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 장인' 류현진 따라 변신한 김광현

박소영 입력 2020. 8. 3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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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은 지난해 '컨트롤의 장인(Master of control)'이라고 불렸다. 아시아 선수로서 메이저리그(MLB) 사상 최초로 평균자책점 1위(2.32)를 기록했다. 완벽한 제구로 빅리그에서 성공한 류현진의 전략을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영리하게 벤치마킹해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29일 볼티모어전에서 역투하고 있는 토론토 류현진. [로이터=연합뉴스]


류현진과 김광현은 8월 한달간 평균자책점 0~1점대로 뛰어난 투구를 보여줬다. 류현진은 30일 현재 시즌 평균자책점이 2.92, 8월 월간 평균자책점 1.29다.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 류현진은 29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 선발로 나와 6이닝 동안 안타 8개를 맞고 2실점 했다. 그런데 2실점 모두 류현진의 자책점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2-0으로 앞선 6회 2사 만루에서 라이언 마운트캐슬의 땅볼을 걷어낸 3루수 트래비스 쇼의 실책성 1루 송구 탓에 2점을 줬기 때문이다. 토론토 구단은 경기 후 이의 신청을 했고, 쇼의 실책이 인정돼 1자책점으로 수정됐다. 나머지 1자책점도 수정된다면, 류현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2.68, 8월 월간 평균자책점은 0.96으로 떨어진다.

김광현은 시즌 평균자책점은 1.08이다. 팀내 선발투수 중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다. 지난달 25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전에서 마무리투수로 나왔을 때는 1이닝 2실점(1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이 9.00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8월에 선발투수로 변신해 3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0.57로 호투했다. 김광현은 지난 25일 MLB닷컴이 선정한 올해 '가장 뜨거운 신인' 10명 중 6위에 올랐고, 미국내 세인트루이스 담당 기자들은 "김광현은 올해 내셔널리그 신인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칭찬하고 있다.

류현진의 날카로운 제구는 이미 빅리그에 정평이 나있다. 그런데 지난달 탬파베이 레이스, 워싱턴 내셔널스 상대로 9이닝 동안 8실점하며 불안했다. 평균자책점이 8.00까지 치솟으며 지난 시즌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류현진이 올해는 코로나19로 제대로 실전 투구 훈련을 못하고 시즌을 시작했다. 다른 팀과 많은 시범경기를 통해 투구 컨디션을 끌어올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적응 기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8월 들어 류현진 특유의 스트라이크존 활용 능력이 살아났다"고 평가했다.

28일 피츠버그전에서 역투하고 있는 세인트루이스 김광현. [AP=연합뉴스]

그런 류현진을 보며 김광현도 구속보다는 제구에 초점을 맞췄다. KBO리그 시절 김광현은 힘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강속구 투수였다. 지난해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47.1㎞였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1.8㎞에 달했다. MLB에 진출하고 나서도 지난 3월 시범경기에서 시속 150㎞가 넘는 빠른 볼을 던지는데 집중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선발투수로 나온 이후에는 직구 구속이 평균 145㎞ 정도다. 대신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활용해 긴 이닝을 소화하는 효율적인 피칭을 구사하고 있다. 송 위원은 "요즘 김광현은 류현진같이 던진다. 류현진처럼 스트라이존 구석구석을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4개월 동안 홀로 미국에 지내면서 MLB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교파 투수로 변신을 꾀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MLB 투수들의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50㎞ 정도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리그의 직구 평균 구속은 이보다 느리다. 그래서 아시아 투수들이 MLB에 진출하면 이런 강속구 투수들에 밀릴 수밖에 없다. 류현진은 구속보다는 제구를 가다듬어 빅리그에서 가장 성공한 투수가 됐고, 김광현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됐다. 나아가 다른 투수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다. 송 위원은 "김광현뿐만 아니라 류현진의 일본 출신 동료 야마구치 슌도 최근 제구에 신경쓰면서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류현진은 모든 투수들의 롤모델이 됐다"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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