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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훈기의 스페셜야구] 류현진 10승과 3볼넷의 변명

민훈기 입력 2019.07.05. 15:44 수정 2019.07.0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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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진 샌디에이고 타선 6이닝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10승 마침내 달성

야구에서 볼넷은 투수와 수비에게 가장 안 좋은 것임은 진리입니다.

해설을 할 때도 늘 반복적으로 얘기합니다. 볼넷을 주느니 안타를 맞는 게 낫다고. 심지어 류현진(32)은 볼넷을 주느니 차라리 홈런을 맞겠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류현진의 이론이 아닌 실제로 보여주는 볼넷이 희귀한 ‘짠물 피칭’은 더욱 칭송을 받습니다.


마침내 10승을 달성한 류현진이 이날 30홈런을 친 벨린저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습니다. 다저스 전반기 MLB 최고 성적의 견인차들입니다. ⓒ다저스SNS


그런 류현진이 5일(이하 한국시간) 홈구장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서 볼넷을 3개나 내줬습니다.

이날 전까지 15번 선발 등판에서 한 경기 가장 많은 볼넷을 준 것은 1개. 7경기에서 딱 1개씩만의 볼넷을 내줬습니다. 즉, 8경기에서는 ‘프리패스(free pass)’가 단 한 개도 없었습니다. (볼넷이 안 좋은 이유는 수도 없지만 가장 선호하는 표현은 ‘아무리 빠른 타자도 1루는 훔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공짜 진루, 프리패스를 준다는 것은 모든 화근의 근본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올 시즌 류현진은 9이닝 당 삼진이 8.21개로 수준급이지만(MLB 26위) ‘짠물 피칭’ 덕분에 삼진과 볼넷 비율은 13.43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MLB 2위 워커 뷸러(8.07)와는 5가 넘는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한 경기 볼넷이 3개라니.......


그만큼 이날 류현진은 신중했고, 조심스러웠습니다. 엄청나게 집중했고 초반부터 전력투구를 했습니다. 그리고 볼넷도 불사했습니다.

10승에 대한 집념이 우선이었고, 그래서 볼넷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아마도 후반기에도 보기 힘든 그런 투구를 이날 했습니다. (혹시 포스트시즌이라면 모를까.)


1회 초 첫 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상대로 3구째 던진 포심 패스트볼이 148km이었습니다.

2번 호스머에게는 150.4km 포심을 꽂아 헛스윙 삼진을 잡았습니다. 3번 마차도에게 던진 2구째 스트라이크 역시 150.4km이었습니다. 1회에 이런 구속을 보인 것은 오랜만입니다. 이날 가장 빠른 공은 3회 타티스에게 던진 4구째 볼로 151.2km가 찍혔습니다. 자신의 포심 시즌 평균 구속 145.7km보다 5.5km가 빨랐습니다. 올인 한 날이었습니다.



0-0이던 2회는 큰 위기였습니다.

선두 타자 4번 레이에스와 볼카운트 1-1에서 던진 145km 커터가 가운데로 몰리며 좌전 안타. 실은 장타로 연결되지 않은 게 다행일 실투성이었습니다. (이날 심지어 커터도 평소에 비해 약 2km가 빠른 평균 142.5km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5번 렌프로를 내야 땅볼로 유도했지만 수비 시프트를 가동한 가운데 유격수 테일러와 2루수 먼시가 서로 공을 쫓다가 2루 베이스를 비우면서 타자만 겨우 잡고 원아웃에 주자는 2루가 됐습니다.

이어 6번 윌 마이어스는 파드리스 타자 중에 가장 류현진과 많이 싸웠고, 성적도 아주 좋았던 타자입니다. (12타수 5안타 4할 1푼 7리에 1홈런 2루타 3개) 평소 같으면 상대 성적 따윈 개의치 않고 공격적이었을 류현진인데 아주 신중했습니다. 좀 지나치게 신중했습니다. 4연속 볼이 되면서 이날 첫 볼넷. (얼굴 표정은 차라리 볼넷도 괜찮아하는 느낌을 받은 것 너무 작위적인가요. 볼넷을 분해하기 보다는 그저 담담한 대응이었습니다.)


