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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People] NC 다이노스 구창모

조회수 2020. 7. 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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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괴물의 등장


류현진 이후로 나오지 않을 것만 같던 ‘괴물’이라는 수식어가 다시 한번 등장했다. 미국 KBO리그 중계를 담당하고 있는 ‘ESPN’도 극찬한 괴물 투수 구창모는 무려 30.9%의 역대 최고의 탈삼진 비율을 기록하며 KBO리그 월간 MVP 후보에 올랐다. ESPN은 그의 5월 성적이 메이저리그에서도 100년간 단 두 명(1986년 8월 애너하임 에인절스 마이크 위트, 2015년 9월 시카고 컵스 제이크 아리에타)뿐이었다고 극찬했다.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이후 10년 만에 등장한 대한민국 왼손 에이스, 그 계보를 이을 구창모를 파헤쳐 보자.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송서미 Location 창원NC파크


#5월의 구창모

벌써 세 번째 만남이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6월 5일 인터뷰)

작년 여름쯤에 뵌 걸로 기억해요. 시즌이 늦어지면서 컨디션 관리가 어려웠어요. 개막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초반에 개막이 불투명했잖아요. 컨디션을 되돌리는 시기를 찾는 게 어렵더라고요. 다행히 지금은 준비한대로 잘되고 있어요.

현재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까지 모두 석권하고 있어요. 기분이 어때요?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기분 좋죠. 시즌이 끝날 때까지 잘 유지하고 싶어요.

이렇게 많은 부문에서 1위를 할 거라고 상상해본 적이 있나요?

전혀요. 저도 제 기록에 새삼 놀라고 있어요. 이렇게까지 잘될 줄은 몰랐거든요. 하루에 한 번씩 포털에 들어가서 순위표를 확인해요. 선발투수는 로테이션을 도니까 다른 투수가 잘 던지면 순위가 바뀔 수 있잖아요. 어제 다른 팀 투수가 승리를 기록해 다승은 밀렸더라고요. 그래도 아직 상위권에 올라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뻐요. 다음 등판에 다시 집중해서 1위로 올라가겠습니다!

KBO리그 5월 월간 MVP 후보에도 올라 있잖아요. MVP를 타면 무엇을 할 예정인가요?

일단 부모님과 형에게 용돈을 드릴 생각이에요. 구단에도 한 턱 내려고요. NC에서는 늘 특별한 기록을 세우거나 프로 첫 승을 한 선수가 피자를 쏘거든요.

박민우 선수가 많이 기대하고 있는 것 같던데요?

민우 형은 따로 소고기 한 번 사드려야죠. 내일 제가 등판하는데 형이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 그 고기가 무한리필이 되느냐, 고급 소고기가 되느냐가 결정될 예정입니다. (웃음)

이 인터뷰를 꼭 봐야겠네요.

민우 형이 요즘 인터뷰에서 본인 얘기가 안 보인다는 말을 자주 하면서 서운해 해요. 그러니 이건 꼭 내보내주세요!


ESPN이 극찬한 기사는 봤나요? 한 달을 기준으로 평균자책점과 이닝 당 출루허용률 모두 0.60 이하를 기록한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도 100년 동안 딱 두 명이라고 해요.

봤어요.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하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고, 힘이 충분할 때 나온 기록이니까 들뜨지 않으려고요. 언제 위기가 올지 모르잖아요.

혹시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메이저리그는 모든 야구선수의 꿈이에요. 아직 저는 검증이 필요하고 보여드릴 게 더 많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어요.

한 경기에서 1점을 채 내주지 않고 1이닝에서 1명이 채 안 되는 타자를 출루시킬 만큼 완벽한 투구를 한 건데 스스로가 평가하기엔 어떤가요?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워요. 물론 중간마다 한 이닝에 볼넷을 많이 내준 경기도 있어 아쉽기도 해요. 그 외에는 대체로 마음에 들어요.

유독 상대하기 힘든 팀이나 선수가 있나요?

