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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훈기의 스페셜야구]미워할 수 없는 매력 알투베

민훈기 입력 2019.10.21. 10:19 수정 2019.10.2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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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팀에게는 악몽의 선수이지만 정열, 미소, 투지, 겸손함으로 존경받는 스타로

20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ALCS)은 결국 ‘호세 알투베 쇼’로 극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알투베의 밝은 미소는 주변까지 환하게 만드는 긍정 효과를 자아냅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계속해서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켜가던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9회초 마무리 로베르토 오수나에게 마운드를 맡겼습니다. 정규 시즌 38세이브의 24세 마무리 오수나는 첫 타자 어셸라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후 가드너를 삼진으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DJ 르메이유와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됩니다. 1번 타자 DJ는 이번 시리즈에서 5차전까지 3할4푼3리에 2홈런 5타점 9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는데, 이날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초구 152km 커터가 볼이 되며 시작된 이 싸움은 10구까지 가며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습니다.

헛스윙 한 번 후에 5개의 파울을 치며 버틴 르메이유는 9구째 158km 하이 패스트볼을 골라내며 풀카운트까지 갔습니다. 여기서 휴스턴 배터리의 선택은 151.5km 커터. 공이 살짝 가운데로 몰린다고 생각되는 순간 르메이유의 방망이는 지체 없이 돌아갔고, 우익수로 자리를 옮긴 조지 스프링어의 혼신을 다한 점프를 살짝 피해 우측 관중석에 떨어졌습니다. 4-4 동점, 미닛메이드파크를 뜨겁게 달구던 4만3357명의 홈 관중을 일시에 침묵시킨 한 방이었습니다.


오프너 그린부터 시작해 6명의 투수를 투입했던 양키즈는 채프만을 7번째 투수로 올렸습니다. 시즌 37세이브에 통산 273세이브를 기록한 160km 사나이 채프만으로 9회말을 틀어막고 경기를 장기전으로 끌어간다는 애런 분 감독의 작전은 당연했습니다. 그러나 막강 마무리 채프만의 투입은 ‘작은 거인’ 알투베(29)를 위한 드라마의 시작이었습니다.

선두 8번 말도나도 헛스윙 삼진, 9번 레딕은 3루쪽 힘없는 뜬공. 연장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가을 잔치 1할5푼대로 부진한 1번 스프링어가 볼넷을 골랐습니다. MLB 평균 신장보다 거의 20cm는 작은 168cm의 신장으로도 늘 화제의 대상인 알투베가 타석에 들어서자 침묵하던 애스트로스 팬들이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늘 그랬듯이 이 작은 거인은 홈 팬들에게는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이었습니다.


159km에 육박하는 패스트볼 2개를 골라낸 알투베는 3구째 137km 슬라이더를 그냥 보냈습니다. 가운데 몰린 공인데 놓쳤다 싶었습니다. 변화구에 반응하지 않은 알투베에 양키즈 배터리는 4구째 다시 135km 슬라이더를 선택했습니다. 코스는 약간 바깥쪽 높은 스트라이크존. 작은 신장의 알투베에게는 더욱 멀어지는 지점.

그러나 순간적으로 알투베의 팔은 로봇 팔처럼 쭉 늘어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의 방망이에 정확히 걸린 공은 순간 속도 168.8km로 출발, 이상적인 30도 각도로 비상하더니 중력을 무시한 듯 가라앉을 줄 모르고 123.9미터를 비행했습니다. 좌중간 홈런 라인 훨씬 위쪽의 담장을 강하게 때리는 순간 휴스턴의 축제는 시작됐습니다. 비현실적인 결과를 믿을 수 없던 투수 채프만의 어색한 미소가 고통스러워보였습니다. 또 한 번의 알투베 드라마가 그렇게 애스트로스 역사를 장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9회초 양키즈의 동점 홈런 후 알투베는 9회말 투아웃 끝내기 2점포로 휴스턴의 월드시리즈 행을 확정지었습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야구는 궁극적인 팀 스포츠입니다.


휴스턴 A.J. 힌치 감독이 오프너로 내세운 브레드 피콕은 1회초를 공 7개로 삼자범퇴 정리하며 분위기를 잡았고, 구리엘은 1회말 3점포로 기선을 제압했습니다.

