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민훈기의 스페셜야구]모처럼 불안했지만 11승 달성

민훈기 입력 2019.07.20. 16:15 수정 2019.07.2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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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 상대로 볼넷 3개에 내야 수비까지 흔들렸지만 1실점하며 승리 투수

20일(이하 한국시간) 마이애미와의 홈경기는 정말 모처럼 여러 가지가 불안했던 류현진(32)의 등판 경기였습니다.

일단 류현진이 이렇게 제구가 흔들린 경기는 올해 처음입니다.

물론, 구심인 짐 레이놀즈의 스트라이크존이 약간 좁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초반부터 제구와 구위 모두 평소에 비해 떨어졌습니다. 특히 이날 29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초구 스트라이크가 16개, 55%에 불과해 참 드물게 불안감을 주는 승부가 많았습니다. 평소 64% 이상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고 가던 류현진이었습니다. 그 결과는 시즌 첫 3볼넷 경기에다가 몸에 맞는 공도 하나 있었습니다. 류현진에게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7이닝 동안 4사구가 4개였던 경기.

제구와 구위가 떨어져 힘들었던 경기임에도 류현진은 마이애미 타선을 7이닝 1실점으로 막았습니다. 포수 마틴은 이날 류현진이 (어려움 속에도)끝까지 투쟁하고 분투했다고 표현했습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게다가 다저스 내야 수비는 이날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1회초 1사에 말린스 2번 타자 그랜더슨의 평범한 땅볼을 1루수 피더슨이 놓치면서 실책이 나왔습니다. 2루수가 처리하도록 놔뒀으면 쉽게 끝날 일이었지만 아직도 1루가 익숙지 못한 외야수 출신 피더슨의 미스 플레이.

표정 변화가 없던 류현진은 3번 쿠퍼와의 6구 대결 끝에 유격수 땅볼로 병살을 끌어내며 이닝을 마쳤습니다. 루키 우타자 쿠퍼와는 첫 대결인데 시즌 3할1푼1리에 11홈런을 친 유망주지만 바깥으로 떨어지는 ‘류현진 표’ 체인지업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잡아당겨 땅볼 타구를 쳤습니다.


2회초에는 눈을 의심케 하는 볼넷 2개와(그것도 6번과 8번 타자에게) 그 중간에 빗맞은 7번 알파로의 안타로 2사 후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상대 투수 갈렌의 땅볼을 류현진이 직접 잡아 처리하며 넘겼습니다.

3회초에도 1번 로하스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지만 2번 그랜더슨의 직선타가 2루수 키케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며 행운의 병살로 이어졌습니다. 2루수 키케의 빠른 플레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변수가 많은 날이었습니다.

좁고 흔들리던 구심의 스트라이크존, 불안감을 주던 수비, 그러나 말린스의 타선이 아주 강하지 않은 점은 그나마 유리하게 작용했고, 류현진은 올 시즌 등판 중 가장 저조한 컨디션에도 끈질기게 버텨냈습니다.

4회의 실점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1사 후에 6번 해롤드 라미레스의 땅볼을 1루수 피더슨이 잡아 류현진에게 송구했지만 1루에서 세이프가 되면서 내야 안타. 류현진의 베이스 커버 스타트가 살짝 늦기도 했고, 피더슨의 송구가 즉각적으로 달리는 투수의 앞쪽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내준 안타였습니다. 조화롭게 이루어진 수비는 아니었습니다.

이어서 2회에도 안타를 쳤던 7번 알파로는 류현진의 2구째 몸쪽을 파고드는 커터를 잘 퍼 올렸고, 강하게 맞은 타구는 좌중간을 갈랐습니다. 말린스 매팅리 감독이 때맞춰 히트 엔드 런 작전을 걸면서 라미레스는 전력 질주로 홈을 통과했습니다. 0-0의 균형이 깨진 순간이었습니다.

다저스 타선은 말린스의 신예 잭 갈렌을 공략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2회말 연속 볼넷으로 무사 1,2루에서 득점하지 못하며 갈렌의 기를 살려줬습니다. 23세 우완 갈렌은 이날이 빅리그 6번째 선발로 아직 승리 없이 2패지만 AAA퍼시픽코스트리그를 호령하던 유망주입니다. 올 시즌 중반까지 14번 선발로 나서 9승1패에 평균자책점이 1.77이었으니 AAA에서는 거의 ‘류현진급’의 활약이었습니다. 갈렌은 5회까지 다저스 타선을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았습니다.

그러나 류현진 역시 갈수록 살아나는 모습으로 관록을 과시했습니다.


