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 '돌'버츠의 각성, 세번의 명석함

조회수 2020. 10. 27. 13: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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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약간 명석함 - 4회 무사 1, 3루 때의 신뢰

3점을 벌고 시작했다. 그런데 지키질 못한다. 3회 말. 2점을 잃었다. 3-2로 뒤가 따갑다. ‘가을 귀쇼’가 보인다. 저러다 또 망할라. 그게 어디 한 두 번인가.

4회 말이다. 여전히 불안하다. 선두 타자를 내보냈다. 마누엘 마고에게 볼넷이다. 기습까지 당했다. 다음 초구에 2루를 뺏겼다. 도루 허용에 실책까지 겹쳤다. 3루를 덤으로 줬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헌터 렌프로도 못 잡았다. 또다시 볼넷이다. 무사 1, 3루의 동점/역전 위기다.

그럴 수도 있다. 연속 볼넷이라고 모두 틀린 건 아니다. 내용이 문제다. 승부할 타이밍에 변화구만 던졌다. 특히 렌트로에게는 심했다. 유리한 카운트(1-2)에서 슬라이더만 내리 4개였다. 한결같이 땅바닥에 꽂는 유인구다. 이건 자신감 문제다. 상태를 체크해 볼 타이밍이다.

4차전의 허무함, 5차전의 중대함, 그동안 실패의 학습. 그런 것들을 종합하면 심란해진다. 당시 투구수는 64개. 그럼에도 다저스 벤치는 변화를 고민할 시점이다. 그런데 고요했다. 하다못해 마운드 방문조차 없었다. 내야진끼리 모였다. 간단한 마운드 미팅으로 끝냈다. 신뢰, 예우. 그런 단어들이 떠오른다.

각성은 이뤄졌다. 조이 웬들을 향한 초구가 위력적이다. 바짝 붙는 92마일 패스트볼이었다. 간단한 팝 플라이로 처리됐다. 다음 윌리 아다메스 때는 더 좋았다. 패스트볼 2개와 완벽한 커브로 삼진을 엮었다.

결국 상대가 자멸했다. 타석(케빈 키어마이어)의 기대치가 낮다고 판단했다. 3루 주자 마고가 기상천외함을 택했다. 두 손을 번쩍 드는 커쇼의 세트 모션에서 홈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변칙은 통하지 않았다. 투수가 재빨리 발을 풀었다. 그리고 투구 대신 송구로 꼼수를 응징했다. 이닝 종료.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상당히 명석함 - 6회 2사후 커쇼 교체

흐름이 좋다. 위기를 넘긴 뒤 일사천리다. 5회는 삼자범퇴다. 삼진 2개가 포함됐다. 6회도 마찬가지다. 공 2개와 아웃 2개를 바꿨다. 만만치않은 타자 두 명이 처리됐다. 랜디 아로자네로, 브랜든 로우다. 위기를 벗어난 4회부터 시작하면 7타자 연속 범타 처리다.

그 때였다. 다저스가 타임을 걸었다. 감독이 마운드를 향한다. 마스크를 내린 데이브 로버츠 주변에 야수들이 모였다. 저스틴 터너가 뭔가를 주장한다. 커쇼도 몇 번 고개를 흔든다. 강한 눈빛으로 반대 의사를 표현한다. 그럼에도 뜻은 관철됐다. 마운드의 주인이 바뀐다. 커다란 야유가 쏟아진다. 내려오는 투수에게는 기립 박수가 터진다.

“야유에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우리 팬들은 열정적이다. 내가 할 일은 우승을 돕는 일이다.” (데이브 로버츠)

FOX TV 중계팀은 플랜대로 진행된 일이라고 했다. 존 모로시 기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켄 로젠탈(FOX 스포츠 기자 겸 해설)이 경기 전에도 얘기한 부분이다. 커쇼가 아마도 21타자 정도만 상대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체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한참 좋아지고 있었다. 조금 더 놔둬고 괜찮다는 의견도 많다. 내리 7타자를 범타 처리했다. 투구수도 85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니다. <…구라다>는 동의할 수 없다. 가장 공감되는 의견은 디 어슬레틱이 제시했다.

