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매팅리 감독이 류현진에게 실망한 이유, "너무 못 쳐서 화가 났다"

조회수 2019. 7. 22. 23: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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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 기다려. 더 좋아지면 내가 마이애미로 꼭 데려올게.”

지난 2017년 5월 20일(한국 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이애미전에 류현진이 선발로 등판했고, 5 1/3이닝 동안 7피안타 2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2승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등판 다음날 류현진은 필드에 나와 원정팀이 훈련을 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매팅리 감독을 만나 인사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의 투구를 본지 아주 오래됐다. 하지만 이제는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라며 시즌 2승을 거둔 류현진을 축하해줬습니다. 매팅리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류현진은 부상으로 등판이 자주 하지 못했고, 돌아와서도 적응 기간이 필요했습니다. 마운드에 다시 선 모습을 축하해 주는 정도였습니다.

그땐 그랬습니다. 류현진이 어깨 수술, 팔꿈치 수술을 한 뒤 성공적인 복귀를 노리던 시기였습니다. 팀 내에서 선발로서 입지가 불안했고, 당시 성공적인 복귀의 의미는 선발 로테이션을 잘 유지하는 정도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다저스에선 류현진을 불펜으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었고,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선발로서 입지가 불안했던 시기입니다. 5월 20일 선발 등판 후, 다음 등판 예정일인 26일엔 선발 투수가 아닌 불펜 투수로 투입됐습니다.

그때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에게 “현진, 기다려. 네가 조금 더 건강해지고, 좋아지면 내가 마이애미로 꼭 데려올게”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이 말에 류현진은 엄지를 치켜 세웠습니다. 말이라도 감사하다는 의미였습니다. 팀에서 입지가 불안할 때, 힘이 되는 한 마디였습니다.

그리고 2019년 7월 20일. 둘은 다저스타디움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등판 다음 날은 대부분 실내에서 훈련과 치료, 마사지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류현진이 그라운드에 나와 1시간 넘게 기다렸습니다. 물론 기다리는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모자를 벗으며 한 걸음에 달려옵니다. 누구를 봤길래 이렇게 미소 지으며 달려올까.

김성갑 SK 전 수석코치였습니다.

류현진을 보자마자 “어제 내가 다 긴장했다”라며 경기를 실제 본 소감을 전합니다. 류현진은 “긴장을 왜 하십니까”라며 웃음을 보입니다.

야구인들은 징크스에 민감한데, 김성갑 코치가 긴장한 이유도 바로 징크스 때문이었습니다. 알려진 대로 김성갑 코치의 딸은 가수이자 탤런트인 유이. 딸 이야기를 꺼내며 긴장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우리 딸내미 유이가 야구장에 오면 꼭 지더라고. 두 번 왔는데, 두 번 다 졌어. 그래서 내가 야구장 왔을 때 혹시나 네가 질까 봐 긴장했다. 이겨서 정말 다행이고, 축하한다.”

그리고 류현진에게 “좋아 보인다. 마운드에서 여유도 생겼고, 체력적인 부분도 확실히 더 좋아진 것 같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류현진의 반응이 재미있습니다. 얼굴을 찌푸리며 누군가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빡세잖아요. (‘힘들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

“아시잖아요. 김용일 코치님은 하염이 없습니다. (쉬엄쉬엄 봐주는 게 없다는 의미로 사용한 말)”

류현진은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김성갑 코치님은 한 술 더 뜹니다. “용일이가 얼굴이 타협이 없어. 얼굴 못난이잖아.”

워낙 친한 사이라 편하게 말을 주고 받았습니다. 하지만 말의 속 뜻은 김용일 트레이너 덕으로 류현진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전 다저스 벤치 코치였던 팀 월락 코치와도 반갑게 인사를 하고,

전 다저스 동료 미구엘 로하스와도 인사를 나눴습니다. 류현진은 “마이애미가 다저스처럼 느껴진다”라며 친근함을 이야기했습니다.