4회초 선취점을 내준 후 곧바로 8번 푸에요의 몸을 맞춘 류현진은 갈렌의 희생 번트로 2사 2,3루까지 몰렸습니다. 이 위기에서 1번 로하스에게 초구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후 몸쪽에 146km 포심 패스트볼을 꽂아 2루 땅볼을 잡았습니다. 구위도 평소보다 떨어지고 제구력도 좀 불안했지만, 흔들리지 않는 승부사의 기질은 여전했습니다. 투수도 인간이기에 늘 좋을 수는 없는 법, 컨디션이 안 좋을 때 경기를 끌어갈 수 있는 투수가 진짜 좋은 투수입니다.


5회 삼자범퇴, 6회에는 1사 후에 유격수 시거의 실책으로 라미레스가 진루했지만 앞서 2안타를 맞은 알파로는 삼진, 2개의 4사구로 내보낸 푸예요는 투수 땅볼로 각각 잡으며 0-1의 점수를 이어갔습니다. 류현진은 ‘제5의 내야수’ 역할을 참 충실히 해내는 수비력을 지녔습니다.

선발 투수 류현진이 버텨주는데도 좀처럼 득점 지원을 해주지 못하던 다저스 타선은 6회말 상대의 도움을 얻어 결국은 경기를 뒤집는데 성공합니다.

선두 2번 버두고가 중전 안타로 진루하자 갈랜은 4연속 볼로 터너마저 내보내 무사 1,2루의 절호의 기회. 갈렌은 4번 벨린저를 이날 두 번째 삼진으로 잡았지만 5번 폴락에게 다시 볼넷을 내주며 만루에 몰립니다. 매팅리 감독은 결국 좌완 할린 가르시아로 마운드로 교체했지만 시거의 2루 땅볼 때 버두고가 홈을 밟아 다저스는 힘들게 1-1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타자 키케 에르난데스가 친 땅볼을 중앙으로 시프트에 나섰던 말린스 2루수 카스트로가 발로 차는 실책을 하면서 2-1로 경기가 뒤집혔습니다.


7회초는 이날 류현진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투구수 89개를 기록한 가운데 마운드에 다시 오른 류현진은 대타 프라도와 1번 로하스, 2번 그랜더슨을 차례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습니다. 커브(3), 투심(3), 포심(2), 체인지업(2), 커터(3)를 정말 다양하게 섞어가면서 마지막 혼신의 힘을 쏟아냈습니다.

8회는 마에다, 9회는 젠센이 각각 삼자범퇴 이닝을 솎아내며 류현진의 승리를 지켰습니다. 최근 불운을 딛고 시즌 11승째(2패)를 거둔 류현진은 평균자책점을 1.76으로 살짝 더 낮췄습니다. 그러나 볼넷 3개를 내주면서 시즌 14개를 기록, ‘볼넷보다 많은 승수’ 기록 도전이 좀 힘겨워졌습니다.

이날 유독 마운드에서 힘겨워 보이던 류현진과 힘 떨어진 다저스 타선에 대한 변명이라면 긴 동부 원정의 후유증이 약간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인터리그 보스턴과의 힘겨운 3연전에 이어 필라델피아와의 4연전은 대단한 혈투였습니다. 2승2패를 거둔 필리스와의 치열한 4차전 끝에 전날 LA로 돌아가는 비행기까지 2시간 연발이 되면서 이날 새벽에 귀가했습니다.

류현진은 더욱 힘들었습니다. 올스타전 출전으로 이날이 거의 2주 만의 귀가였습니다. 보통 다음 시리즈 첫 경기 선발 투수는 따로 미리 이동을 하는데, 중계진에 따르면 류현진은 이번에는 선수단과 함께 이동을 했습니다.

그러나 힘겨워하면서도 버텨낸 류현진은 작년 9월부터 ‘홈 불패’ 행진도 이어갔습니다.

이날로 다저스는 류현진의 홈 선발 경기에서 12연승을 기록했는데, 그 중 10승을 챙긴 류현진의 이 기간 다저스타디움 평균자책점은 0.75입니다. 또한, 올 시즌 평균자책점 1.76으로 MLB 선발 중 1위인 류현진은 홈에서도 0.89로 당당히 1위입니다.

류현진의 올 시즌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기록이 또 하나 있습니다.

이날 경기 전 통계사 STATS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시즌 첫 18번의 등판에서 류현진보다 ERA가 좋았던 좌완 투수가 딱 2명 있었습니다. 2002년에 톰 글래빈이 1.75를 기록했고, 2000년 랜디 존슨이 1.77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등판에서 존슨의 ERA는 1.80이 됐고, 글래빈은 1.99가 됐습니다.

즉 류현진은 이날로 2000년 이후 시즌 첫 19번의 선발 등판에서 가장 빼어난 ERA를 기록한 왼손 투수가 됐습니다.

류현진은 다음 주말 27일 워싱턴과의 원정 시리즈에 등판할 예정입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 baseball, baseballsavant.mlb.com, Wikipedia, Associated Press, The Athletic, yahoo.com, baseballprospectus.com, Bleacher Report, The Wall Street Journal 기록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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