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민훈기의 스페셜야구]당했지만 용감했던 류현진

민훈기 입력 2019.08.18. 13:15 수정 2019.08.1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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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공을 펼치다가 홈런 2방으로 시즌 3패째

야구의 매력은 예측 거부.

한 상황에서도 너무도 많은 경우의 수가 물고 물리며 조합을 이루기 때문에 감히 야구 앞에서 잘난 척하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야구에 대한 존경(respect)의 표현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존경, 존중의 의미와 함께 야구 앞에서 겸손해지고 겸허해진다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9시즌 MLB에는 이 예측 거부 스포츠의 오묘함을 한층 더 느끼게 하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LA 다저스의 류현진(32)이라는 투수입니다.

리그 평균 구속보다 훨씬 느린 패스트볼과, 완전한 재기 확률 7%에 불과하다는 어깨 수술을 딛고 돌아온 이 투수는 ‘코리안 몬스터’라는 별명에 딱 걸맞은 대단한 활약을 펼쳐왔습니다. 리그 2위와 1점 이상 차이가 나는 1점대의 평균자책점(ERA)를 기록하며 역대 가장 많은 홈런이 터지고 있는 2019년 빅리그를 호령하고 있습니다.

18일 애틀랜타 원정에서 류현진은 홈런 2방을 맞는 등 4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됐습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12승2패에 ERA 1.45라는 믿기 어려운 기록과 함께 류현진은 18일(이하 한국시간) NL 동부조 선두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길에 나섰습니다.

미국 동남부의 끈끈한 무더위가 그대로 드러나는 섭씨 34.5도의 기온 속에 무려 4만3619명의 유료 관중이 선트러스트파크에 모였습니다. 류현진과 벨린저가 이끄는 NL 최강 다저스와의 경기를 보기 위해 개장 이래 최다 관중이 운집했습니다. 그리고 류현진은 고전했고, 벨린저는 단타 1개에 2삼진으로 묶였습니다.


3회말의 2실점은 아쉬움이 분명 남지만 그렇다고 심판의 판정만 탓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선두 8번 에차바리아를 상대로 볼카운트 2-2에서 던진 5구째 140.5km 커터는 스트라이크존의 낮은 코너를 분명히 통과했습니다. 포수 마틴은 반사적으로 3루수에게 자축 송구를 하려다가 멈칫했습니다. 폴 노어트 구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은 것입니다. 결국 8구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140km 커터를 던진 것을 에차베리아가 강하게 밀어 쳤습니다. 우익수 피더슨의 낙구 지점 포착이 약간 아쉬웠지만 워낙 빠른 타구는 2루타.

상대 선발 풀태너비치의 희생 번트로 주자 1사 3루가 되자 1번 아쿠냐 주니어를 상대로 다분히 전략적인 볼넷을 내줬습니다. 통산 성적 6타수 무안타에 2삼진으로 눌렀던 아쿠냐지만 시즌 35홈런 85타점 29도루로 30-30은 물론 40-40을 노리는 무서운 타자입니다. 특히 8월 16경기에서 아쿠냐는 3할4푼3리에 10홈런, OPS가 무려 1.120을 기록하고 있는 21세의 신성.

연속 파울볼로 0-2의 볼카운트가 되면서 2번 알비스를 선택한 것이 맞아떨어지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3구째 류현진은 이날 가장 빠른 150km 포심 패스트볼을 몸쪽 낮게 꽂았습니다. 그런데 이 공을 알비스가 몸을 열면서 힘껏 잡아당겼습니다. 자신의 시즌 32번째 2루타로 연결했고, 3루 주자는 물론이고 발 빠른 1루 주자 아쿠냐까지 홈으로 질주했습니다. 아쉬운 판정 후의 2루타로 시작된 위기가 결국 2실점으로 이어졌는데, 타자가 워낙 잘 쳤으니 최선을 다한 투수로서도 변명이 필요치 않은 실점이었습니다.


