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버햄턴행' 정상빈, 스위스 무대로 임대 되는 이유는?

윤효용 기자 입력 2022. 1. 2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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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윤효용 기자= 정상빈의 유럽진출이 기정사실화됐다. 이적이 성사되더라도 당장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에서 뛰는 건 아니다. 울버햄턴원더러스의 위성구단인 그라스호퍼클럽취리히로 임대이적으로 경험을 쌓을 전망이다. 이미 많은 울버햄튼 출신 선수들이 그라스호퍼에서 기회를 받으며 성장 중이다. 정상빈도 이런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수원삼성의 '신성' 정상빈을 원했던 울버햄턴이 이번에는 소속팀 수원과 협상을 벌이면서 본격적으로 영입에 나섰다. 24일에는 수원이 이적 절차 문제로 대한축구협회(KFA)에 정상빈의 U23 대표팀 소집해제를 요청하면서 이적이 실제로 추진 중이라는 것이 공공연해졌다.


정상빈은 지난 시즌 혜성처럼 등장한 유망주다. 19세라는 어린 나이에도 수원삼성 유니폼을 입고 28경기를 뛰며 6골 2도움을 기록했다. 전반기에만 4골을 넣으며 파울루 벤투 감독의 선택을 받아 A대표팀에도 발탁됐다. 2021년 6월 국내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스리랑카전에서 데뷔해 데뷔골까지 터뜨리며 주목을 받았다. 빠른 발과 저돌적인 돌파, 마무리 능력이 장점으로 'K-음바페'라는 별명도 얻었다. 울버햄턴도 정상빈의 재능을 알아보고 일찌감치 확보에 나섰다. 


다만 울버햄턴행이 완료되더라도 정상빈은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스위스 슈퍼리그(1부)에서 뛸 전망이다. 울버햄턴으로 이적한 뒤 위성구단인 그라스호퍼로 임대를 떠나는 방식이다.


가장 큰 이유는 취업허가서(워크퍼밋)이다. 영국 취업허가는 비 EU(유럽연합) 출신 선수일 경우 발급이 더욱 까다롭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0위 이내인 국가대표팀 소속일 경우, 국가의 랭킹과 출전횟수를 모두 고려한다. 정상빈의 경우 한국의 FIFA 랭킹이 33위라 첫 번째 조건은 문제가 없지만, 국가대표 경기는 지난해 6월 치른 월드컵 예선 한 경기가 다다. 이적료로도 예외 조항을 충족할 수 없다.


당장 프리미어리그로 직행할 수 있더라도 출전시간을 확보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8위에 올라있는 울버햄턴 공격진에는 황희찬을 비롯해 라울 히메네스와 다니엘 포덴스, 파비우 실바, 프란시스코 트린캉 등이 있다. 정상빈이 기회를 받을 수도 있지만 성장을 위한 충분한 경기를 보장받을 가능성은 적다.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유럽 하부리그에서 성장을 이어간 뒤 EPL 정착을 노리는 편이 낫다.


울버햄턴과 그라스호퍼는 구단주끼리 부부 관계로 강하게 엮여있는 비즈니스 파트너다. 울버햄턴의 소유주이자 푸싱그룹 회장 궈광창의 아내 제니 왕 진유안이 지난 2020년 4월 그라스호퍼 지분의 90%를 인수했다. 그라스호퍼는 스위스 슈퍼리그 27회 우승(최다)에 빛나는 명문팀이지만 2003년 우승 이후 오랜 침체기를 보냈다. 2018-2019시즌에는 2부 리그로 강등당했다가 한 시즌 만에 올라왔는데, 이때 중국 자본과 손을 잡았다. 이제는 울버햄턴으로부터 선수를 받아 전력을 강화해 '명가 부활'을 노리고 있다. 


이미 그라스호퍼에는 울버햄턴 출신 선수들이 활약 중이다. 헝가리 국가대표 출신의 유망주 벤데구즈 볼라가 지난여름 울버햄턴으로 이적한 뒤 그라스호퍼로 임대 이적했다. 울버햄턴의 볼라의 소식을 공식 홈페이지에 직접 전할 정도로 육성과 홍보에 힘을 쓰고 있다. 현재는 팀을 떠났지만 에콰도르 국가대표 공격수 레오나르도 캄파나(인터 마이애미)도 2020-2021시즌 전반기를 임대로 그라스호퍼에서 뛰었다. 슬로바키아 출신의 울버햄턴 U23 소속 크리스티안 헤르치도 지난해 1월부터 임대 중이다. 


최근 아시아 선수들도 연이어 영입하는 추세다. 일본 대표팀 미드필더 가와베 하야오는 2021-2022시즌을 앞두고 그라스호퍼로 이적했다가, 최근 울버햄턴 이적 후 그라스호퍼로 임대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울버햄턴과 별개로 중국 대표팀 풀백 리레이, 일본 U23 대표 출신 센터백 기대주 아유무 세코도 영입했다. 


정상빈도 위 선수들과 같은 과정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그라스호퍼로 이적 후 울버햄턴으로 이적한 하야오의 경우도 있지만, 굳이 따지면 울버햄턴으로 먼저 이적한 뒤 그라스호퍼로 임대를 떠나는 '볼라 케이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빈은 이적 절차가 끝나는 대로 유럽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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