두산 베어스랑 키움 히어로즈가 까다로웠어요. 선수는 (이)정후나 (강)백호가 워낙 제 공을 잘 쳐요. 그래서 두 친구가 나오면 더 이를 악물고 던져요. 둘 다 경기장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한 번씩 연락도 주고받는 사이에요.

반대로 상대하기에 비교적 수월한 선수도 있나요?

없어요. 원래 (구)자욱이 형이 제 공에 타이밍을 못 맞췄는데 한 2년 전부터는 잘 맞추더라고요. (구자욱 선수가 메롱을 하기도 했어요.) 네, 그때 욕을 좀 먹었죠. 저희는 친해서 장난으로 한 건데 팬들이 보시기에는 좋지 않았나 봐요. 다음날 자욱이 형을 만났는데 저보고 너도 메롱하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괴물 메이킹

실력 반등의 비결로 ‘구종 변화’를 언급하는 관계자가 많아요.

예전부터 체인지업을 던져보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 됐어요. 그러다 보니 시합을 하면 할수록 자신감도 떨어졌죠. 어느 순간 마운드에서 타자와 싸우는 게 아니라 자신과 싸우고 있었어요. 그러다 작년에 부상을 당하고 2군에 있으면서 변화구가 돼야 경기도 풀린다는 걸 깨닫고 체인지업을 버리고 스플리터를 장착했어요.

새로운 변화구를 연마하는 게 어렵지 않았나요?

(이)재학이 형이 전부터 조언해준 게 도움이 됐어요. 그 이후부터는 경기를 풀어가기가 훨씬 쉬워졌어요. 체인지업을 포기하고 스플리터를 택한 게 잘 맞아떨어졌어요.

그럼 지금의 볼 배합을 계속 유지할 계획인가요?

잘되고 있어서 굳이 바꿀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상대 타자들이 제 볼을 읽기 시작하면 그때 다시 생각해봐야죠.

‘스플리터는 지저분하고 슬라이더는 사악하다’라는 극찬도 있어요. 둘 중 어느 게 더 자신 있나요?

스플리터는 제가 느끼기에도 좀 지저분해요. 슬라이더는 힘 있게 던졌을 때 자신 있고요. ‘사악하다’라는 표현이 좀 낯설긴 한데 선수 입장에서는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둘 다 좋지만, 더 던지기 편한 건 스플리터예요.

평소 훈련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체력훈련,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 무엇보다 부상방지에 초점을 맞춰 운동하고 있어요. (식단관리도 하나요?) 제가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라 식단은 안 해요. 아무거나 잘 먹습니다.

나만의 루틴, 혹은 징크스가 있나요?

시합 때만 입는 옷이 있어요. 유니폼부터 언더셔츠, 양말, 속옷까지 다요. 그러다 옷이 해지면 새로운 시합용 옷을 정해놓고 그것만 입어요.

스스로가 생각하는 야구선수 구창모의 약점이 있다면?

성격이 좀 예민해요. 꼼꼼하다고 해야 하나? 하나를 해도 엄청 신경 써서 해요. 가끔은 털털한 면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좀 부족해요.

마운드에서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마음을 다잡나요?

실점을 해도 무너지지 않고 최대한 경기를 끌어가려고 노력해요. 전에는 삼진을 잡으려고 도망 다니다가 연속으로 볼넷을 내주고 무너졌거든요. 이제는 위기가 오면 오히려 맞춰 잡는 피칭을 하되, 삼진이 필요한 순간 힘 있게 들어가요.

과거 인터뷰에서 야구 실력만큼 인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어요. 본인이 보기에 NC에서 인성 갑 선수는 누구인가요?

민우 형이요. 멘토로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팬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아낌없이 조언해줘요. 저 역시 형에게 배운 걸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박민우 선수하고 정말 친한 것 같아요.

형이 약간 ‘츤데레’예요. 무심한 척 툭툭 던지는데, 은근히 챙겨주는 게 있어요.

양현종 선수에 대한 얘기도 빠지지 않아요. 여전히 롤모델인가요?

