국인 선수 제도에 사실 정답은 없기 때문. 하지만 현재는 외국인 선수 존재 유무보다 여자농구 저변 확대와 함께 한국형 농구를 만드는 작업이 더욱 중요해 보인다.

외국인 제도의 어떻게 이어져 왔나?

WKBL은 2000년 겨울 리그 시작부터 외국인 선수 제도를 시행했다. 중국 선수가 시작이었다. 당시 중국 내 스타 플레이어였던 쉬춘메이, 마청징 등이 한국을 찾았다. 인사이드 자원이었다. 각 팀은 우승을 목표로 중국 내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영입, 당시 정선민이 포진했던 신세계(현 부천 하나원큐)와 맞짱을 떴다.

번번히 고베를 마셨다. 정선민 뿐 아니라 양정옥(은퇴), 이언주(은퇴), 장선형(현 수원대 감독)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포진한 신세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신세계는 초창기 WKBL 여왕이었다.

이후 WKBL은 문호를 넓혔다. 주로 WNBA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이 한국을 찾았고, 로렌 잭슨, 타미카 캐칭, 얀 바우터스, 마리아 스테파노바 등 국제 무대 탑 플레이어들이 한국에서 활약하던 때도 있었다.

타미카 캐칭이 존재했던 우리은행이 김영옥(은퇴), 홍현희(은퇴), 김은혜(현 KBS N 해설위원) 등 강력한 국내 라인업과 함께 수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외국인 선수 포션이 너무 커졌다. 캐칭은 매 경기 20점 20리바운드를 너끈히 해냈다. WKBL이 외인으로 시작해서 외인으로 끝나는 느낌이었다. 외국인 선수 제도를 폐지했다. 신한은행이 왕조를 이뤘다. ‘끝판왕’ 하은주를 중심으로 정선민(현 국가대표 감독), 전주원(현 우리은행 코치), 최윤아(현 국가대표 코치)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리그를 집어 삼켰다.

다시 외국인 선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위성우 감독을 영입한 우리은행이 신한은행을 넘고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이변이었다. 직전 시즌 꼴찌였던 우리은행이 만든 위업이었다. 외국인 선수 영입으로 인해 전력 평준화를 만든 이유가 존재했다. 당시 우리은행 외인은 티나 톰슨. WNBA 레전드로 명예의 전당에도 올라있는 선수다. 우리은행에 부족했던 경험과 클러치 능력을 선보이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2019년에 다시 외국인 선수 제도를 폐지했다. 당시 시작이었던 코로나 19 팬데믹과 맞물린, 이전에 발생한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박지수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내린 어려운 결정이었다. 저변 확대와 경험 부여가 가장 큰 이유였다.
저변 확대가 필요한 이유들

현재, 여자 농구 저변은 무너져 있는 상황과 다름이 없다. 아마추어 선수가 200명도 채 되지 않으며, 고등학교 선수들은 팀 당 5명을 채우기 힘든 때도 있다. 벤치가 텅 비어있기 일쑤다.

WKBL은 수년 전부터 ‘저변 확대’를 위한 그림을 그리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은퇴 선수 코칭 프로그램을 통해 각급 학교와 교류를 하고 있다. 꽤 결실을 맺고 있는 상황이다. 농구를 경험하는 학생들 수가 매우 늘고 있다.

앞선 집행부에서도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현 집행부가 더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결과물을 도출시키고 있다.

샘물이 마를데로 마를 상황에서 바닥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첫 번째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팀 해체와 취업 조건의 변화 등 내부적인 이유로 시작된 열악한 저변의 현실에 개선을 가하기 위한 밑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외국인 선수 제도는 열악한 저변에 한 몫(?)을 했다. 과장일 수 있지만, 분명 연관 관계는 있다. 외인이 경기에 나서면 통상 2명 혹은 많게는 3명까지 역할을 하게 된다. 그 만큼 국내 선수들이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확률은 적어진다.