3번 프리맨과 4번 도널드슨을 잘 잡고 추가 실점 없이 3회를 마친 류현진은 5회부터 두드러지게 강공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선두 타자인 구원 투수 뉴컴을 쉽게 삼진 처리한 류현진은 1번 아쿠냐를 다시 맞아서는 3회 볼넷 때와는 전혀 다른 승부를 했습니다. 3구 연속 패스트볼을 던지며 볼카운트 1-2로 앞선 류현진은 4구째 148km의 포심을 정 가운데 꽂아 헛스윙 삼진을 잡았습니다. ‘어디 한 번 쳐봐!’하는 기세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2타점 2루타를 맞았던 알비스와의 재대결에서도 무려 9구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끝에 141km의 이날 가장 빠른 컷패스트볼로 정면 승부를 걸어 중견수 뜬공을 잡았습니다.

2-2의 치열한 상황에서 애틀랜타 핵심 타자들과 연이어 정면 승부를 펼친 것은 지난 5월 8일 완봉승의 자신감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류현진은 다음을 생각하고 있었을 겁니다. 포스트 시즌에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농후한 상대, 그러니 기를 죽이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강공은 다음 이닝까지 이어졌는데 거기서 패착이 나오고 맙니다.


6회말 선두 타자 프리맨을 맞아 2-2에서 5구째 체인지업을 좌타자 몸쪽으로 꽂아 서서 삼진을 잡는 모습은 압권이었습니다. 움찔하다가 삼진을 당한 후 ‘어떻게 이런 패턴의 피칭을 하는 거지?’라며 황당해하는 프리맨의 표정이 상황을 집약적으로 보여줬습니다. 류현진 상대 통산 4할(10타수 4안타, 볼넷 2개)의 프리맨은 이날 3타수 무안타로 묶였습니다.

그리고 4번 도널슨을 맞아서도 류현진은 볼카운트 1-2로 앞섰습니다. 그런데 4구째 던진 149km 포심이 도널슨의 방망이에 걸렸습니다. 타이밍이 다소 늦었나 싶었지만, 이 타자가 가장 선호하는 높은 쪽 정 가운데로 들어가는 실투였고, 124m를 날아 우중간 펜스를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계속 쎈 승부를 펼치고 속구를 선택한 것도 괜찮았지만, 높게 걸린 실투가 아쉬웠고 도널슨이 이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5번 듀발을 맞아서도 류현진은 강공을 이어갔습니다.

볼카운트 2-2에서 3연속으로 던진 체인지업이 모두 파울볼이 되자 류현진은 8구째 147km 투심 패스트볼을 꽂았습니다. 우타자 듀발의 바깥쪽 보더라인을 찔렀지만 높이는 스트라이크존 중간이었고, 힘껏 휘두를 방망이에 재대로 걸리고 말았습니다. 133.5짜리 대형 홈런이 되면서 2-4로 뒤졌습니다.

강공 모드로 아쿠냐와 프리맨을 삼진으로 잡는 짜릿한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결정적인 장타 3방을 모두 패스트볼로 타자를 공략하다가 맞고 말았습니다. 자존심을 건 승부였지만 실수는 용납되지 않음을 체험했습니다. 평소와 다른 패턴으로 이날 잃은 것도 꽤 있었지만, 영리한 투수이기에 또 얻은 것이 상당히 있었던 경기 내용이었습니다.


홈런의 시대를 역행하며 6경기 연속 무홈런을 기록하던 류현진은 백투백 홈런을 맞으며 5와⅔이닝 4실점 후 교체됐습니다. 다저스는 먼시의 홈런으로 추격했지만 결국 3-4로 패했고, 류현진은 시즌 12승3패에 ERA는 1.64가 됐습니다.

일정상 류현진은 오는 24일 홈에서 진정한 홈런의 팀 뉴욕 양키즈와 빅매치를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226홈런으로 빅리그 두 번째로 많은 장거리포를 쏘고 있는 양키즈 타선을 상대로 류현진이 또 어떤 변신의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 baseball 기록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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