한번 롤모델은 영원한 롤모델이죠. 이번 시즌도 선배님 경기를 꼭 챙겨보고 있어요. 최근에 통산 140승을 기록하셨는데 연락을 못 드려 계속 마음에 걸려요. 이번에 한 번 더 승리하시면 꼭 연락드릴 거예요. (평소에도 자주 연락해요?) 쉽게 연락을 드리지는 못하는데 그래도 새해 인사 같은 건 꼭 드리려고 해요.

구창모 선수 앞에 ‘괴물’과 ‘류현진을 잇는 좌완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어요.

류현진 선배님은 제가 신인 때부터 너무나 대단한 투수였어요. 양현종 선배님이 제가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운 선배님이라면, 류현진 선배님은 신 같은 존재예요. (웃음)

코치 중에는 누가 가장 도움을 주나요?

손민한 투수코치님과 대화를 많이 해요. 감독님도 이전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한 번씩 좋은 말과 조언을 해주세요. 최근에는 지금의 좋은 모습을 잘 유지해서 아프지 말고 다음 경기 잘 준비하라고 격려해주셨어요.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물어봐 주시기도 하고요. 감독님의 칭찬이나 조언을 기사로 접하기도 하는데 기쁘고 감사해요.


#24살의 평범한 청년

청년 구창모를 궁금해 하는 팬들도 있어요. 야구장 밖에서는 어떻게 지내나요?

쉬는 날에는 집에 있는 걸 좋아해요. 영화는 코미디, 추리, SF, 액션 스릴러를 좋아하고요. 무서운 걸 잘 못 봐서 공포는 패스! 로맨스도 별로예요. 음식은 양식이나 일식보다 주로 한식을 챙겨 먹어요. 선배들이랑 밥 먹으러 가도 보통 된장찌개, 김치찌개를 먹거나 고기를 먹으러 가고요. 지금은 좋아하는 연예인이 딱히 없는데, 예전에는 손나은이나 산다라박 같은 청순하고 귀여운 스타일을 좋아했어요. (웃음)

친구를 만나거나 데이트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본인은 ‘집돌이’인가요, ‘밖돌이’인가요?

집돌이인 것 같아요. 돌아다니는 게 좀 힘들더라고요. 집에서 편하게 함께 영화를 보거나 얘기 나누는 걸 좋아해요. (그럼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주로 무얼 하나요?) 시즌 중에 친구들을 만나면 커피 한 잔씩 하고 비시즌에는 술도 한 잔씩 해요.

강아지 이름이 ‘두정이’와 ‘한성이’이에요. 팬들에게 귀여운 두 가족을 소개해볼까요?

제가 강아지를 정말 좋아해요! 프로 지명을 받은 2014년 겨울쯤 분양을 받았어요. 저와 함께 커온 거죠. (웃음) 천안 본집에서 키우고 있는데, 부모님이 창원에 내려오실 때 데려와요.

이름이 특이해요. 어떻게 짓게 됐나요?

본집 주소가 두정동 한성아파트거든요. 그 집에서 굉장히 오래 살아서인지 저희 애들 이름도 입에 착 붙는 느낌이에요. 처음 듣는 분들은 사람 이름 같다고 어떻게 지었냐고 물어봐요. 지금 6살인데 더 안 늙고 오래오래 함께 살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좋은 것만 이야기했는데 반대로 싫어하는 것도 있나요?

잠실구장에 가면 여름에 날파리나 하루살이 같은 벌레가 엄청 날아다니거든요. 마운드에서 혹시 입에 들어갈까 겁나요. 가끔 그런 상상을 하기도 해요.

평소 스트레스가 쌓이면 어떻게 푸나요?

먹는 걸로 풀기도 하고 가볍게 맥주 한두 캔 마시고 자기도 해요. 생각을 계속하지 않고 빨리 잠드는 편이 낫거든요. 또 운전하는 것도 좋아해요. 요즘 바깥 활동을 하기 쉽지 않으니까 대신 드라이브를 다녀와요. 여름에 야구장 이동하기가 힘들어서 운전을 시작한 건데 스트레스 푸는 데도 좋더라고요.

야구 실력 외에 본인의 장점을 꼽아본다면?

