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민훈기의 스페셜야구] 떨어진 정교함과 시즌 첫 연패

민훈기 입력 2019.08.24. 14:31 수정 2019.08.2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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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즈전 7실점하며 ERA 1점대 지키지 못해

야구는 결국 실투 싸움입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대결하는 MLB라도 투수가 경기 내내 완벽한 투구를 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실투를 적게 던지는 투수가 좋은 투수입니다. 반면 타자는 상대 투수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정확한 타격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그의 가치를 말해줍니다.


류현진(32․ LA다저스)의 강점은 정교함과 꾸준함입니다.

다양한 구종으로 스트라이크존을 쪼개고 또 쪼개서 사용할 수 있는 정교함과 그 정교함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꾸준한 투구 능력으로 2019시즌을 지배해 왔습니다. 같은 동작을 계속 반복해서 꾸준한 제구력을 과시한다는 것은 투수에게 정말 대단한 능력입니다.

그런데 지난 18일 애틀랜타 원정부터 그것이 살짝 흔들리는 느낌이었습니다. 평소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경기를 이끄는 것보다는, 뭔가 작정하고 힘을 쓴다는 느낌이랄까요. 과도한 힘을 쓴다는 것은, 내부적으로는 힘겹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평소와는 다른, 부정적인 결과로 인도하는 아쉬운 길이 되고 맙니다. 때론 어쩔 수 없이 그런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은, 컨디션이 썩 좋지 않거나 체력적으로 부친다는 반증일 수 있습니다.

아쉬운 실투가 나오면서 3피홈런과 함께 대량 실점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류현진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류현진은 24일 홈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인터리그 뉴욕 양키즈와의 대결에 시즌 24번째 선발로 나섰습니다.

모두가 주목하는 큰 기대가 걸린 시리즈입니다. MLB 전체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두고 다투는데, 만약 월드시리즈에서 두 팀이 사상 12번째로 만난다면 시즌 성적이 좋은 팀이 홈구장에서 1,2,6,7차전을 치르는 큰 이점을 갖게 됩니다. 최근 두 팀은 엎치락뒤치락하며 최고 성적을 다투는 중이고, 이날 경기 전까지는 85승(44패)의 다저스가 83승(46패)의 양키즈에 2게임차의 리드였습니다. 휴스턴(83승47패)이 양키즈에 반게임차 3위.


초반부터 쉽지는 않았습니다.

1회초 양키즈 1번 르메이유에게 안타를 맞고 시작했고, 2회초에는 내야 실책과 6번 어쉘라의 좌측 2루타로 무사 2.3루의 큰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거기서 류현진은 특유의 뚝심을 발휘하며 짧은 외야플라이와 연속 삼진으로 무실점, 5만 명이 넘는 홈 관중들을 열광시켰습니다. 그러나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주 피로한 이닝이었습니다.

2회말 다저스 공격에서 먼시가 시프트를 뚫고 안타를 치면서 양키즈 선발 팩스턴을 괴롭히며 시간을 끌어준 것이 좀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점수를 뽑지는 못했지만 류현진에게 필요한 휴식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양키즈 타선은 강했고 류현진은 평소에 비해 정교하지 못했습니다.


3번의 실투가 못내 아쉬웠습니다.


3회초 원아웃에 2번 애런 저지와의 대결.

올해 계속된 허리 부상 등으로 13홈런에 그치고 있지만 2017년 52홈런을 치며 빅리그를 뒤집어 놓았던 타자입니다. 볼카운트 1-2로 유리하게 끌고 간 류현진은 저지의 약점으로 알려진 바깥쪽에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이 공이 의도한대로 낙차를 보이지 못하고 밋밋하게 가운데로 몰리고 말았습니다. 딱! 하는 파열음이 나는 순간 모두 알아챘습니다. 다저스타디움이 이 공을 안쪽에 품지 못하리라는 것을.

시속 175km의 엄청난 속도에 불과 17.4m 높이로 낮고 빠르게 날아간 공은 126m를 넘게 비행해 좌중간 관중석에 떨어졌습니다. 0-0의 균형이 그렇게 깨졌습니다. 2사 후에 4번 개리 산체스가 다시 한 번 담장을 넘기며 2-0을 만들었는데, 이 공은 산체스가 정말 잘 쳤습니다. 139.4km의 몸쪽으로 낮게 파고드는 커터를, 아드리안 벨트레 타법으로 무릎을 땅에 대듯이 퍼 올렸습니다.


