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야구는 구라다] 보라스 최고의 계약 슈어저..그리고 류현진 

조회수 2019. 12. 10. 07:31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그의 나이 29세 때였다(2013년). 뒤늦게 철든 투수가 있다. 매드 맥스다. 하긴, 철 정도가 아니다. 무시무시하게 터졌다. 개막 이후 무패, 연전연승이었다. 아예 지는 법을 몰랐다. 나가는 족족 승리를 챙겼다.

무려 석달 넘게 계속됐다. 6월 28일, 가오리를 포획했다. 12연승이었다. 타이거스 사상 최고 기록이다. 다음 경기도 이겼다. 13연승은 로저 클레멘스(1986년) 이후 처음이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 때 비로소 1패가 생겼다. 처음 올스타에도 뽑혔다. 그것도 영예로운 선발 투수였다.

후반기에도 시들지않았다. 폭격은 계속됐다. 6연승으로 다시 시동을 걸었다. 팀의 지구 우승도 그의 손에서 이뤄졌다. 21승째였다. 그 해 최종 성적은 찬란했다.

◇ 2013년 맥스 슈어저

▶ 21승 3패 (0.875)

▶ ERA 2.90

▶ 214.1이닝, 240K

사이영상 투표 결과는 뻔했다. 1위표 30장 중 28장을 휩쓸었다. 그 해 겨울, 결혼식도 올렸다. 트로피 와이프? 천만에, 의리남이다. 신부는 대학시절 여자 친구였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디트로이트의 연장계약 제안

매드 맥스의 애리조나에서 데뷔했다. 초창기는 좌절이었다. 20대 중반이 넘도록 실적이 별로였다. 결국 첫 팀에서는 버려졌다. D백스는 그를 트레이드시켰다.

만약 타이거스가 아니었다면. 그저 그런 투수로 커리어를 마쳤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랬으리라. ‘의리남’은 디트로이트가 각별했다. 남고 싶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살았다. 사이영상 이듬해(2014년)다. FA를 앞둔 시즌이다.

구단도 극진했다. 각종 이벤트가 마련됐다. 어느덧 팀의 간판 스타가 됐다. 맞춤형 팬 서비스도 기획됐다. 그의 눈(오드 아이)을 닮은 바블 헤드 인형이었다. 디비전 챔피언 파티 때도 마찬가지다. 양쪽 렌즈가 다른 고글이 화제였다. 갈색+푸른색이었다.

어디 인형과 고글만이겠나. 정작 중요한 건 따로있다. 한참 시즌 중이었다. 디트로이트는 연장 계약을 제안했다. 6년 1억4400달러였다. 섭섭치 않은 금액이다. 2차로 7년 1억6000만달러도 제시됐다. 평소의 알콩달콩함이라면 충분히 얘기가 될 액수다.

하지만 한가지 변수가 있었다. 둘 사이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애물이다. 바로 악마로 불리는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다.

손해 보험과 주행거리 이론

보라스는 ‘의리남’ 고객을 설득했다. 서두를 필요없다는 주장이었다. ‘일단 한번 FA로 나가보자. 훨씬 더 좋은 계약도 가능하다.’ 목에 핏줄을 세웠다.

그냥 말만하면 슈퍼 에이전트가 아니다. 철저한 준비와 전략이 마련됐다. 첫번째는 보험이다. 2014시즌에 앞서 약정이 체결됐다. 내용은 대략 이런 것이다. ‘만약 부상 때문에 시즌을 그르쳐 FA 계약에 손해를 입으면 이를 보상한다.’ 매드 맥스와 아내, 그리고 보(Bo, 입양한 유기견)가 믿고 버틸 수 있는 지점이다.

또 한가지는 논리적 근거다. 보라스는 기상천외한 이론을 제시했다. 주행거리(odometer)라는 개념이다. 자동차에 빗댄 설명이다. (부상 때문에) 많은 이닝을 던지지 않았으니, 소모가 덜 됐다는 식이다. 따지고 보면 궤변이다. 그러나 스피커가 슈퍼 에이전트다.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논리가 됐다.

FA 계약의 걸림돌은 내구성과 나이다. 그걸 가려주는 게 보험과 주행거리 이론이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가 있다. 어쩌면 훨씬 결정적이다. 악마 에이전트가 회심의 승부처라고 여긴 지점이다. 그건 누군가의 이름이다. 디트로이트에 대한 강한 애정도 움직일 수 있는 요소다. 바로 마이크 리조(Mike Rizzo)라는 사람이다.

 슈어저의 워싱턴 입단식. 맨 오른쪽이 마이크 리조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슈어저의 마음을 움직인 이름 ‘마이크 리조’

마이크 리조는 D백스의 (1998년) 창단 멤버다. 스카우트 책임자로 팀의 기틀을 잡았다. 팜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우승에도 기여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2005년 말. 조 가라지올라 단장이 물러났다. 대부분은 리조가 후임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조시 번스가 GM이 됐다.

미국도 그렇다. 물 먹은 인사는 만회가 어렵다. 새 직장을 알아봐야했다. 몇 달 뒤, 워싱턴 면접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 스탠 카스텐(현재 다저스 회장)의 마음에 든 것이다. 첫 직책은 단장보좌역이었다.

