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팬 앞서 끝까지..FC서울이 보여준 '프로 의식' [K리그]

김찬홍 2022. 3. 1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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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주축 선수들 대거 결장, 11명이 시즌 첫 출전
몸 아끼지 않은 투혼 속 1대 2 패배.. 팬들은 최선 다한 선수들 향해 박수
추격골을 넣은 뒤 서로를 격려하는 FC서울 선수단.   프로축구연맹 

‘반쪽 스쿼드’에도 FC서울은 포기하지 않았다.

서울은 19일 서울웓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2’ 정규리그 6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 1대 2로 패배했다.

이날 경기는 서울이 올 시즌 치르는 홈 개막전이었다. 잔디 보수 및 교체 공사로 5연속 원정 경기를 치른 뒤 약 한 달 만에 홈으로 돌아왔다.

서울은 홈 개막전에 맞춰 풍성한 이벤트를 함께 준비했다. KBS 교향악단이 경기 시작에 앞서 선수 입장곡인 ‘진군가’를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라이브로 연주를 선보이고, 하프타임에는 다양한 경품 추첨과 함께 새로운 클럽송인 ‘승리하라 서울’을 최초공개 하기로 했다.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팬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서울은 선수단 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대규모 확진으로 온전하게 경기를 치를 수 없었다. 11명의 선수와 안익수 감독을 비롯해 스태프 9명까지 총 20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

서울은 경기 전날인 지난 18일 프로축구연맹에 경기 연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프로축구연맹은 예정대로 강행한다고 알렸다. 시즌 전에 규정한 ‘17명 이상의 선수가 출전 가능하면 경기는 정상 개최된다’는 운영 방안을 고수했다.

서울은 이날 교체 출전 선수를 포함해 총 17명의 선수를 출전 선수 명단에 올렸다. 교체 선수 인원(총 7명) 1명이 부족했다. 이날 이름을 올린 17인 중 올 시즌 경기를 치른 선수는 6명에 불과하며, 11명은 시즌 첫 엔트리에 등록됐다. 22세 이하 선수(U-22)는 무려 9명에 달한다.

구단 측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팀에서 제공하는 경기 자료에 “‘왜 FC서울에게만 이런 일들이…’라는 프레임에서 단번에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겠지만, 오늘 임하는 경기 선수들은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문구를 남기며 속마음을 드러냈다.

경기를 준비하는 것 마저 쉽지 않았다. 안 감독을 비롯해 코치들도 대다수 코로나19에 감염 2명의 코치만 이날 경기에 동행했다. 코치가 적다보니 경기 전 워밍업도 예상보다 훨씬 늦게 끝났다. 이로 인해 경기 시작 40분 전 진행되는 서울의 사전 인터뷰는 경기 전 시작 15분 전에야 급하게 열렸다. 이날 안 감독을 대신해 감독 대행을 맡은 김진규 코치는 경기장에서 헐레벌떡 뛰어와 기자회견에 참가했다.

김 코치는 “홈 개막전에 많은 팬들이 찾아오셨는데, 모든 선수들이 나오지 못해 아쉽고 죄송한 마음이다”라며 “제주 선수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다. 아직 팀의 코로나19 상황이 온전치 않아 괜히 제주 선수들이 피해를 볼까 걱정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경기는 제주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이어졌다. 서울이 온전한 전력으로 맞서도 이기기 쉽지 않은 상대인데, 전력이 온전치 않으니 막는 데 급급했다. 결국 전반 10분과 전반 26분에 조나탄 링에게 득점을 허용했다. 이후에도 제주는 일방적으로 서울을 난타했다.

서울 팬들은 한숨과 야유 대신 박수로 선수단을 격려했다. 데뷔전을 치른 2001년생 골키퍼 백종범이 실점을 허용해도 박수를 치며 괜찮다는 사기를 복돋았다.

팬들의 격려에 서울은 후반전에 조금 달라진 모습이었다. 전반전에 호흡이 맞지 않던 수비수들은 후반전에는 라인을 적극적으로 끌어올려 상대의 오프사이드를 유도했다. 실점 위기도 몇 차례 있었지만, 격려를 받은 백종범은 몸을 날리는 선방으로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수비가 안정되자 공격도 조금씩 시도했다. 안익수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가 조금씩 발현되기 시작했다. 조금씩 슈팅을 시도했다. 전반전에 시도한 슈팅수가 단 2개에 불과했는데, 후반전에는 5개나 시도했다.

서울 선수단은 몸도 아끼지 않았다. 피지컬이 좋은 제주 선수단과 계속 부딪혔다. 쓰러져도 곧장 일어나 다시 득달같이 달려들어 상대 공격을 저지하려 노력했다. 후반 39분에는 제주 수비수 정우재의 슛을 막는 과정에서 골키퍼 백종범이 상대의 무릎에 가격당해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백종범은 머리에 붕대를 메며 경기를 끝까지 소화하려 했지만 막판 교체됐다.

서울의 투혼은 끝내 한 골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서울의 이승재가 측면을 파고들 때 제주의 수비수들이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교체돼 들어온 공격수 박호민이 이를 놓치지 않고 골을 넣으며 한 골 차로 따라갔다.

서울은 동점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끝내 실패하며 아쉽게 패배했다. 비록 시즌 첫 홈경기였지만 선수들의 끈질겼던 투혼에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아낌없이 박수를 쳤다. 지난해 비트코인, 주식 등 재테크에 빠져 선수단 기강이 무너졌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서울은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상암=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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