성격이요. 선배나 어른에게 잘하는 게 장점이에요. 부모님께서 늘 인성을 강조하셨거든요. 그거 하나는 정말 자신 있어요. 또 주변 사람과도 잘 어울리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낯을 가리지만 친해지면 살가운 성격이에요.

야구선수로서는 이미 너무나 큰 선수지만, 아직 24살의 청년이잖아요. 야구 외에도 해보고 싶은 게 있나요?

고등학교 졸업 후에 바로 프로에 와서 평범한 대학 생활을 해보고 싶어요. 동아리도 들어보고 MT도 가보고 싶어요. (대신 더 큰 꿈을 이뤘잖아요.) 아직 이뤘다고 볼 순 없어요. 열심히 해야죠. (웃음)


#구창모의 Meteor

팬들이 불러줬으면 하는 별명이나 이름 앞에 붙었으면 하는 수식어가 있나요?

좋은 별명을 많이 지어주셨어요. 그중에서 ‘N구행’이라는 별명이 제일 좋아요. ‘NC는 구창모 때문에 행복해’라는 말을 줄인 단어예요. 그 말이 너무 좋더라고요. 마음에 들어요.

반대로 듣기 좀 쑥스럽거나 싫은 별명도 있나요?

‘오구오구’요. 제 등번호 59번 때문에 생긴 거예요. 지금 제 나이까지는 괜찮은데 나이가 좀 더 들면 듣기 힘들 것 같아요. (웃음) 서른이 넘어서 ‘오구오구 창모’라고 하면 좀 그럴 것 같아요. 그 별명은 올 시즌까지만 부탁드릴게요.

이번 시즌, 앞으로 얼마나 더 잘하고 싶나요?

삼진을 제일 많이 잡아보고 싶어요. 또 규정이닝을 넘어보고 싶고요. 꿈은 높게 가지라고 하니까 트리플 크라운도 생각해볼래요. 목표를 높이 잡고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어떤 야구선수가 되고 싶은가요?

예전부터 양현종 선배님처럼 야구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성도 중요해요.

한평생 야구를 해왔잖아요, 야구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안될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는데, 이겼을 때의 쾌감이 너무 짜릿해요. 그 짜릿함을 쉽게 못 잊겠더라고요. 또 야구를 잘해서 아버지의 꿈을 제가 이뤄 드리고 싶다는 생각도 늘 해요. 아버지가 야구를 하셨는데 대학 때 부상으로 프로의 꿈을 못 이루셨거든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선수를 경험한 만큼 아버지가 곁에서 많은 지원을 했을 것 같아요.

부모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세요. 제 경기는 무조건 다 챙겨보시고요. 미국에 있어서 시차가 안 맞을 때도 꼭 찾아보세요. 제구가 잘 안 되거나 결과가 좋지 않으면 몸 상태부터 체크해주시고요. 늘 감사하죠.

벌써 NC에 입단한 지 5년이 넘었어요. NC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NC는 선수들끼리 정말 잘 뭉치는 팀이에요. 젊은 선수가 많아서 패기도 느껴지고요.

마지막으로 올 시즌 구창모 선수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해요.

다이노스의 좌완투수로서 든든한 선발투수가 되겠습니다. 꼭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잘하겠습니다!

***

인터뷰를 위해 전화를 걸었더니 그의 컬러링은 래퍼 창모의 ‘Meteor’였다. 이름이 같아서 그 노래에도 애착이 있다고 하지만, 그 의미도 참 잘 맞아떨어졌다. 메테오는 별똥별을 뜻한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행운. 투수에게 어느 한 구종을 포기한다는 건 힘든 선택이다. 갑작스레 주무기를 바꾸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그의 ‘선택과 집중’은 옳았고, 결과적으로 그는 올 시즌 하늘에서 뚝 떨어진 NC의 행운이 됐다. 인터뷰 이후 구창모는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5월 MVP마저 꿰찼다. 래퍼 창모의 노래 제목처럼, 야구선수 구창모가 앞으로 더 빛날 NC의 메테오가 되길 기대해 본다.


더그아웃 매거진 111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0년 111호(7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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