다음 타자 7번 킨슬러는 자주는 안 만났지만 5타수 3안타에 2루타만 2개 치면서 류현진을 괴롭힌 전력이 있는 타자. 게다가 볼넷도 2개 얻은 전력이 있습니다. 물러설 수 없던 류현진은 투심-투심-커터의 속구 승부로 3구만에 유격수 땅볼을 끌어냈습니다. 그런데 유격수 테일러는 공을 2루수 먼시한테 토스하는 대신 직접 베이스를 밟고 1루 송구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먼시와 살짝 겹치면서 360도 회전 후 송구를 했고, 그 찰나의 차이가 타자 주자 1루 세이프로 이어졌습니다.


두 번의 병살 플레이가 무산된 가운데 만난 8번 포수 헤지스와 대결은 류현진의 승리에 대한 투지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포구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가 되자 2구 포심과 3구 커터는 연속 파울로 볼카운트 2-0. 여기서 류현진은 고개를 4번이나 저었습니다. 포수 러셀 마틴은 낮게 떨어지는 유인구 사인을 냈지만 류현진 거부, 거부, 거부. 그리고 스트라이크존 높은 바깥쪽을 찌르는 148.8km 포심 패스트볼을 꽂았고, 헤지스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습니다. 주자는 1,3루에 남았고, 0-0은 이어졌습니다.


류현진이 이날 얼마나 신중하고 집중하고 의지가 단단했는지는 마틴과의 호흡에서 그대로 보였습니다.

경기 전에 미리 전략을 세우기 때문에 평소 마틴의 공 배합을 거의 맞춰가는 류현진이지만 이날은 유독 고개를 많이 저었습니다. 빠른 경기 진행이 류현진의 트레이드마크인데, 이날은 어찌나 신중하던지 파드리스 타자들이 기다리다 리듬이 흔들려 타임을 부르는 일이 아주 잦았습니다. 분명히 평소와는 다른 변화된 자세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다저스는 2회 말 수비에서 거치적거리던 먼시가 파드리스 선발 디넬손 라멧의 154,7km 속구를 때려 122.5m 홈런을 우측 관중석에 떨구며 1-0으로 앞섰습니다.

팔꿈치 수술에서 복귀해 이날 시즌 첫 등판한 라멧은 그러나 159km 강속구를 앞세워 다저스 타선에 강력하게 맞섰습니다. 1-0의 점수차는 5회 초까지 아슬아슬하게 이어졌습니다.


3회 초에도 위기는 있었습니다.

투아웃을 쉽게 처리했지만 호스머의 좌전 안타에 이어 마차도가 친 빗맞은 땅볼이 내야 안타가 된 데다 2루수 먼시의 송구 실책으로 주자는 1,3루.

다음 타자는 시즌 25홈런을 24세의 젊은 거포 4번 레이에스로 전 타석에서 류현진에게 날카로운 안타를 뽑았습니다. 13개의 역전 타점과 7개의 결승 타점으로 팀에서 가장 찬스에 강하고, 타구 속도 역시 팀 내 1위의 힘 있는 타자입니다. 류현진은 이 위기에서 의욕에 넘치는 레이에스의 힘을 영리하게 이용하며 계속 바깥쪽 체인지업 승부를 펼친 끝에 완전히 타이밍 싸움에서 승리합니다. 4구째 레이에스의 방망이 끝에 겨우 걸친 공은 1루수 피더슨 앞으로 힘없이 굴러갔습니다.


류현진은 4회 2사 후에 7번 킨슬러에게 볼넷, 3-0으로 리드를 벌인 6회 초에는 선두 타자 마차도에게 볼넷을 내주었습니다.

