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 다저스의 묘비명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지'

조회수 2019. 12. 1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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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뜻밖이다. 매드범이 10번 프리웨이를 탔다. 캘리포니아에서 애리조나로 연결된 길이다. 이유가 참신하다. 말 때문이다. ‘디 애슬래틱’ 앤드류 배걸리 기자의 분석이다. “범가너는 피닉스에 말과 농장을 갖고 있다. 말과 그 지역을 정말로 사랑한다.”

고향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말을 키운다. 트레일러에 싣고 다니기도 한다. 2015년 개막전 때는 유명한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말을 탄 채 AT&T 파크(현재 오라클 파크)를 돌았다. 월드시리즈 우승 깃발을 휘날리면서.

매드범의 애리조나행에 머쓱해진 사람이 있다. 클레이튼 커쇼다. 며칠 전 행사 때 직접 고백도 했다. “나는 그를 좋아한다. 여기(다저스)로 온다면 꽤 멋진 일이 될 것이다. 그는 분명히 대단한 투수다. 좋은 친구이자, 훌륭한 경쟁자다. 프리드먼 사장이 그를 영입하기 위해 많이 애쓰고 있을 것이다.”

커쇼-범가너는 아름다운 조합이다. 약간 내리막이지만, 한때 서해안 일대를 양분하던 간판 스타다. 둘의 투샷만으로도 팬들에게는 로맨틱한 일이다. 하지만 결국 꿈이 됐다. 다저스가 또 물을 먹은 셈이다. 놀랄만한 액수도 아니다. 5년 8500만 달러였다. ‘USA투데이’는 ‘도둑질’로 비유했다. ‘총액 1억 달러짜리 베테랑 투수를 연간 1700만 달러에 얻었다’는 평가였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콜과 랜던이 다저스를 마다한 이유

벌써 몇 번째인 지 모른다. 침만 흘리다 끝이다. FA 최대어였던 게릿 콜의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스토리에는 꼭 이런 전제가 붙는다. ‘나중에 알고보니’.

‘나중에 알고보니’ 다저스도 참전했다. 참전 정도가 아니다. 매우 적극적이었다. 콜 영입은 스토브리그 최대의 목표였다. 이제까지 프리드먼 사장의 스타일과는 달랐다. 예산도 엄청났다. 무려 3억 달러나 장전했다.

‘LA 타임즈’에 따르면 다저스는 시종 낙관했던 것 같다. 윈터미팅 직전에 보라스와 미팅을 가졌다. 뉴포트비치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무려 4시간을 만났다. 얘기가 잘 됐고, 좋은 결론을 얻으리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러나 며칠 뒤 낭패를 맛봤다. 상대는 양키스였다.

사실 액수 차이는 크지 않았다. 다저스는 8년 3억 달러, 양키스는 9년 3.24억 달러였다. 승부가 갈린 이유가 심각하다. 보라스의 얘기에서 드러났다.

“게릿(콜)의 고향은 오렌지카운티다. 그곳 팀인 에인절스의 제안에 마음이 흔들렸다. 액수는 조금 못 미쳤지만 부족함을 느끼지는 않았다. 어린시절부터 좋아하던 팀이었다. 하지만 그와 아내 에이미는 목표가 뚜렷했다. 우승이었다. 결국 그걸 위해 어려운 결정을 해야했다.”

직접 언급된 것은 LA 에인절스다. 그러나 우회적으로 다저스에 대한 마음도 충분히 짐작된다. 알려진 바로는 다저스가 에인절스보다 괜찮은 조건이었다. 전력적으로도 못할 게 없다. 그럼에도 외면당했다. ‘우승’이라는 단어와는 연관성이 약하다는 뜻이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앤서니 렌던의 경우는 더 충격적이다. FA 야수 중 최대어였다. 다저스는 3루수가 필요했다. 저스틴 터너를 2루로 돌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옆집 에인절스에게 뺏겼다. 입단식에서 한 말이 이슈가 됐다. 에인절스행의 이유가 아니다. 다저스를 마다한 해명이었다.

“다저스에서 뛰기 싫어서가 아니다. 다저스는 승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훌륭한 조직이다.” 여기까지는 립서비스였다. 그 다음이 의미심장하다. “다저스라는 팀에 대해 많이 들었다. 할리우드가 떠올랐다. 그런 생활은 나와 우리 가족에게 맞지 않을 것 같았다. 캘리포니아 하면 사람들은 할리우드부터 떠올린다. 화려한 생활, 수많은 불빛과 파파라치가 생각난다. 하지만 이곳 아래 지역(에인절스가 있는 애너하임)은 완전히 반대다. 차분하고, 조용한 곳 같다.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더라.”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선수가 구단을 쇼핑하는 시대

NBA에는 킹(King)이 존재한다. 르브론 제임스다. 그가 첫번째 FA가 된 2010년이다. 유명한 ‘The Decision’이 발표된다. 클리블랜드를 떠나 마이애미로 옮긴다는 결정이다. 이유는 하나다. 반지였다.

구심점에는 드웨인 웨이드가 있었다. 그가 친구인 르브론을 초청했다. 자기 몸값을 깎으면서 구단의 부담을 줄여줬다. 여기에 크리스 보쉬도 의기 투합했다. 결국 ‘빅3’가 마이애미에서 뭉쳤다. 그들은 그 곳에서 두 차례나 챔피언에 등극했다.

NBA는 이런 경향이 점점 뚜렷해진다. 케빈 듀란트의 워리어스행이 대표적이다. 물론 커다란 논란을 동반하기도 한다. 전력의 불균형이나, 탬퍼링(사전 접촉) 의혹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오프 시즌 때마다 중요한 이동에는 늘 이런 전제가 성립된다. ‘금액’이나 ‘기간’ 같은 조건은 두번째다. 우승할 수 있는 팀이냐를 따지는 게 우선이다.

마이애미의 빅3. 왼쪽부터 드웨인 웨이드, 르브론 제임스, 크리스 보쉬.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이런 문화는 NBA에 그치지 않는다. 신드롬처럼 다른 리그에도 영향을 끼친다. 최근 MLB도 비슷하다. 구단이 선수를 모으는 게 아니다. 선수가 구단을 쇼핑한다. 특급 플레이어가 자신의 무대를 고르는 것이다.

그래서 심각하다. 다저스가 외면받는 현실 말이다. 프리드먼 사장의 효율적인 운영은 이미 정평이 났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는 방식이다. 나름대로 성공했다. 그러나 커다란 결함을 노출했다.

다년 계약을 멈칫거린다. 유망주 유출을 극도로 꺼린다. 덕분에 재정 형편은 좋아졌다. 팜도 풍성해졌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없다. 몇 년째 지구 우승에 만족해야했다. 급기야 대형 FA들이 꺼리는 곳이 됐다.

며칠 전이다. 스캇 보라스가 비웃듯이 일갈했다. “이제 머니볼은 실패한 모델이 됐다.” 

그보다 훨씬 전이다. 현인 한 명이 이런 글을 남겼다.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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