두 번째 실투는 볼카운트 싸움에서 하위 타순의 타자에게 몰리며 맞은 2루타였는데, 참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4회초 첫 두 타자를 쉽게 처리한 류현진은 8번 캐머런 메이빈을 맞아 모처럼 삼자범퇴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이날 양키즈 타선 중에 류현진과 만난 경험이 있는 타자는 4명뿐이었고, 그 중에 메이빈은 10번 만나 무안타에 5삼진을 당했던 타자. 이날도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는데, 류현진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도 체인지업이 연속으로 멀리 빠지며 불카운트 3-1으로 몰리고 말았습니다. 볼넷을 주고 싶지 않았던 류현진은 147km 투심 패스트볼로 승부를 걸었는데, 딱 기다리던 메이빈은 이 공을 밀어 우중간을 갈랐습니다. 조금 더 정교하게 승부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물론, 다음 타자인 투수 팩스턴을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마쳤지만 메이빈에게 2루타를 맞는 순간, 직감적으로 이 경기 6이닝을 채우기가 만만치 않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8번 메이빈을 잘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더라면 5회의 양상은 전혀 다르게 진행됐을 겁니다. 투수가 선두타자로 나오는 이닝이 될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5회초는 운도 따르지 않았지만 역시 실투가 승부를 결정짓고 말았습니다.

양키즈 1번 타자 르메이유는 콜로라도에서 오래 뛰어서 류현진과 대결 경험이 많았습니다. 통산 16타수 2안타로 1할2푼5리로 류현진이 압도적 우세. 그런데 로키산에서 내려오고 더욱 무서운 타자로 변신한 르메이유는 빅리그 4위인 3할3푼1리의 타율에 21홈런을 치고 있는 공포의 1번 타자입니다. 그리고 5회초를 이날만 2번째 안타로 열었습니다. 이어서 2번 저지의 빗맞은 타수는 다저스 2루수와 우익수 사이에 똑 떨어졌습니다. 3번 토레스(31홈런 타자)의 배트 끝에 맞아 굴러간 타구는 너무 속도가 늦어 병살로 연결할 수 없었습니다.


1사 2,3루에서 로버츠 감독은 2회에 자신의 통산 100호 홈런을 친 4번 타자 산체스를 고의 볼넷으로 내보내고 만루 작전을 폈습니다.

시즌 15개의 병살타를 끌어낸 류현진의 능력에 기대를 걸만한 당연한 수순. 앞선 두 타석 모두 범타를 끌어냈던(한 번은 내야 실책 진루) 5번 디디 그레고리우스와의 대결에서 류현진은 초구 146km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습니다. 스트라이크존 정 중앙으로 몰린 이 공을 디디는 맘껏 돌렸고, 순식간에 점수는 1-6이 됐습니다. 류현진이 MLB에 진출한 후 처음 내준 만루 홈런이었습니다.


곧이어 류현진이 6번 어쉘라에게 이날 두 번째 2루타를 허용하자, 로버츠 감독은 마운드를 교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책임주자마저 구원 투수 클라렉이 막아주지 못하며 이날 기록은 4와⅓이닝 7실점이 되면서 시즌 평균자책점이 2.00이 됐습니다.



이날 등판은 많은 것을 잃은 아쉬움이 큰 일전임은 분명합니다.

올해 홈에서 11경기를 던지면 거의 80이닝 동안 단 7자책점만 내줬던 류현진은 이날 한 경기에서 7점을 내줬습니다. 홈 11연승을 거두는 안방불패의 강인함으로, 커쇼의 홈 12연승 팀 최다 기록에 대한 도전도 중단됐습니다. 두 경기 연속 패전을 기록하면서 평균자책점 1점대를 지키지 못한 아쉬움도 큽니다. 그러나 개인기록만큼 중요한 것은 팀의 성적이고, 남은 시즌을 잘 마치고 포스트 시즌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주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리고 시즌 내내 팬들에게 행복한 꿈을 꾸게 해주었던 그의 도전은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어쩌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당장 30일로 예상되는 애리조나 원정부터 류현진은 6번 이상의 선발 등판이 남아있습니다.


지난 오프 시즌에 정말 열심히 준비했지만 류현진은 이날로 미국 진출 후 한 시즌 두 번째 많은 이닝을 던졌습니다.(2013년 192이닝, 2014년 152이닝, 2019년 152.2이닝) 작년에도 82와⅓이닝을 던진 게 전부였습니다.

몇 년 만의 많은 이닝 소화로 체력적으로 부칠 수 있는 상황에서 다시 단단히 딛고 일어서 정규 시즌 마무리를 잘하는 중요한 과제가 남았습니다. 워낙 빼어난 시즌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나온 수많은 기대와 바람들이 그에게 안겨주었을 중압감을 이제 떨치고, 다음 등판에서는 다시 ‘코리언 몬스터 표’ 피칭을 기대해 봅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 baseball 기록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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