적은 프로 팀 숫자(1997년 한국은 IMF를 겪으면서 여자 팀 숫자가 15개에서 5개로 줄었다)와 함께 외국인 선수 제도는 농구 선수로서 출발점에 있어 분명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이는 남자 농구도 다르지 않다. 학부형 들은 농구 선수의 가치를 다른 스포츠에 비해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야구와 골프 그리고 축구에 비해 외국으로 진출이 제한적인데다, 한국에서도 인기와 급여 구조가 매우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니기 때문. 몇몇 스타 플레이어에는 오버 페이 논란이 있지만, 다른 선수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시작점에서 불리할 수 밖에 환경에다 외국인 선수 존재는 저변이 약해지는 이유 중 한 가지였다.
강력한 발전 툴, 경험 부여

선수들이 성장하는데 있어 경험보다 더욱 가치 있는 것은 없다. 그것도 실전 경험은 기량 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양분이다.

발전에 있어 핵심은 분명 선수 자신의 열정과 노력이지만, 제도적으로 외국인 선수의 존재는 분명 간혹 노력이라는 키워드를 지워버리는 역할이 되기도 했다. WKBL 출범 이전 스타급 선수들이 생각 이상으로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에이징 커브가 분명했지만, 타고난 센스와 경험으로 외국인 선수를 서포트하기만 해도 왠만한 성장형 선수에 비해 가치가 분명했기 때문.

결국 외국인 선수 존재는 성장이 필요한 유망주 빅맨급 선수들이 뛸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 적어도 10명에 가까운 유망주들이 관계자와 팬들의 기억 속 저편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당시 여자농구는 비 시즌 동안 지금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훈련량이 어마무시했다. 혹독한 비 시즌 훈련 과정 속에 정규리그 경기 출전이라는 보상을 받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선수 생활 지속이라는 동기 부여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은퇴라는 아쉬운 선택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당시는 코칭 스텝과도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때다.

외국인 선수 영입 이유는 위에 언급한 전력 평준화와 함께 흥행이라는 이유가 가장 크다. 하지만 WNBA 정상급 선수들이 뛰었을 당시에도 흥행에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었다. 게다가 반만년 역사 속에 천번이 넘는 외침을 받았던 한국은 주도권에 대한 성향이 강한 민족이다. 국민 정서 상 승부의 결정권을 타인에게 주었다는 보이지 않는 부분도 외면의 한가지 이유가 되었다.

괘변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 사실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국 형(型) 농구는 무엇?

이제 이야기를 한국형 농구로 들어가 보려 한다. 실업 시절 여자농구는 황금기를 누렸다. 세계 대회에서 자주 상위권에 입상했고,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아시아선수권에서는 단골 우승 손님이었다. 중국과 늘 우승을 다투었을 뿐, 일본을 필두로 아시아권 어느 나라도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국내 리그도 인기가 높았다. 높은 국제 경쟁력은 스포츠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프로가 출범하며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존재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이유 외에도 수많은 변수들로 인해 한국 여자농구는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에게 적수가 되지 못하는 현실을 지나치고 있다.

이번 기사의 핵심인 외국인 선수가 초창기부터 존재했지만, 국제 경쟁력은 계속 떨어지고 말았다. 밥먹듯이 우승을 차지하던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3위 혹은 4위에 오르는 일이 잦아졌고, 4강 혹은 6강에 자주 이름을 올렸던 세계 선수권 대회 마저 순위표 하단에 머물고 있다.

은메달과 4위에 올랐던 올림픽 역시 이제는 출전에 만족해야 할 정도의 수준이 되고 말았다.

여자농구가 전성기였던 시절, 현재에 비해 훨씬 풍부했던 자원 속에 강도 높은 훈련과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신체 조건과 높이 그리고 파워에서 앞서는 나라와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곤 했다.

현재의 외형적 모습과 다르지 않은 상대들이었다. 5명이 톱니바퀴처럼 움직였고, 높은 집중력과 승리에 대한 열정 그리고 높은 개인기와 마무리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보다 큰 상대들과 대결에도 밀리지 않고 기적과도 같은 결과를 연거푸 만들어냈던 것.