“이 결정은 포스트시즌 역사에 기반했다. 다저스는 8년 동안 커쇼를 너무 한계까지 밀어넣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커쇼는 한 타자를 (세번째, 네번째 타석까지) 너무 많이 상대했다. 그런 오류가 반복되는 걸 막아야했다. 납득 가능한 조치다.”

mlb.com도 비슷했다. “그동안 로버츠는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커쇼에 관한 것이었다. 너무 오래 내버려뒀다는 주장이었다. 그게 맞다면, 이날의 결정도 받아들여야하는 접근법이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매우 명석함 - 9회 캔리 잰슨은 후드티 차림으로

9회 말이다. 스코어 4-2다. 그럼 뭐하나. 이제 숫자를 믿는 사람은 없다. 하루 전 역전패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불펜 문이 열린다. 혹시나? 설마? 역시. 달려나오는 투수에 유난히 관심이 쏠린다. 블레이크 트라이넨이다.

이번 포스트시즌 성적은 그다지 별로다. 하루 전 등판에서도 신통치 않았다. 0.2이닝 동안 1안타 1볼넷(최지만). 이어 나온 페드로 바에스가 3점 홈런을 맞아 자책점 2개를 선물받았다.

최근 세이브 상황 등판은 9월 초였다. 게다가 월드시리즈는 3차전부터 3연투다. 그럼에도 그가 선택될 수 밖에 없다. 세상이 모두 아는 이유 때문이다. 중계 화면이 불펜을 비춘다. 캔리 잰슨은 후드 티도 벗지 않았다. 불펜에서 여유롭게 지켜볼 뿐이다.

하루 전 기억이 새롭다. 마운드에 주저앉은 모습이다. 왠지 우리에겐 낯설지 않다. SNS에는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인종 차별 멘션은 그나마 낫다. 살해 협박까지 나돌았다. 그런 상황에서 등판은 불가능했다.

대역(트라이넨)은 괜찮았다. 2점 차를 잘 지켰다. 꽤 오버하는 미디어도 생겼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하워드 콜이란 기자다. “만약 트레이넨이 9회를 깔끔하게 막아준다면, 첫 아이의 이름을 아들이든 딸이든 트레이넨으로 짓겠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다저스 감독의 접두사 ‘돌~’

4차전 역전패 다음이었다. 현지 매체들의 혹독한 비판이 이어졌다. 그야말로 난타전이다. 래리브라운스포츠라는 매체가 직격탄을 날렸다. ‘다저스가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실패할 경우 로버츠 감독은 해고될 수 있다.’ 당사자가 보면 등골이 서늘할 얘기다.

mlb.com은 좀 은근하다. ‘로버츠는 또 다른 그래디 리틀이 될까’라는 과거 사례를 전했다. 리틀은 2002년 레드삭스 감독이다. 그 해 양키스와 챔피언십 시리즈를 말아드신 인물이다. 결정적으로 외계인(페드로 마르티네스)의 교체 시기를 놓쳤다. 그 여파로 빨간 양말을 벗어야했다.

로버츠의 가을은 반복된 실패였다. 2017~2018년 내리 월드시리즈 패권을 놓쳤다. 주로 투수 교체와 관련해 패착을 뒀다. 그럼에도 다저스는 2022년까지의 계약을 줬다. 어쨌든 정규 시즌 실적은 남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4차전 같은 충격은 더 이상 감당이 어렵다. 당시도 SNS에 ‘로버츠 해고’라는 해시 태그가 허리케인 같은 소용돌이로 몰아쳤다.

한동안 그랬다. 다저스 감독들이 감당할 몫이 있다. 동방예의지국 팬들의 선물이다. 접두사를 붙여 업적을 기린다. 돌팅리, 돌버츠 같은 ‘애칭’들이다. 본래 99번 투수와 관련됐다. 하지만 확장판도 존재한다. 커쇼, 잰슨 등등으로 영역을 넓혀나간다.

올 10월은 다행스럽다. 크게 한번 삐끗했지만, 5차전서 만회했다. 세 번의 교체 타이밍과 캐스팅에서 성공한 덕이다. 덕분에 3승 2패의 우위를 잡았다. 이대로만 가면 32년만에 반지를 얻게 된다. 그렇다면 접두사 ‘돌’과도 이별이 가능하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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