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형' 오지환은, 숨 소리도 팀 안에 녹아있습니다

안승호 기자 입력 2022. 6. 23. 11:23 수정 2022. 6. 23. 11: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G 오지환이 22일 잠실 한화전에서 3회말 2점 홈런을 친 뒤 3루를 돌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매시즌 프로야구 우승팀은 단 한 곳. 그러나 개인상은 공식 부문만 14개나 된다. 가끔은 개인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하고도 팀성적은 바닥을 향하는 경우가 있다.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이 따로 움직일 때 벌어지는 현상이다.

LG 오지환(32)이 올시즌 팀 안팎에서 조명받고 있는 것은 그가 리그 톱유격수로서 화려한 수비를 연발해서만은 아니다. 그의 올시즌 움직임 하나 하나가 팀 안에 그대로 녹아있는 것이 수치로 또 언행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지환은 22일 현재 시즌 홈런을 11개나 때리고 있지만 타율은 0.251로 평범하다. 그러나 오지환이 때린 62안타는 대부분 팀이 승패의 기로에 있을 때 터져나왔다.

오지환은 올시즌 득점권에서 타율 0.303에 OPS 0.923으로 특급 타자의 수치를 찍고 있다. 결승타만 9개로 김현수(LG)와 함께 리그 전체에서 공동 선두에 올라선 것이 박빙 상황에서 맹타를 휘두른 결과물 중 하나다.

지난 22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채은성이 담 증세로 결장한 가운데 4번타자 겸 유격수로 나왔다. 투런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바로 응답했다. ‘임시 4번’으로 중용된 것이 아니라도 올시즌은 대부분 5번으로 출전 중이다. 찬스에서의 해결 능력으로 류지현 LG 감독의 신임을 얻고 있다는 증표다.

오지환은 경기 안에서의 팀 얘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경기마다 항상 생각하고 있는 것은, ‘먼저 리드를 가져가자’는 것”이라고 했다. 동점 상황에서 집중력을 높이는 배경에 대한 설명으로, 실제 결과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았다. 오지환은 올시즌 동점 상황에서 타율 0.351에 OPS 1.120으로 가공할 화력을 뿜어내고 있다.

가슴만 뜨거워서는 얻을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오지환은 “그 상황이 되면 똑똑해지는 것 같다. 확률적으로 무엇을 노려야하는지 그런 것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그러면 다른 상황에서는 내가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라며 농담도 했지만, 팀의 주장이자 베테랑으로 야구를 읽는 눈이 그만큼 맑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지환은 올시즌 실책이 11개로 많은 편이다. 실책 얘기에 “맞다. 실책이 많았다”고 시원하게 인정하며 웃는다. 오지환은 올시즌 1군 경험이 적은 후배 내야수들을 양쪽에 두고 경기를 하는 횟수가 잦다. 2루수로는 손호영, 송찬의가 나오고 있고 3루수는 문보경이 출전 중이다. 오지환은 “어린 후배들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하다보니 범위가 넓어지는 측면이 있었다. (영역을) 침범한다고 하는데, 지금은 애매한 타구라면 내가 처리하다 내가 실책하는 게 낮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요즘 마음을 많이 쓰는 대상이 바로 후배 내야수들인 모양이다. 오지환은 “내가 대한민국에서 실책을 가장 많이 한 선수일 것이다. 그래서 후배들 마음을 이해한다”며 “실책을 많이 한 선배로서 혹여 실책을 하더라도 절대 위축되지 말라고 조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난 21일 잠실 한화전에선 가장 기분 좋았던 순간이 손호영이 3점홈런을 쳤을 때다. 오지환은 “호영이가 실책을 하고 바로 다음에 홈런 쳤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 실책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책 다음의 플레이”라고 말했다.

오지환은 도루도 9개를 기록하고 있어 ‘20(홈런)-20(도루)’도 노려볼 만한 페이스다. 그러나 관련 질문에 “우리는 지금 순위권(상위권) 싸움을 하고 있다. 그 기록(20-20)을 작정하며 노려서 하는 건 욕심이다. 팀이 이길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바로 내 목표”라고 말했다.

표정과 말투 그리고 몸짓까지…. 인터뷰를 위한 의례적 얘기와는 격이 달랐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