양키즈의 끈질긴 추격을 애스트로스 불펜은 꾸역꾸역 버텼습니다. 가장 믿을만한 불펜 프레슬리가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고는 부상으로 빠지자, 이날이 빅리그 11번째 등판인 루키 호세 우르키디(24)가 2와⅔이닝을 삼진 5개를 잡으며 1실점으로 버텨줬습니다. (7명의 애스트로스 투수는 막강 양키즈 타선을 9이닝 동안 10안타 11탈삼진 4실점으로 막았습니다.)

어셸라의 홈런으로 1점차로 쫓긴 4회에 나온 우익수 레딕의 몸을 던진 다이빙 캐치, 7회 브랜틀리가 이끌어낸 다이빙 캐치에 이은 1루 송구로 더블 플레이는 두고두고 회자될 놀라운 수비 플레이였습니다.


극적인 승리를 장식한 후 알투베가 “이 경기는 내가 승리한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승리한 경기이다.”라고 말한 것은, 늘 팀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겸손이기도 했지만, 또한 ‘야구의 진실’이기도 했습니다.



알투베는 정말 유쾌한 선수입니다.

더그아웃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을 종종 보이는데, 그 리듬감도 보통이 아닙니다. 보나마다 대단한 춤꾼일 게 분명합니다.(^^) 그가 야구장에서 뿜어내는 열정은 동료들을 덩달아 뜨겁게 만듭니다. 그의 환한 미소는 동료들은 물론 그를 사랑하는 애스트로스 팬들과 야구장까지 환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는 승부욕은 그가 등장하는 장면을 늘 희망과 기대로 가득차게 만듭니다.


그리고 6차전 9회말 투아웃에 마치 잘 짜여든 드라마 각본처럼 다시 알투베에게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결과는 이제 전 세계의 야구팬이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 홈런과 함께 알투베는 ALCS MVP를 수상했습니다. 3할4푼8리에 2홈런 3타점 6득점, 그리고 시리즈 끝내기 홈런. 이견이 있을 수 없었습니다. 2017년 정규 시즌 MVP에 이어 리그챔피언십 MVP까지 차지한 최초의 2루수가 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이번 가을 잔치에 출전한 당대 최고의 타자들 중에 가장 많은 홈런을 친 타자는? 바로 5개를 친 알투베입니다. 르메이유 등 3명이 3홈런으로 공동 2위입니다. 15안타, 10득점 모두 최다이고 OPS가 무려 1.184입니다. 통산 포스트시즌 43경기에서 알투베는 2할8푼7리에 13홈런 28타점 34득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날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치고 다이아몬드를 돌아 홈으로 뛰어드는 그에게 흥미로운 장면이 있었습니다.

이 정도의 절정의 순간이라면 당연히 그의 유니폼 상의는 갈가리 찢어지는 것이 요즘 유행. 그런데 그는 유니폼을 두 손으로 꼭 잡고 동료들에게 찢지 말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말로, 행동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좀 보기 싫은 점도 있는 유니폼 찢기 없이도 즐거운 축하와 기쁨의 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알투베는 그런 행동은 부끄럽다고 했고, 경기 후 인터뷰에서는 장난스럽게 “지난번 끝내기 치고 유니폼을 마주 찢긴 후 아내에게 혼났다.”라며 환하게 웃기도 했습니다. 야구장에선 뜨거운 열정의 사나이 알투베는 어쩌면 내성적인 감성의 소유자인지도 모릅니다.



어떤 식으로는 상대에게 타격을 주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온 몸과 정신을 던지기 때문에, 상대팀에게는 가장 미운 선수지만, 알면 알수록 적이라도 미워할 수 없는 선수가 호세 알투베라는 것이 이제 MLB에서는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AL 챔피언에 오른 후 축제의 장이 된 운동장에서 휴스턴의 전설이자 명예의 전당 멤버인 크렉 비지오는 “우리 구단 사상 최고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알투베가 결국 알투베의 역할을 해줬다. 건강한 호세는 도저히 막을 수 없다. 그는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선수다. 수비로, 스피드로, 파워로. 정말 믿을 수 없이 뛰어난 선수다.”라며 흥분했습니다.


아쉽게 시리즈를 내준 양키즈 애런 분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채프만의 공이 약간 높게 들어간 것 같다. 그러나 위대한 선수가 그 공을 끝내버렸다.”라고 말했습니다.


23일부터 시작될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알투베는 어떤 모습일까요? 사상 첫 우승을 노리는 워싱턴에게 가장 경계해야할 선수임은 분명합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HomeRunTracker 기록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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