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 현장] '이런 대우는 처음' 토론토가 에이스 류현진을 대하는 법

조회수 2020. 9. 14. 18: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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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Ace was GREAT! (우리의 에이스는 대단했습니다)”

류현진이 등판 한 날엔 어김없이 토론토 블루제이스 SNS에 올라오는 단어 ‘에이스’입니다. 그리고 토론토 몬토요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에이스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한국 시각으로 14일,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에서 류현진은 6이닝 동안 8피안타 7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치며 승리 투수가 됐고, 평균자책점도 3.19에서 3.00으로 낮췄습니다. 팀은 7-3으로 승리.

경기가 끝난 후, 몬토요 감독은 인터뷰를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류현진은 우리의 에이스다.”

상대가 류현진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공략하자 곧바로 볼 배합에 변화를 줬고, 경기 운영을 당초 계획과는 다르게 진행했습니다. 체인지업만 노리겠다는 타자의 심리를 읽은 류현진, 그는 체인지업의 비중을 낮추고 커터를 활용했고, 안타를 맞더라도 실점을 하지 않고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경기 도중 게임 플랜을 바꾼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몬토요 감독 역시 이 부분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모든 투수들이 이렇게 쉽게 변화를 줄 수 있는 건 아니다는 설명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휴식일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이 필요하다고 하면 휴식을 줄 거다”라고 답했습니다. 류현진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의미입니다.

누구에게나 이런 배려, 혜택이 주어지는 건 아닙니다. 입단식 때부터 제대로 된 에이스 대우를 해주고 있습니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고, 코로나19로 캠프가 중단됐을 때, 그리고 다시 시즌이 시작될 때. 류현진은 이 과정들을 겪으면서 이런 말을 전했습니다.

“다저스에선 없었던 일이다.”

이슈가 있을 때, 구단 단장과 사장이 직접 류현진에게 전화를 합니다. 때론 영상 통화도 합니다. 팀의 어떠한 결정이 필요할 때 대표 선수이자 에이스 선수인 류현진의 의중을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저스에서는 없었던 일. 하지만 이는 류현진을 차별해서가 아니라, 다저스를 대표하는 선수는 클레이튼 커쇼였습니다. 사장이나 단장과 직접적으로 전화 통화를 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일이 없었던 거죠. 게다가 구단의 중요한 결정 상황을 상의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고요. 경기에서 호투를 펼쳤다고 감독이 인터뷰에서 에이스라고 칭하는 것뿐만 아니라, 구단의 대표 선수이자, 에이스 투수로서 대우를 제대로 받고 있는 류현진입니다.

# 영리했던 플랜 변경

몬토요 감독이 극찬한 류현진의 경기 운영 방식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류현진은 첫 타석에 오른 맥네일에게 체인지업을 던지다 내야안타를 허용했습니다. 다음 타석에 오른 J.D 데이비스에게도 체인지업으로 승부를 했는데, 자칫 안타로 연결될 위험한 타구였습니다. 다행히 라우데스 구리엘 주니어가 다이빙캐치로 타구를 잡아냈습니다.

류현진은 이때 심상치 않음을 느꼈습니다. 두 타자에게 연속으로 체인지업으로 승부했는데, 제대로 공략했기 때문입니다.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포수 잰슨과 사인을 주고받았습니다.

상대가 체인지업을 노리고 있다고 파악한 류현진은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토드 프레이저에게 중전안타, 도미닉 스미스에게 좌중간 적시타를 허용하며 1실점을 했습니다.

류현진은 이닝을 마친 뒤, 입을 삐쭉거리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습니다. 뭔가 생각과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볼 배합, 경기 플랜을 바꿨습니다. 체인지업 비중을 대폭 줄인 대신 커브와 패스트볼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았습니다. 주무기 체인지업을 16개밖에 던지지 않았습니다. 뉴욕 메츠 타자들은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공략하기 위해 준비를 했을 터인데, 경기 도중 이렇게 투수의 볼 배합 플랜이 바뀌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류현진의 영리한 플랜 변경은 팀이 승리하는 발판이 됐고,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의 영리한 피칭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는 듯, 류현진의 가슴을 서너 번 토닥토닥합니다. 그리고 경기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이 오늘 보여준 경기를 보라. 이게 에이스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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