애리조나에서 마지막 업무가 있었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였다. 거기서 과감한 결정을 했다. 우악스러운 투수를 1라운드(전체 11번)에 찍었다. 부상 위험이 큰 폼이라고 다들 기피하던 선수였다. “드래프트 룸에서는 그를 ‘매드 맥스’라고 불렀죠. 늘 뭔가 화난 표정이었어요. 그런 얼굴로 미친듯이 훈련하고, 또 훈련하는 친구죠. 거의 광적인 승부욕을 가진 투수였어요.” (마이크 리조)

스카우트의 일은 데려오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사후 관리도 중요하다. 팀에 잘 적응하도록 살펴야한다. 지속적으로 (선수의) 가능성을 일깨우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조직 내에서 도태되지 않는다. 하지만 리조는 그러지 못했다. 떠나는 바람에 자신이 데려온 루키의 성장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다.

 WS 우승 순간. 가운데가 러너 구단주, 옆이 리조 사장이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보라스가 짚은 정확한 맥 - GM 리조

보라스의 손길이 못 미치는 곳은 없다. 그 중에서도 냇츠(Natsㆍ내셔널스의 애칭)는 단골이다. 이미 2015년 당시에도 주축 선수 상당수가 그의 고객들이었다. 브라이스 하퍼,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앤서니 랜던 등등.

덕분에 아는 게 많다. 투자 계획, 팀 사정이 훤하다. 무엇보다 믿는 구석이 있다. 의사 결정에 중요한 GM(단장)이다. 바로 마이크 리조다. 매물(슈어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확신하는 사람이다.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혼자 “YES”를 외쳤다. 그리고 몇 년 뒤 보란듯이 리그 최고가 됐다. 자신이 옳다는 걸 입증해준 효자다. 중개인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어필은 없다. 흥정도 필요없다. 이미 물건 좋다는 걸 그쪽에서 먼저 안다.

예상은 정확했다. 워싱턴은 적극적이었다. 리조 단장은 구단주를 설득했다. 물론 여기서도 고급 기술이 들어간다. 보라스는 연봉 지급시기에 탄력성을 제시했다. 상당액을 한참 뒤에 지불하도록 ‘꼼수’를 썼다. 선수에게도 혜택이 있다. 후에 워싱턴을 떠나면 주세(州稅)를 절감할 수 있다.

2015년 1월. 깜짝 오피셜이 떴다. 7년 2억1000만달러. 딜이 성사됐다. 애초에 디트로이트가 제시한 것보다 5000만달러나 커진 액수다. 연평균 3000만달러 규모다. 당시만해도 커쇼만이 누리는 경지였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슈어저도, 냇츠도 모두가 행복한 계약

그는 워싱턴에 2번의 사이영상을 바쳤다. 클라이막스는 올해였다. 창단 후 첫 월드시리즈 패권을 안겼다. 처음부터 자신을 알아줬던 스카우트 책임자(리조)는 단장을 거쳐, 이제 사장으로 승진했다. 과감한 투자를 결행한 구단주(테드 러너ㆍ1925년생)는 90평생 처음으로 트로피를 안고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 슈어저 워싱턴 5시즌 (2015~2019)

▶ 통산 79승 39패, ERA 2.74

▶ 200이닝 이상 4회 (총 1050.2이닝)

▶ 올스타 5회, 사이영상 2회, 누적 WAR 32.5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흔히 보라스는 악마로 묘사된다. 지나치게 이익에만 집착해서다. 그러나 슈어저 건은 다르다. 양쪽이 모두 100% 만족한 결과였다. 가장 성공적인 FA 계약 사례로 꼽힐만하다.

이 대목에서 한가지가 오버랩 된다. 2014년 겨울의 슈어저와 올 겨울의 몬스터다. 둘은 몇 가지 키워드가 겹친다. 주행거리(odometer) 이론이 다시 등장했다. 비슷한 립서비스도 반복된다. “우리 고객의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

슈퍼 에이전트는 2013년 낯선 KBO 리그 출신을 고객으로 맞았다. 100~200만 달러 정도로 평가되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포스팅 비용만 2000만 달러가 넘었다. 과감한 투자처는 다저스였다. 그 핵심 인물은 스카우트 책임자였던 로건 화이트다.

이듬해 그는 팀을 떠났다. 지금 직장은 샌디에이고다. 직책은 단장 특별보좌역이다. 워싱턴의 마이크 리조처럼 구단내 입지가 강력하진 않다. 그래도 중요한 결정 과정에 참여할 위치다. 패턴대로라면 보라스의 공략 지점이다. 매물의 진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행선지 후보 중 파드리스가 꼽힌다. 물론 아니라도 어쩔 수 없다. 러닝 메이트 역할도 나쁘지 않다.

다만 한가지는 같아야한다. 슈어저 케이스처럼, 당사자도 구매자도. 양 쪽이 모두 행복한 딜이었으면 좋겠다. 그제 진짜 슈퍼 에이전트의 작품이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