4회 볼넷은 2사후였고 하위 타선의 헤지스를 쉽게 잡아냈지만 6회 초는 긴장되는 분위기. 그리고 4번 타자 레이에스. 이 승부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초구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헛스윙이 되자 2구째는 몸을 파고드는 146.5km 투심에 스트라이크. 레이에스는 3구째 체인지업과 4구째 포심을 연속 파울로 커트하며 저항했습니다. 땅볼 유도가 절실했고, 두 번째 대결에서 힘없는 땅볼을 끌어낸 체인지업이 유력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류현진은 또 마틴의 사인에 고개를 계속 저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선택은 바깥쪽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아니라 낮게 몸으로 파고드는 컷 패스트볼이었습니다. 143km의 이 커터에 타이밍이 살짝 늦은 레이에스가 친 공은 중앙으로 굴러갔고, 이번에는 2루수 먼시가 공을 잡아 베이스를 밟고 여유 있게 1루로 연결하는 병살타를 완성했습니다. 그렇게 위기는 사라졌습니다.


이날 3개의 볼넷은 묘하게도 타자와의 치열한 싸움 끝에 안타깝게 내준 것이 아니었습니다.

2번은 스트레이트 볼넷, 또 한 번도 5구만에 내준 볼넷이었습니다. 상대 전적이 아주 강했던 마이어스, 킨슬러 두 타자와 늘 위험한 마차도에게 내준 것이었습니다. 물론, 의도적인 볼넷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큰 대미지를 피하는 방편으로 볼넷도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장면들로 여겨집니다.


유독 특별한 날에 등판 행운도 많은 류현진은 이날 미국 독립기념일 파티를 수놓은 불꽃놀이를 자신의 10승 자축 파티로 만들었습니다. ⓒ다저스SNS


류현진은 샌디에이고에 아주 강했습니다.

통산 10번 만났는데 7승1패에 평균자책점이 2.26에 불과합니다. 샌프란시스코(17번)와 애리조나(15번)을 훨씬 많이 많았고, 콜로라도(12번) 보다 적게 만난 같은 서부조 팀이지만 모든 팀 통틀어 최다승을 거둔 팀이 바로 파드리스입니다.


그러나 이날 승부가 만만치 않았던 것은 전반기 마지막 10승 기회이기도 했거니와 파드리스 타선이 예전의 무력한 ‘똑딱이 타선’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파드리스 타선은 왼손 투수를 상대로 18.57타수마다 홈런을 뽑아 빅리그 전체에서 가장 빈번하게 홈런을 치는 타선입니다. 원정에서만 67홈런을 쳤고, 특히 원정 경기 5.59득점은 NL 2위의 기록입니다. 마차도는 OPS 1.326이고 렌프로는 OPS. 1,318로 각각 좌투수 상대 OPS 전체 1, 2위입니다. 마차도(20)-레이에스(25)-렌프로(25)의 중심타선은 현재 70홈런을 쳤고, 타티스(12), 호스머(13), 마이어스(12)의 1~6번 타자가 모두 10개 이상을 홈런을 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10승이 걸려있을 뿐 아니라 강해진 파드리스 타선을 상대로 류현진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면서도 또 과감한 승부를 펼쳤습니다.

5회 말 잘 던지던 상대 선발 라멧의 난조로 2점을 보탰고, 6회 말에는 벨린저의 전반기 30홈런 등으로 2점을 추가한 다저스는 결국 5-1로 승리했습니다. 6회 말 공격에서 헬멧까지 타석을 준비하던 류현진은 5-0으로 점차가 벌어지자 대타 갈릭으로 교체돼 이날 등판을 마쳤습니다.



6이닝 3피안타, 3볼넷, 5삼진 그리고 무실점.

평균자책점은 1.73으로 내려 전반기 MLB 유일한 1점대 ERA 투수가 되며 깔끔한 마무리를 했습니다. 전반기 10승, 생애 첫 올스타에 그것도 NL 선발 투수, 1점대의 ERA 등 속 시원하게 마친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었습니다.


아, 류현진은 이제 10승에 10볼넷으로 승수와 볼넷수가 같아졌습니다.

아, 그리고 류현진은 MLB 통산 개인 50승도 이날 달성했습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 baseball, baseballsavant.mlb.com, Wikipedia, Associated Press, The Athletic, yahoo.com, baseballprospectus.com, Bleacher Report, The Wall Street Journal 기록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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