또 반가운 한 사람, 작년 SK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주역 트레이 힐만입니다. 전 SK 감독이었고, 올해부터 마이애미에서 1루 코치직을 맡고 있습니다.

힐만 코치와 분위기가 상당히 좋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좋은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일까.

말을 하던 중 하이파이브도 합니다. 서로 공통점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엄청난 투구를 보여주고 있는 류현진을 칭찬하던 중 ‘인천’이라는 공통점을 찾은 트레이 힐만 코치는 엄청나게 놀랐습니다.

류현진이 “내가 인천에서 태어났고, 고등학교까지 야구를 인천에서 했다"라고 말하니, 힐만 코치는 “어쩐지 인천은 기운이 좋더라. 네가 태어난 곳이라 그랬나 보다”라며 반응했습니다.

힐만 코치는 류현진의 활약이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11승 2패라는 것도 지금 상황에서 기적 같은 일이고, ERA는 말도 안 되는 수치라면서 말이죠.

이렇게 모두가 류현진을 칭찬할 때, 격하게 실망감을 드러낸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는 바로 ‘돈 매팅리’ 감독.

2019 시즌 올스타 게임에서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고, 사이영상 후보 1, 2위를 다투고 있는 류현진이 그 누구보다 대견합니다. 어깨 수술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던 그 힘든 상황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던 사람이 돈 매팅리입니다.

이제는 더할 나위 없는 투수가 됐습니다. 류현진을 필드에서 만난 매팅리는 “정말 잘 던진다”라며 칭찬했습니다. 지금 이 모습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면서 말이죠. 어제 경기 후에도 “더 발전한 선수가 됐다. 타자가 상대하기 정말 까다로운 투수다”라며 극찬했습니다.

그런데 류현진을 그렇게 극찬했던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에게 어떻게 그런 플레이를 할 수가 있냐고 다그쳤습니다.

매팅리 감독이 실망한 건 류현진의 타격이었습니다.

“너 정말 왜 이렇게 못 치냐? 정말 실망이다.”

매팅리 감독은 실제로 류현진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합니다. 매팅리 감독의 말에 웃음을 보이던 류현진은 “올해는 타격이 잘 안 돼서 번트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매팅리 감독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류현진 타격 모습을 흉내 내면서 “진짜 실망이다”를 연발. 류현진은 허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류현진은 매팅리 감독의 질타에 웃음을 보였지만, 매팅리 감독의 이야기엔 진지함이 있었습니다. 실제 경기에서도 타격 잘하는 류현진을 의식했음을 알렸습니다.

2회말 상황입니다. 1사 2, 3루에서 타석에 오른 에르난데스는 3루수 팝플라이아웃을 당했습니다. 2사 2, 3루가 됐고, 다음 타석에 오를 선수는 러셀 마틴. 그리고 그다음은 투수 류현진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보통은 마틴을 1루로 보내고, 투수를 상대합니다. 그런데 매팅리는 러셀을 거르지 않았습니다. 류현진을 상대하는 건 위험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타격 잘한다고 알고 있었던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보다 러셀 마틴을 상대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정도인데, 타석에서 류현진이 보여준 타격은 실망 그 차제였던 것.

“어제 2, 3루에 러셀 타석에서 러셀을 거르지 않고 너를 상대한 이유가 타격을 잘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보단 러셀에서 승부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고, 러셀을 거르지 않았다. 그런데 타격 하는 네 모습 보니까 너무 못 쳐서 화가 나더라. 차라리 러셀 거르고 류현진 상대할 걸하고 후회했다.”

류현진이 타격하는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고 말하는 매팅리 감독 덕분에 류현진은 큰 웃음을 보였습니다. 올 시즌 실망이라는 단어를 거의 듣지 못했는데, 마음으로 챙겨주던 감독에게 들은 핀잔이라 되려 기분이 좋았습니다. 

투구로는 손색이 없는 류현진, 이제 그는 타격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가 됐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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