숨은 원동력도 존재했다. 바로 고(故)윤덕주 여사의 존재였다. 윤 여사는 국제 대회 때 마다 선수들을 지극히 챙겼다. 선수 개개인의 성향을 파악해 국제 대회 기간 동안 컨디션 관리에 만전을 기했고, 심판 진과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판정과 관련한 불이익도 최소화시켰다.

WKBL에 정통한 관계자는 “고 윤덕주 여사께서 국제 대회에 나설 때면 보유하고 있는 도자기를 하나씩 파셔 재원을 마련했다. 그리고 선수단 지원과 스포츠 외교에 사용하셨다. 한국 농구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지금과 다르지 않게 신체 조건에서 분명 열세에 놓였지만, 한국은 위에 언급한 키워드들을 바탕으로 세계 강호들을 연파하고 상위권에 랭크될 수 있었다. 결국 당시나 지금이나 한국 농구가 해야할 것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당분간 여자농구에 외국인 선수 영입보다는 저변 확대나 실전 경험 부여가 중요한 이유라 할 수 있다.

개인기와 조직력 구축 그리고 투지와 열정이 바탕이 된 농구와 확실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리핀 농구가 특징이 있고, 최근 일본 농구가 외국인 선수 없이도 그들의 방법으로 강호가 된 것처럼, 한국 역시 실업 시절과 WKBL 초창기에 경쟁력을 갖췄던 모습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농구를 만들어야 한다.

잠시 쉬어가자. 여자농구의 한 획을 그었던 이름들을 둘러보자.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박신자를 시작으로 문경자, 박찬숙, 성정아, 최경희, 조문주, 이강희, 박현숙, 정은순 등 기라성 같은 이름들이 있다. 한국 여자농구를 반열에 올려놓은 이름들이다.

이후 한국 여자농구는 전주원을 시작으로 정선민, 박정은, 이미선, 변연하, 하은주, 최윤아 등 2000년대 이후를 주름잡던 선수들이 중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 선수들을 공포로 몰아넣으며 한국 여자농구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후는 상대적으로 강해진 타국의 전력과 많은 이유로 인해 전력이 약해진 한국 농구의 현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단비, 박혜진, 강이슬, 박지수 등 수준급 선수가 존재하지만, 달라진 내,외부 환경으로 인해 예전과 같은 성적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두 외국인 선수와 함께 리그를 관통한 선수들이다. 위에 언급된 선수들에 비해 국제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없는 이름들이다.

 

외국인 선수가 포함된 WKBL은 분명 그들에게 의존도가 높았다. 골 결정력이 뛰어난 그들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모든 작전에 있어 득점이 핵심인 농구라는 스포츠에서 득점력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에게 의존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결과로 에이스급 국내 선수들을 제외한 유망주들은 오랫동안 주연이 아닌 조연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성장에 필요한 명확한 경험을 해내는데 있어 제한을 받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선수 제도 폐지 후 시청률과 관심은 분명 달라졌다. 많은 긍정적인 지표가 존재한다. 한국 팬들이 원하는 아기자기한, 혹은 치밀한 형태의 한국 농구로 회귀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WKBL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 제도는 정말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유지도 폐지도 상황에 따라 해석, 적용하면 된다. 외국인 선수와 관련해서 박지수라는 키워드가 따라붙곤 한다. 하지만 KB스타즈가 박지수를 영입하고도 매번 우승을 차지한 건 아니다. 박지수 때문에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넌센스다.”고 전했다.

경험. 선수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그것이다. 정 감독의 이야기처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 선수와 경험도 필요하다. 그 부분은 이번 라트비아와 평가전처럼 대표 선수들을 선발해 평가전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 국가대표 운영과 관련해 대한민국농구협회와 WKBL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일부 권리를 WKBL이 이양받는다면 좋은 방향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국내 리그는 저변 확대와 성장을 위한 경험의 무대로 삼아야 한다. 적어도 아마추어 선수 숫자를 걱정하지 않는 순간이 올때까지 말이다.

사진 제공 = 대한민국농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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