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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훈기의 스페셜야구]엘스버리의 몰락과 논란의 시작

민훈기 입력 2019.11.3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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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즈 구단이 계약 위반을 들어 남은 봉급 300억 원을 지불치 않겠다고 통고

한때 그는 MLB에서 가장 촉망받는 유망주이자 인기몰이를 하던 스타 플레이어였습니다.

2008년 투표에서 에반 롱고리아(템파베이), 알렉세이 라미레스(화이트삭스)에 밀려 AL 신인왕 3위에 그쳤지만 뛰어난 외야 수비와 놀라운 스피드, 그리고 준수한 용모와 미소로 보스턴 레드삭스 팬들을 매료시켰습니다. 풀타임 첫 해에 145경기에 나서 50도루를 기록했고, 특히 중견수(66경기) 좌익수(58) 우익수(36)를 모두 맡아 외야를 누비며 눈부신 수비로 펜웨이파크를 지켰습니다. 2년차에는 70도루로 2년 연속 빅리그 도루왕에 올랐고 3루타 10개도 리그 최다였습니다. 3년차에 부상으로 주춤했지만, 2011년 158경기를 뛰며 3할2푼1리에 39도루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32홈런을 때려 30-30 클럽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디트로이트 선발이던 저스틴 벌랜더(24승5패 2.40)에 살짝 밀려 MVP 2위였지만 올스타에 골드글러브, 실버슬러거를 석권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장식했습니다.


간간히 부상도 있었지만 FA를 앞둔 2013시즌 도루왕(52개)에 다시 오르며 건재를 과시하자 겨울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레드삭스의 치열한 라이벌인 뉴욕 양키즈가 무려 7년간 1억5300만 달러의 계약서를 내밀어 자코비 엘스버리(36)를 잡았습니다. 만 서른을 앞둔 외야수를 37세까지 붙잡은 위험한 계약이었지만, 당시 엘스버리는 그 정도로 뜨거운 선수였고, 양키즈 브라이언 캐시맨 단장은 기꺼이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7년 계약으로 양키즈 유니폼을 입은 엘스버리는 지난 2년간 부상으로 뛰지 못하다가 계약 1년을 남기고 방출됐습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양키즈에서의 엘스버리는 대체적으로 실망스러웠습니다.

이적 첫 해인 2014년 149경기를 뛰며 2할7푼1리에 39도루를 기록하며 나름 기여했지만, 그 시즌의 경기수, 타율, 도루 등이 모두 양키즈 유니폼을 입고 최고 기록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잔부상에 시달리며 7년 계약의 첫 4년간 시즌 평균 130경기를 뛰며 2할6푼4리에 26도루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양키즈 팬들의 아쉬움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지난 2년, 2018-19시즌의 엘스버리 기록은 제로입니다. 부상으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양키즈 구단은 올 시즌이 끝나자 엘스버리의 방출을 결정하고 맙니다.


그렇게 양측이 인연이 끝남과 함께 불협화음이 시작됐습니다.

비록 방출되긴 했지만 엄연히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엘스버리는 2020년 연봉 2100만 달러와 2021년 옵션 바이아웃 500만 달러까지 총 2600만 달러, 약 300억 원이 조금 넘는 액수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개런티 계약이니 당연히 양키즈 구단이 지불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양키즈가 선수 노조와 선수 측에 엘스버리의 남은 계약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통고한 것입니다.


양키즈의 주장은 엘스버리가 구단과 상의나 합의 없이 외부의 의료 행위를 받았을 뿐 아니라, 야구로 인한 부상 관련 치료까지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명백히 계약 위반이며 특히 2018년 8월 부상이던 왼쪽 엉덩이 수술을 받은 것에 대한 재활 치료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 와중에 ‘금지약물인 PED를 처방받은 것이 아니냐.’는 소문까지 어디선가 흘러나왔습니다.

지난 1998년 캐시맨이 양키즈 단장을 맡은 이래 선수와의 계약을 파기한 사례는 딱 한 번뿐이었습니다. 지난 2003년 외야수 버바 트러멜이 시즌 중 6월에 갑자기 팀을 떠난 사건이 있었습니다. 구단은 트러멜의 남은 계약 250만 달러를 파기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그가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것이 드러나며 양측이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합의를 하고 일단락됐습니다.


그러나 이번 건은 그리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양키즈가 문제를 제기한 애틀랜타 소재 PMC 병원의 빅터 보케트 박사는 부상 관련해서 엘스버리를 치료한 적인 없으며, 염증 치료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부분이 중요한 것이 구단 동의 없이 외부 병원에서 ‘야구 부상 관련 치료’를 받으면 노사단체협약 위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치료를 위해 PED를 처방 받았다면 그건 MLB 규정 위반이라는 더욱 큰 문제가 됩니다.

보게트 박사는 지난 5월 양키즈 구단의 요청으로 엘스버리 치료 관련 서류도 보냈다고 공개했습니다. 양키즈에서는 당시 금지약물에 관해서도 질문하며 서류 요청을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PMC 병원에서는 서류를 작성해 보냈지만 양키즈는 서류 내용이 부실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병원이나 엘스버리나 정확한 치료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는 겁니다.


양키즈와 엘스버리의 싸움은 결국 선수노조와의 싸움이 될 것입니다. 이미 노조는 엘스버리의 권리를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임을 천명했습니다.

The Athletic에 따르면 과거에도 구단의 계약 파기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 2008년 휴스턴은 에드 웨이드 단장을 폭행한 션 차콘의 계약을 파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심지어 법적인 문제를 일으킨 대니 니글(2004)이나 시드니 폰손(2005) 그리고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2010)의 경우도 노조는 구단의 계약 파기를 막아낸 바 있습니다.(일부 연봉이 지급되지 않기는 했습니다.)


양키즈 구단이나 에이전트 보라스 측은 일체 이 사건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가운데 자칫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조짐도 보입니다.

이미 ‘양키즈가 2020년 부상 보험이 없기 때문에 계약 파기를 시도한다.’는 소문도 돌기 시작했습니다. 2018-19시즌에는 보험을 들어놨기 때문에 4200만 달러의 2년 치 연봉 중에 75%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남은 2600만 달러는 보험을 들지 않은 상태라는 주장입니다. 뉴욕 포스트에 실린 이 기사 내용에 대해서도 구단은 노코멘트입니다.

그러나 엘스버리가 구단 동의 내지는 허가 없이 애틀랜타의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은 것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에 이제는 부상 관련 치료를 했는지, 더 나아가서 PED 처방을 받았는지가 관건이 되고 있습니다. 엘스버리는 과거 약물 검사에서 적발된 적은 없습니다.


7년 대형 계약의 거의 절반인 3년을 아예 한 경기도 뛰지 못하게 됐으니 구단으로서는 속이 뒤집힐 일이긴 합니다. 그러나 개런티 계약에 합의한 이상 이행을 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충돌은 시작됐고, 게다가 이번 건의 결과가 앞으로 MLB에 미칠 파급효과나 영향이 지대할 수밖에 없어 구단과 선수노조의 대격돌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아직 MLB 사무국이 이번 사건에 대해 아직은 조사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병원과 PED 처방에 의혹을 눈길을 두고 조사를 시작한다면 사건이 아주 커질 가능성마저 있습니다.


1800억 원짜리 7년 장기계약을 마지막이 추해지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The Athletic, The Daily News  기록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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