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vs 알파고] 일흔 노학자가 인공지능 세번째 봄을 만들었다..'딥러닝' 대가 제프리 힌튼

류현정 기자 입력 2016. 3. 8. 06:02 수정 2016. 3. 8.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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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9일 이세돌 9단과 첫 대국을 치를 예정인 인공지능 알파고는 딥러닝 기법으로 훈련받았다. 사진은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왼쪽)과 이세돌 9단의 기자회견 모습.
페이스북은 딥러닝을 활용한 딥페이스알고리즈으로 이미지 인식률을 97.25%까지 끌어올렸다. 위는 페이스북 알고리즘을 설명하는 데 쓰인 자료./페이스북 제공

2012년 세계 최대 이미지 인식 경연대회 ‘ILSVRC(Imagenet Large Scale Visual Reconition Challenge)’에서 ‘파란(波瀾)’이 일었다. 이 대회에 첫 출전한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사진) 토론토대 교수가 이끄는 ‘슈퍼비전팀’이 깜짝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그것도 압도적인 1위였다. 나머지 팀들이 이미지 인식 오류률 26%대에서 0.001%를 줄이느라 다툼을 벌인 것과 달리 슈퍼비전팀은 오류률 15%를 기록했다. 당시 천재들이 모인 팀이 1년 노력해야 겨우 1%가량 오류률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에 슈퍼비전의 기록에 전 세계 인공지능 학계가 충격에 빠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슈퍼비전 팀의 비밀은 제프리 힌튼 교수가 평생을 연구해 이룩한 기계학습법인 ‘딥러닝(Deep Learning)’에 있었다. 1947년생인 힌튼 교수는 우리 나이로 올해 일흔을 맞이하는 노학자다.

그는 ‘인공지능의 겨울’이라고 불리는 ‘혹한기’에도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연구를 멈추지 않은 덕분에 2006년 딥러닝에 관한 기념비적인 논문인 ‘A fast learning algorithm for deep belief nets’를 발표한다. 이 논문을 발표한 지 다시 6년 만에 실전 대회에서 딥러닝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인공지능의 겨울이란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 붐(boom)이 일었다가 기대감이 꺾이면서 연구비가 삭감되는 시기를 말한다. 지금까지 두번의 봄과 두 번의 겨울이 있었다.

딥러닝은 ‘딥(deep·깊은)’이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심층적인 신경망으로 기계가 학습하는 모델이다. 인간이 수십,수백층으로 연결된 신경망으로 배우고 판단하는 것처럼 컴퓨터도 여러 개의 신경망을 써서 학습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딥러닝을 이용하면 비지도 학습방법(unsupervised learning)이 가능하다. 그동안 기계에 학습을 시키더라도 학습할 내용의 특징은 사람이 일일이 뽑아줘야 했다. 예를 들면, 고양이를 알아보는 기계를 만들려면, ‘털이 많다’ ‘수염이 있다’ ‘크기는 50cm다’ 등 고양이의 특징이 무엇인지를 연구자가 일일이 추출해 알고리즘을 만들어야 했다. 특징을 추출하는 과정은 어렵고 귀찮을 뿐아니라 잘못 추출해 기계학습을 시키면 기계가 엉뚱한 결과를 내놓기 일쑤였다.

김진형 카이스트 인공지능연구실 명예 교수는 “딥러닝은 여러 개의 서로 다른 인공 신경망을 각각 훈련시켜서 층층이 쌓고 통합훈련을 통해 미세 조정하는 고층 신경망 학습법”이라면서 “연구자가 특징을 추출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없이 컴퓨터 스스로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으며, 실험 데이터에만 맞고 일반 데이터에는 잘 맞지 않는 과적합(overfitting) 문제도 해결해 인공지능 연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딥러닝이 가능해진 것은 빅데이터와 고성능 컴퓨터의 등장으로 기계가 학습할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계산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빅데이터가 쏟아질 수도록, 이를 계산할 수 있는 고성능 칩이 등장할 수록 딥러닝은 위력을 발휘했다.

실제로 딥러닝을 이용한 이미지 인식 오류률은 이제 3.75% 수준으로 떨어졌다(페이스북 딥페이스). 이 정도는 잠깐 착오를 일으키는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딥러닝은 이미지 인식뿐아니라 음성 인식, 필기체 인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효과가 좋은 것으로 속속 입증되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 한 획을 그은 노학자를 구글이 그냥 둘 리가 없다. 2013년 구글은 제프리 힌튼 교수가 설립한 DNN리서치를 사들였고 한 해 뒤인 2014년엔 영국의 딥러닝 개발회사인 딥마이드테크놀러지 인수에도 나섰다. 이 인수에는 페이스북도 뛰어들어 딥마인드의 몸값이 계속 올라갔다.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한 최종 가격은 4억 달러(4200억원).

이 회사가 바로 이세돌 9단과 대결하는 인공지능 ‘알파고’를 만든 주인공이다. 딥마인드에 ‘딥’이라는 용어가 붙은 것도 딥러닝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딥마인드 CEO인 데미스 하사비스가 알파고의 아버지라면 힌튼 교수는 알파고의 할아버지다. 힌튼 교수의 딥러닝 덕분에 전 세계에 인공지능 연구에 세 번째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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